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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웜 1 ㅣ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2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1월
평점 :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Joanne Rowling)"이 "J.K. 롤링(J.K. Rowling)"이 아닌 또 다른 필명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로 발표한 범죄소설 "쿠쿠스 콜링(The Cuckoo's Calling)"의 후속작인 "실크웜(The Silkworm)"입니다. 2014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작가가 총 일곱 편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하는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Cormoran Strike)"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되는 셈입니다.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의 사무실에 남편을 찾아서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남편은 소설가인 "오언 퀸"으로 얼마 전 최신작을 탈고한 직후 집을 떠난 지 열흘이 넘도록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의뢰를 평범한 가출 사건으로 생각한 "코모란"은 진행 중 이었던 일들을 하며 틈틈이 "오언 퀸"의 행방을 조사합니다.
"아, 그렇다고 오언의 말이 진실이라고 암시하는 건 아니에요. 문자 그대로 진실일 수는 없죠. 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잖아요. 오언은 꽤 많은 사람들을 굉장히 영리하게 공격했어요."
이젠 꽤 의뢰인이 많아진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에게 남편을 찾아달라는 "리어노라 퀸"이라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남편은 "오언 퀸"으로 유명하지 않은 소설가인데 최근 신작을 탈고한 후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자주 집을 떠나곤 했던 "오언"이 이번엔 열흘이 넘게 돌아오지 않아 의뢰를 하러 온 "리어노라"는 자신은 위치를 모르지만 남편이 '작가의 은둔처'라는 곳에 있을 거라며 "코모란"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리어노라"가 연락해보라는 에이전시를 찾아간 "코모란"은 "오언"이 '작가의 은신처'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환영받는 작가도 아니며 집을 나가기 얼마 전 그의 신작 원고가 출판계를 들쑤셔 놓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언"은 자신의 신작 '봄빅스 모리'에 자신의 아내뿐 아니라 애인, 유명한 동료 작가, 출판사 사장, 에이전시 사장 등 많은 실존 인물들을 모두가 알아보기 쉽게 등장시켜 조롱하고, 알려지면 곤란한 일들을 암시해서 책 속에 등장한 당사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겁니다. 대수롭지 않은 가출 사건이라고 생각하던 이 사건을 조사하던 "코모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소설 '봄빅스 모리' 속 결말과 똑같이 살해당한 "오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누에가 그 노란 노고를 그대에게까지 베풀어주었는가?
그대를 위해 누에는 스스로를 파멸시켰는가?
- 토머스 미들턴, <복수자의 비극>
월세조차 낼 형편이 못되었지만 유명 슈퍼모델의 죽음을 해결한 이후 유명세를 타게 되서 슬슬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여가는 탐정 "코모란"은 돈이 안 될 듯한 한 여인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유명세로 인해 밀려드는 의뢰는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의 불륜을 조사하는 일이었기에 받아들인 소설가의 가출 사건은 끔찍한 살인현장으로 "코모란"을 인도하고, 소설가의 죽은 모습은 그의 출간 전 신작의 결말 부분의 잔인한 장면과 일치합니다. 이전 사건에서 "코모란"에게 물 먹은 경찰은 주목 받을게 뻔한 끔찍한 살해현장을 "코모란"이 발견하게 되자 노골적으로 그를 적대시 하며 소설가의 아내이자 사건의 의뢰인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게 됩니다. 겉 과는 다르게 추악한 출판계를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던 "코모란"과 조수 "로빈"은 소문을 타고 '봄빅스 모리'의 원고가 이미 영국 출판계를 들쑤시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천천히 원고를 읽어본 사람들에서 그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로 용의자를 좁혀갑니다.
"몇 년, 아니 적어도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겁니다. 생각해보면 천재의 작품이지요. 지나치게 화려해서 그게 타락의 계기가 되겠지만. 살인은 소설처럼 플롯을 짤 수가 없거든요. 항상 현실에서는 미처 묶지 못한 이야기의 가닥이 생기니까."
모델계를 포함해서 연예계를 배경으로 했던 첫 작품 "쿠쿠스 콜링"에 이어 이번 작품 "실크웜"은 출판계를 배경으로 라틴어로 '누에'라는 뜻의 '봄빅스 모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쓴 한 소설가의 잔인한 죽음을 파헤치는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 "쿠쿠스 콜링"은 저에겐 그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필명인 "로버트 갤브레이스"로 첫 작품을 낸 직후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하다 "조앤 롤링"인 것이 밝혀진 후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을 보게된 후 처음부터 삐딱한 시선으로 읽게 된 영향도 없지않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나쁘진 않았지만 세간의 평처럼 대단한 범죄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는데 이번 작품 "실크웜"은 상당히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 플롯이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법, 더 풍부해진 캐릭터들의 이야기, 문학적 허영심으로 가득한 출판계의 어두운 뒷면의 묘사 등 전작 보다 전체적으로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사실 첫 작품에 실망해서 읽지 않으려고 했다가 이 작품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주인공 "코모란"과 조수인 금발 미녀 "로빈"과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였습니다. 유명 록스타의 사생아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군인(SIB) 출신인 "코모란"은 어찌 보면 여러 탐정소설에 나오는 스탠다드한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로빈"이란 여자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코모란"이 생각하기엔 쪼다 같은(제가 봐도 쪼다 같습니다.) 약혼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직장을 마다한채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로빈"은 이 작품을 통해서 점점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코모란"과 좋은 콤비를 이루어 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단순히 탐정의 비서가 아닌 제대로 된 수사관이 되고 싶어하면서 사건 조사에 힘을 보탭니다. 그리고 미묘하게 변해가는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더욱 궁금해졌으니 일단 이 시리즈는 계속 읽는 걸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육감이라고 부르지만 스트라이크는 이것이 미묘한 신호들을 읽어낸 결과이자 따로 떨어진 점들을 잇는 무의식적인 연상작용임을 알고 있었다. 선명한 살인자의 초상이 산더미처럼 쌓인 절연된 증거들로부터 떠오르고 있었고, 그 이미지는 적나라하고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이 사건은 강박과 격렬한 분노, 계산적이고 천재적이지만 심오하게 병적인 정신의 소산이었다.
사실 "조앤 롤링"이 조만간 범죄소설을 발표하리라는 것은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중 한명인 "이언 랜킨"이 미리 발설해 버려서 모두가 예상했었던 일이었습니다. "조앤 롤링"은 "로버트 갤브레이스"란 필명으로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와 사이드 킥 격인 조수 "로빈" 시리즈를 해리포터 시리즈 처럼 일곱 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얼마 전에 밝혔습니다. 거기다 며칠 전엔 첫 작품 "쿠쿠스 콜링"이 BBC One에서 드라마 화 한다는 뉴스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더욱 인기 시리즈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혹시 저 처럼 첫 작품에 실망하셨다 거나 판타지 소설 작가가 쓴 범죄소설에 믿음이 안 가시는 분들도 이번 "실크웜"은 꽤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드보일드 풍의 탐정 소설에 고전적인 영국 미스터리 소설 스타일을 적절히 잘 섞었고 주요 캐릭터들의 캐미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거기다 출판계의 우스꽝스러운 허영심을 그린 부분들은 마치 작가 "조앤 롤링"이 작가 초창기 받은 설움과 울분을 고스란히 터뜨린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조롱하는데, 이게 또 이 작품의 최고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