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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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란 영화를 봤다. 얼마나 울었든지 꺼이꺼이 남들이 다 쳐다 볼정도로 울었다.

생체 실험 대상이 되어 이름모를 주사를 맞아가며  죽음에 한발 한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던 동주와 몽규. 그들이 처절하게 싸웠던 일본이 무너지기 겨우 6개월 전. 남의 땅에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젊은이에게 미안해서 꺼이꺼이 울었던 것 같다. 한참 울고 보니 영화속에 나왔던 윤동주의 시를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시, 별헤는 밤 정도 외우고 있을 정도이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이런 제목으로 시를 접한 적은 있으나 그의 시를 정성을 담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미쳐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더니 1955년 증보판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출판된 책이 있었다.

얼른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요즘은 얼마나 빨리 배송되는지 다음날 바로 받았는데 받자 마자 나는 또 울었다. 윤동주 시인의 자필원고가 인쇄되어 있는 책자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 글씨가 윤동주님의 글씨인가, 그렇게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그 글씨인가 싶으니 눈물이 팽 돌았다.

그리고 아주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먼저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제목이 보였다.

참으로 얌전하고 단정한 윤동주의 모습.

 

이 시집의 제일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시는 서시이다.

1941년에 씌여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시.


80년대에 언듯 본 적이 있는 타자기. 그 타자기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쇄술로 인쇄된 시.

그 시를 또 한 자 한 자 눌러 읽는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영화속의 고뇌하던 윤동주가 그냥 그대로 보이는 아름답고 안타까운 시가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유난히도 봄을 기다리고 어둠을 싫어하는 윤동주의 감성이 정말 잘 나타나 있는 시가 아닌가?

세로쓰기에다 한자까지 섞여 있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한 자 한 자 아껴 읽으면 윤동주의 감성이 그대로 와 닿는 아름다운 시들로 가득한 보물과도 같은 책이다.  책 뒤편에 보면 이 책을 주도해서 만들었던 정병욱 선생과  윤동주님의 동생 일주의 아름다운 후기가 있는데 이 후기도 눈물이 아른거릴정도로 아름답다.
고향에 돌아오길 그렇게도 기다렸던 동생과 후배의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글들이다.
1955년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이 책은 책이 아니라 감성의 보물이되어 나에게 와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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