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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책에 미친 바보(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내가 이덕무란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안소영 작가의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서였다.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나는 박제가, 박지원, 유득공 정도의 이름과 업적은 알고 있었지만 이덕무란 인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가 안소영 작가의 책을 읽고나서 그의 뭉클한 삶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여러가지 책을 읽었었다.
이덕무가 자조적으로 칭한 간서치를 보다 직접적으로 번역한 제목인 "책에 미친 바보"도 아마 그 후에 사놓은 책인 듯 한데 그동안 나의 손길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주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든 들었다. 5년동안 나의 눈길을 지루하게 기다렸을 이 책을 한 번 어루만진 후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서자였고, 어려서부터 가난과 질병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음에도 불구하고 어릴때부터 스물 한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선인들의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으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리저리 갔다 왔다 하기도 했으니 멀쩡한 사람으로 보일리는 만무했으리라. 스스로를 간서치라 칭하고 자신이 거처하던 곳을 구서재라 부르며 분야를 막론하고 책을 읽었다. 가난하여 굶는 날이 허다했지만 붓을 잡고 문장을 지으면 아침에 피는 꽃처럼 화려했단다. 그는 독서의 유익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조금 배가 고플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두 배로 낭랑해져서 책 속에 담긴 이치과 취지를 잘 맛보게 되니 배고픔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둘 째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편안해져 추위도 잊을 수 있게 된다. 셋째,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와 함께 하나가 되고 마음은 이 치와 더불어 모이게 되니, 천만 가지 생각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기침이 심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막히는 것이 없게 되니 기침 소리가 순식간에 그쳐버린다. (P51)
배고프고 춥고 근심 걱정이 생기고 몸이 아파도 끊임없이 책으로 그 고통을 견뎌나간 이덕무의 삶이 눈앞에 그려저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일갈에 놓았다.
"첫째 경문을 충분히 외워야 하고, 둘 째 여러 사람의 학설을 모두 참고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해서 장단점을 비교해야 하며, 셋째 깊게 생각해서 의심나는 것을 풀이하되 자신감을 갖지 말고, 넷째 사리에 밝게 분별해서 그릇된 것을 버리되 감히 스스로만 옳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P56)
책을 많이 읽고 많이 깨달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겸손하길 당부했다. 까치가 집을 지을 때 상량문을 지어 주는 여유, 그리운 친구들에게 보낸 아름다운 서간문속의 우정,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 했던 기개 등이 그의 글 속에서 묻어난다.
이 책은 약 400쪽에 달하는데 262쪽부터는 부록이다. 편역자의 주, 이덕무 연보 ,글의 원문등이 온전히 수록되어 있어 이덕무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멋진 자료가 될 듯 하다.
정약용의 글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한시를 읽을 수 있고 번역할 수 있다면 그 깊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싶었다.
시간이 생기면 원본을 조금씩 필사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슬픈 이덕무의 삶. 그 삶 그대로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고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