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3개월만에 서평을 쓴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때문에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1년 3개월을 보내고서야 내 삶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정신이 드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갑자기 막막했졌다. 그동안은 내 삶에서 책이 빠진 적이 없었고, 지금 읽고 있는 책 다음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머리속에 리스트가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서점에 들어가 보니 "이동진의 독서법"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부제로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가 붙어있다. 아~ 맞다. 재미있는 책을 골라 읽는 순간이 참 행복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진 작가는 나에게 뭐라고 충고해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책의 크기는 즘 보기 드문 문고판 사이즈이다. 게다가 책표지가 빨간색이다. 이동진 작가의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연상시켰고, 언젠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셔서 "손에 들고 다니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는데 손에들고 다니기 딱 알맞은 크기였다. 세상 모든 책이 요만하다면 굳이 e-book은 필요 없겠다 싶었다. 이 책은 1부-생각, 2부-대화로 이루어진 책이다.

1부에서는 이동진 작가의 책에 대한 "생각"들이 서술되어 있다.

부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다. 이 부제만으로도 모든 질문이 한 방에 해결되는 느낌이다. 바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잘 모르겠어? 인터넷도 있고 다른 정보 창구도 많지만  불구하고 책. 책 읽기가 싫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이런 뜻이 아닐까 싶었다.

이동진 작가의 책에 대한 생각이 나랑 일치하는 면이 많았다.  난 책에 대한 완독 고집은 없다.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읽기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냥 덮어 놨다가 몇 년 후에 펼쳐보기도 한다. 반도 채 못 읽고 책 꽂이에 꽂아 놓은 책도 많고, 동시에 여러 권을 읽기도 한다. 머리속에 복잡하지 않았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그때 나는 리속에는 여러가지 방이 있어 각자의 방으로 알아서 저장 된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도서관에서 읽으면 좋은 책, 시끄러운 장소에서 읽어도 되는 책, 잠시 잠깐 읽는 책 등등 책마다 읽히는 시간과 공간이 다 다르므로 그때 그때 맞춰 읽다보면 3권정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기때문에 한 번에 10권 읽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싶다.

2부는 대화 "읽었고, 읽고, 읽을 것이다"

씨네 21의 이다혜 작가와 책에 대한 대화를 옮겨 놓았다.

누가 물어주지 않는 이상 쉽게 꺼내기 어려운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어 반가웠다. 집안이 부유하지 못하여 책에 대한 결핍이 있었고 걸신 들린 듯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도 나와 비슷했다. 이웃집 친구집에 놀러 온 척 해 놓고선 책을 대 놓고 읽었더니 "책 읽을 거면 앞으로는 우리집에 오지마"라고 거절까지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이동진 작가의 결핍이 참 반가웠다. 책을 읽으면 고독에 빠진다는 소년의 허영으로 사춘기를 보낸 것도 비슷했다.

같은 책을 여러번 반복하지 않는 이유도 어쩜 그렇게 같은지. 정말 반가웠다.

그러나 줄거리를 자기화하여 재구축하는 재주, 책에 대한 슬럼프를 겪어 본 적이 없다는 작가. 정말 부러웠다. 1년 반동안이나 슬럼프에 빠져 어떤 책을 읽지 않았던 나의 모습.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다. 그게 일반인과 작가의 차이점이 아니겠는가?

김혜리 작가가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 중 어느 것을 즐기냐 하니 허무는 독서가 결국은 쌓는 독서가 된다는 말. 감동적이었다. 넓이가 결국은 깊이를 만든다는 말이겠지?

이 책의 3부에는 이동진 추천도서 500이 있다. 책 제법 읽어왔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낯선 책이 무척 많았다. 우선 책의 카테고리들이 남달랐다. "감각과 감정", "대화와 독백", "법칙과 체제"...

인문, 사회, 과학 등이 익숙한 분류가 아니라서 재미있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 500권의 리스트는 내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를때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오랫만에 읽고 오랫만에 서평 썼다. 이런 것이 습관이 되고 행복이 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주란 영화를 봤다. 얼마나 울었든지 꺼이꺼이 남들이 다 쳐다 볼정도로 울었다.

생체 실험 대상이 되어 이름모를 주사를 맞아가며  죽음에 한발 한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던 동주와 몽규. 그들이 처절하게 싸웠던 일본이 무너지기 겨우 6개월 전. 남의 땅에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젊은이에게 미안해서 꺼이꺼이 울었던 것 같다. 한참 울고 보니 영화속에 나왔던 윤동주의 시를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시, 별헤는 밤 정도 외우고 있을 정도이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이런 제목으로 시를 접한 적은 있으나 그의 시를 정성을 담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미쳐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더니 1955년 증보판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출판된 책이 있었다.

얼른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요즘은 얼마나 빨리 배송되는지 다음날 바로 받았는데 받자 마자 나는 또 울었다. 윤동주 시인의 자필원고가 인쇄되어 있는 책자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 글씨가 윤동주님의 글씨인가, 그렇게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그 글씨인가 싶으니 눈물이 팽 돌았다.

그리고 아주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먼저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제목이 보였다.

참으로 얌전하고 단정한 윤동주의 모습.

 

이 시집의 제일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시는 서시이다.

1941년에 씌여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시.


80년대에 언듯 본 적이 있는 타자기. 그 타자기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쇄술로 인쇄된 시.

그 시를 또 한 자 한 자 눌러 읽는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영화속의 고뇌하던 윤동주가 그냥 그대로 보이는 아름답고 안타까운 시가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유난히도 봄을 기다리고 어둠을 싫어하는 윤동주의 감성이 정말 잘 나타나 있는 시가 아닌가?

세로쓰기에다 한자까지 섞여 있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한 자 한 자 아껴 읽으면 윤동주의 감성이 그대로 와 닿는 아름다운 시들로 가득한 보물과도 같은 책이다.  책 뒤편에 보면 이 책을 주도해서 만들었던 정병욱 선생과  윤동주님의 동생 일주의 아름다운 후기가 있는데 이 후기도 눈물이 아른거릴정도로 아름답다.
고향에 돌아오길 그렇게도 기다렸던 동생과 후배의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글들이다.
1955년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이 책은 책이 아니라 감성의 보물이되어 나에게 와 준 선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책에 미친 바보(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내가 이덕무란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안소영 작가의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서였다.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나는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정도의 이름과 업적은 알고 있었지만 이덕무란 인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가 안소영 작가의 책을 읽고나서 그의 뭉클한 삶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여러가지 책을 읽었었다.

이덕무가 자조적으로 칭한 간서치를 보다 직접적으로 번역한 제목인 "책에 미친 바보"도 아마 그 후에 사놓은 책인 듯 한데 그동안 나의 손길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주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든 들었다. 5년동안 나의 눈길을 지루하게 기다렸을 이 책을 한 번 어루만진 후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서자였고, 어려서부터 가난과 질병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음에도 불구하고 어릴때부터 스물 한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으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리저리 갔다 왔다 하기도 했으니 멀쩡한 사람으로 보일리는 만무했으리라. 스스로를 간서치라 칭하고 자신이 거처하던 곳을 구서재라 부르며 분야를 막론하고 책을 읽었다. 가난하여 굶는 날이 허다했지만 붓을 잡고 문장을 지으면 아침에 피는 꽃처럼 화려했단다. 그는 독서의 유익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조금 배가 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 속에 담긴 이치과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 째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도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 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기침이 심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버린다. (P51)

배고프고 춥고 근심 걱정이 생기고 몸이 아파도 끊임없이 책으로 그 고통을 견뎌나간 이덕무의 삶이 눈앞에 그려저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일갈에 놓았다.

"첫째 경문을 충분히 외워야 하고, 둘 째 여러 사람의 학설을 모두 참고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해서 장단점을 비교해야 하며, 셋째 깊게 생각해서 의심나는 것을 풀이하되 자신감을 갖지 말고, 넷째 사리에 밝게 분별해서 그릇된 것을 버리되 감히 스스로만 옳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P56)

책을 많이 읽고 많이 깨달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겸손하길 당부했다. 까치가 집을 지을 때 상량문을 지어 주는 여유, 그리운 친구들에게 보낸 아름다운 서간문속의 우정,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 했던 기개 등이 그의 글 속에서 묻어난다.

이 책은 약 400쪽에 달하는데 262쪽부터는 부록이다. 편역자의 주, 이덕무 연보 ,글의 원문등이 온전히 수록되어 있어 이덕무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멋진 자료가 될 듯 하다.

정약용의 글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한시를 읽을 수 있고 번역할 수 있다면 그 깊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싶었다.

시간이 생기면 원본을 조금씩 필사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슬픈 이덕무의 삶. 그 삶 그대로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고 힘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면에 볼일 보러 갔다가 영광도서에 들렀다. 새책 코너를 쭉 보는데 "雪戰"이란 책이 눈에 띄였다.'요즘 TV에 "썰전"이란 프로램이 떠오르면서 한자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싸움..이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은 글씨로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라고 적혀있었다.

법정 스님, 무소유로 유명했던, 날카로운 지식인이었으며 중생을 사랑했던 스님. 그 스님이 입적하던 해 무척이나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잘 모르겠다 싶었다. 때마침 작년 여름 방학 시작되는 날,  지리산과 산청 일대를 돌다가 우연히 들렸던 성철 스님 생가가 떠올랐다.

 주룩 주룩 내리던 아침비가 그칠 무렵 도착한 생가는 나의 상상과는 한참 멀었다. 생가가 너무나 화려했던 탓이다. 스님은 그렇게 청빈하게 사셨다는데 스님의 생가는 중생에게 깨달음을 주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게 만들었다.  93년도에 입적하셨으니 내가 교직에 발 디딘 해였다. 불교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나에게 성철 스님의 입적은 그저 그런 종교 뉴스에 지나지 않았다. 성철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누구나 3천배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나는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대화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두 분의 스님은 어떤 것을 잘문하고 어떻게 답해 주셨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열어보지도 안고 계산대로 직행했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책의 뒷날개에 이 책의 제목이 왜 설전인지 알게하는 글이 실려있었다.

  "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부드러운 수도자의 자세를 눈이라는 매개로 형상화 하는 한편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웃게 만드는 유일한 다툼인 '눈싸움'의 이미지를 통해 설전과 법정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구도의 문답과 인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눈싸움, 한 번 던지고 한 번 받는 던질 때마다 받을 때마다 웃음꽃이 피는 싸움. 하얀 눈 밭에서 눈싸움을 하는 어린아이들이 상상이 되었다. 두 분 스님이 주고 받았을 아름다운 마음, 글, 말을 읽어내려갔다. 두분의 말씀을 3가지 이야기로 나눠 실어두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我, 자기를 바로 보라. 삶을 살ㅇ가는 중생들을 위한 자신을 성찰하는 방법, 태도에 대한 대화들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俗. 처처에 부처이고 처처가 법당이네. 나와 세상,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대화들이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는 불, 네가 선 자리가 바로 부처님 계신 자리.  불교가 추구하는 목표, 불자로서의 삶의 태도 등에 대한 대화이다. 처음에는 두 스님의 말씀이 지나치게 어려우면 어떻게 할까 지레 겁을 먹었는데 질문하는 법정스님이 무식한 중생이 알아듣기 쉽게 질문해 주셨고, 그 질문에 맞게 성철 스님께서도 쉽게 답해주셨다.

두 큰 스님께서 주고 받는 이야기가 참 따뜻했는데 스승으로서 성철 스님께서 후학인 법정스님을 아끼셨기때문에  내용까지도 훈훈했던 것 같다.

첫 대화에서 3천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성철스님을 만나기 위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에 대해 성철스님은 "남을 위해 기도하고, 절하라"고 3천배를 시킨다고 하셨다. 직접적인 가르침은 아니지만 우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이이지만 중생이 모두 부처라는 사실,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다는 것, 부처님이 계신 곳은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라는 말씀. 곱씹을수록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가 말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어디에 살든, 어떤 종교를 믿든 거장들의 철학은 비슷한 듯 하다.

그리고 스님들이 공부하는데 꼭 지켜야 할 5계를 말씀하셨는데 지금 나에겐 이 말씀이 크게 와 닿았다.

잠을 적게 잔다. 말하지 말라, 문자를 보지 말라(지식에 얽매이지 말라), 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마라, 돌아다니지 마라. 정말 쉽지 않은 약속들이지만, 이것만 지키면 어떤 공부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론의 역할, 정치와 종교와의 관계, 최고 권력자의 태도, 교육 정책에 대한 대화들도 감명적이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성 회복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알고 보면 상대방의 가치를 알고 보면, 나도 부처, 너도 부처, 다 부처라고, 서로 존경안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인간이 배제되고 지식만 남무하는 현사회를 잘 짚어주셨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 성철스님의 출가사연도 보너스처럼 실려있고 처음을 법정 스님의 글로 시작했듯이 후반부도 법정 스님의 글로 끝나는데 거기에 성철스님의 열반송이 소개되어 있다.

 '한평생 무수한 사람들을 속였으니

그 죄업 하늘에 가득차 수미산보다 더하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이리

한 덩이 붉은 해 푸른산에 걸려있다.'

거칠지만 가슴에 콱 박히는 겸손하고 아름다운 열반송이다.

두 스님이 가시고 난 뒤에 이렇게 예쁜 책이 발간되고, 또 그 책을 아무런 고민없이 사서 읽었기에 이런 아름다운 여운을 가지게 된다. 참.,,인연이란.

이 책엔 두 분의 말씀만큼 아름다운 자연풍광 사진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가 본 적이 있는 곳도 더러있다. 그 풍광들을 보고 있으니 두 분의 말씀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곁에 두고 두고 읽으며 구절 구절 꼽씹어보아야겠다. 야무지게 씹어야 더 달게 느껴질 듯 한 아름다운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동화작가 중에 삶의 본질적인 철학 문제를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훌륭한 작가가 있다. 바로 황선미 작가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이며 "나쁜 어린이표",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등의 저자이시다. 어려서부터 워낙 힘들게 살아온 경험이 있으셔서 가난때문에 힘들어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게 잘 풀어 놓는 작가이다.

파란 슬픔. 가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환경속에서도 힘을 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황선미 작가가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황선미 작가의 신작. 겨우 내 손에 와 닿았다. 책 앞부분에 "아버지께 너무 늦은 선물을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빈 엣 쓰여졌다고 한다.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이 작품 하나에 집중하여 끈질기게 써 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낡은 책상의 의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에 의지해서 책을 펼쳤다. 무엇보다 이 책이 아름다웠던 것은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삽화가  책에 숨어 있었는데 그림은 봉현 작가가 맡았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인과 아이들"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왔다.

강노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마을과 강노인의 집.

어느 날 불쑥, 한동안 버려졌던 집의 주인 강노인이 나타나 강노인의 집과 뜰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던 동네사람들을 쫓아내기 시작한다. 마을사람들의 돌봄을 받지 못한 강노인의 뜰은 서서히 죽어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강아지 짓는 소리가 끊긴 타락한 자연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강노인이 그렇게 하는 데는 "거인"과는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하여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일들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왜 이 버찌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나 하나 풀리면서  강노인에 대한 경계도 봄날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문장 하나 하나가 아름답고 아이들과 맺어나가는 우정이 참 이쁘다.


황선미 작가의 신작. 어른들이 읽어도, 아이들이 읽어도 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