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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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병천 이해인 최열 엮음 문학동네
시.
짧지만 어렵다.
그렇게 느끼는 까닭인지 얇은 시집 읽는 것이 두꺼운 양장본 소설 읽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그래서 자꾸 읽는 것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김용택 선생님의 시는 참으로 쉽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는 사랑, 자연, 사람이 숨쉬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특히 그가 지은 동시는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참말 좋다.
그래서인지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그가 지은 시는 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가 초등학교 교사였기 때문이다.  
남자 교사가 초등학교에서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연속에 묻혀서 시를 지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그가 참 대단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환갑과 함께 38년간 직업으로 삼았던 초등학교 교사의 퇴임을 기념하여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글을 써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어른아이 김용택"이다.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최열......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의 퇴임을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이 부러워 얼른 집어들었다. 3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가지고 있던 직업을 그만 둔다고 생각했을때 얼마나 마음이 착찹했을까? 그런데 그의 퇴임을 주변사람들이 글을 통해 격려해주고 위로해주었으니 김용택 선생님은 스스로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면서 인생을 60년이나 잘 살아왔다고 축하해 주는 환갑 잔치는 어느덧 사라지고 60이면 청춘이라고 말하는 시대이므로 김용택 선생님의 선택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그 출발에 시인, 소설가, 환경 운동가, 제자, 교수들이 축복을 해 주는 것이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후배들에게도 "형"이란 호칭으로 불리길 좋아 했으며, 격이 없이 어울리는 인간 관계 윤할유 역할을 했던 시인 김용택에 대한 축복이 넘쳐났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의 시선에서 봤을 때 고개를 한 번 쯤 갸웃거리게 되는 점은 교사 퇴임인데 동료 교사, 혹은 선후배 교사들의 축복은 왜 빠져 있을까 라는 것이다. 긴 세월동안 교육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울고 웃었던 교사들의 축복도 녹아 있으면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섬진강이 아프면 같이 시름 시름 앓게 되는 시인 김용택, 퇴임교사로서 뒷방이나 지고 앉아 세상을 관망하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교실삼아 새로운 제자들을 길러내는 세상 선생님 역할을 꾸준히 해 내실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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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빛이네 엄마표 영어연수
이남수 지음 / 길벗스쿨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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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남수, 길벗스쿨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단편적인 지식 암기에 강해서 그런지 10문제 중 8문제 정도는 무난히 맞춘다. 그런데 내가 헤매는 퀴즈는 영어 퀴즈이다. TV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영어 퀴즈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데 자막을 보지 않고 듣기 만으로 영어퀴즈를 맞추려 애를 쓰면 전혀 못 맞춘다. 결국 자막을 봐야만 해결이 된다.
좋아하는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자막 없이는 대사가 들리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학교에서 받은 중, 고등학교의 영어 교육, 대학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한 영어 등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문장 해석은 되어도 듣기가 전혀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콕 찝어내는 책이 있다.
이 책 "솔빛이네 엄마표 영어연수"는 모국어 습득 과정과 똑같이 듣기부터 시작하여 영어 교육을 사교육 없이 집에서의 활동만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딸 둘을 키우면서 많은 육아서적을 보아왔다. 모든 책이 다 그러하겠지만, 육아도서는 읽은 만큼 도움이 되었다. 물론 많이 도움이 되느냐 아주 적게 도움이 되느냐라는 차이점은 있다.
이 책도 처음 볼때는
  '솔빛이네 엄마가 한 방법 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라는 아주 작은 소망을 가지고 펼쳐 들었는데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솔빛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터잡기라 하여 모국어 교육을 강화하여 기초를 마련하라고 말한다.  모국어는 듣기부터 시작되지만 마무리는 책읽기이다. 모국어 책읽기가 안 되는 아이들에게 외국어 공부는 모래사막에 성을 쌓는 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에게 쌓여진 지식체계가 없으면 외국어 교육은 절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주 어릴때부터 이중언어생활에 노출되어 모국어 교육을 소홀히 받은 아이들이 이제 와서 각종 휴유증에 시달린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어리석은 엄마들을 탓하게 된다. 솔빛 엄마는 무엇보다 모국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모국어 교육에 주력하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 쯤 본격적인 듣기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듣기는 주로  비디오 보기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어로 된 비디오를 자막을 가려가며 하루에 30분 이상씩 꾸준히 보게 했다고 한다. 요즘에야 비디오보다 디비디라는 훨씬 좋은 매체가 있으므로 디비디를 활용하여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으라. 아이가 본 비디오 소리를 녹음하여 잠자리에서도, 멀리 여행갈 때도 언제 어디서든지 흘려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비디오를 본 지 9개월이 지나서 솔빛이가 중얼 중얼 흥얼 흥얼 비디오에 나오는 대사를 듣고 따라할 수 있었다 한다. 정확하고 명료한 발음은 아니지만 들리는 대로 연속하여 따라 말하기 솔빛엄마는 '연따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연따말 단계를 지나고 나면 '정따말'이라고 하여 정확하게 따라 말하기 단계에 들어간다고 한다. 듣기, 말하기가 어느 정도 되면 CD를 이용하여 영어  쓰기 단계에 접근한다. 영어로 낙서도 해 보고 영어로 일기도 써 보면서 서서히 영어 쓰기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한다.
문법에 치우친 영어 교육이 아니어서 중학교 들어가면 고생할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모국어적인 감각으로 문법도 무난히 해결했다고 한다. 영어를 잘 하게 되니 비디오를 통해 일어도 익히게 되고 각종 자원 봉사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무한대로 발휘하면서 솔빛이는 청소년기를 보낸다.
영어 사교육의 폐단이 싫어 아이들 직접 가르치게 된 엄마의 다양한 방법이 참으로 놀랍고, 공교육을 과감히 포기하고 홈스쿨링을 택하는 솔빛엄마의 용기를 높이 사고 쉽다.
이런 엄마표 교육 방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늘 가까이 있어야 되고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며 불안을 없애주는 역할을 엄마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까딱 잘 못하다가는 엄마와 아이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고, 잘못된 교육 방법을 택하여 오히려 아이의 교육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솔빛 엄마처럼 완벽하게는 못하겠지만 어쩐지 내 아이와 함께 실천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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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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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창비

공항 근처를 지날 때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어디서 오는 걸까?' ,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 비행기 속에 나의 영혼을 올려 놓는다.
짧은 시간 이루어지는 유체이탈이지만 참으로 유쾌하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일탈행위이다. 나의 머리카락을 잡아끄는 듯한 현실의 갖가지 책임감, 의무, 걱정 근심을 모두 남겨두고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무한 자유지대로 떠나는 행위이다. 하지만 마음 내킨다고 해서 아무 때나가 떠날 수 없는 것 또한 여행이다. 철저한 준비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배려가 있어야만 떠날 수 있다.

여행할 권리.
제목을 보는 순간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설레임이 먼저 다가왔다.
글 잘쓰는 김연수 작가는 어딜 여행했으며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사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나에게 쉽지 않았다.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듯이 장면 장면을 외워야만 페이지가 넘어간다. 하지만 '청춘의 문장들'이란 수필은 참 재미났다. 어쩜 이렇게  멋진 표현, 감동적인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했었는데 이번 수필은 재미와 감동, 게다가 유머까지 겸비하여 책장을 넘기면서 소리 크게 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는 "국경"에 대한 집착, 애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남쪽 3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경을 걸어서 넘는다는 것은 '배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보려 무단히 애썼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를 벗어나 보려는 그의 일탈행위가 참으로 부러웠다.
아버지의 고향, 일본의 나고야 하고도 차지미하하고도 카사하라까지 굳이 찾아간 작가는 어릴때 느꼈던 아버지와의 자신의 이질감을 극복하게 된다. 역시 국경을 넘어간 뒤에야 아버지의 삶을 민족이나 국가라는 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과는 달리 여기 저기 재미있는 표현, 단어가 정말 많은데 제일 많이 웃었던 여행은 독일 여행이다.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위한 여행이었을 독일 여행은 예술가을 위한 빌라 콘코르디아에서 지낸 시간들이다. 3개월정도 체류하면서 각국의 예술가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묘사했는데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질감, 동질감을 참 맛깔스럽게 표현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히피, 일본인 할머니 후사코의 멋진 말.
"모든 건 너에게 달린 문제이다. 네가 여기서 살고 싶다면 너는 여기서 살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경제력, 시간 등등을 따져봐서 안되겠다고 포기해 버린, 하고 싶어도 참고 가슴 한 쪽 구석에 꾹꾹 넣어둔 순수한 욕망을 자극하는  말이었다.
소설'굳빠이, 이상'의 취재 여행이었을 일본 도쿄의 여행.
비운의 작가 이상의 죽음과 관련된 동시대 작가, 박인환, 김수영등에 대한 묘사도 참 좋았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국경을 넘었던 이상. 자살에 가깝도록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까지 그가 겪었던 고통, 한계점등이 새롭게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언제라도 매혹 시킬 세개의 공간을 소개한다.
역, 휴게소, 공항.
단어의 나열만으로도 이미 나의 현실을 벗어난 듯한 몽롱함에 빠지는 듯 하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여행에 대한 멋진 생각들이 매력적이다.

김연수. 그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씌여진 각종 시, 소설 등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 사람이다.
그는 각 나라의 언어를 깨치지 위해 가족과 긴 시간을 떨어져, 낯선 곳에서 지내야했고, 소설의 취재여행을 위해 숱한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문학이란 가장 멀리까지 가본 자 만이 하는 행위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문학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도, 그의 문학이 기대 되는 것도 월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자세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무궁한 그의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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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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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연수 | 마음산책

  김연수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역사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 개인의 상처와 아픔과 무관하지 않은 한국의 역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복잡한 소설이었다.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두번씩이나 도전해서 완독했었다. 읽기 쉽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던 작품이라 그의 다른 작품을 주문해 두고 있을 때 여동생이 그의 산문집이라면서 "여행의 권리"와 이 책을 빌려주었다.
소설이 좋아서 산문집까지 읽었는데 '이건 아니올시다'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건 산문집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사적 영역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집은 선택이 쉽지 않은데 그 망설임을 없애 준 것이 이 책의 부제,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이다.
김연수 작가의 젊은 시절을 담아 둘 수 있는 문장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쉽게 책을 펼치게 해 주었다.
청춘.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시절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시절이다.
그 시절을 함께한 음악, 문학, 예술 작품들은 잊혀지는 듯 해도 알게 모르게 삶의 방향을 조절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고전 문학,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고전문학, 김광석, 카핀터즈, 롤링 스톤, F.R.데이비스의 노래와 서양 여러 시인들의 시 등등이 그의 비어 있는 도넛과도 같은 삶은 완성해준 문장들이다.
해설문이 없다면 뜻조차 알 수 없는 고전 문학에서 목메이는 감동을 받았다 하니 그의 폭넓은 문학 이해도가 상당히 놀라웠다. 하지만 더 큰 감동은 그가 소개해 주는 문장 하나 하나에 얽혀진 청춘의 기쁨, 허무, 슬픔, 불안 등의 감성에 그대로 빠져들도록 하는 그의 설득력이다.  완전하지 못한 철부지의 사랑, 부모님에 대한 연민, 직업이 된 작가에 대한 단상, 방위생활, 단조로운 학교 생활 등등 개인 김연수의 청춘 속에 폭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 김연수와 나는 70년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똑같은 교과서로 배웠을 것이며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 ,TV 프로그램을 보며 자라났으며 같은 소설과 예술을 보면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가 언급하는 청춘은 곧 나의 청춘이 되었다. 내 머리에 남아 있기나 한가 싶었던 학창시절, 애매했던 대학 시절, 직업 전선에 뛰어 들던 불안한 청춘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문장에 얽힌 청춘.
나 보다 먼저 살다간 선배 인생들의 글에서 자신만의 청춘을 찾아 소개해 준 김연수.
그 덕분에 잊었던 청춘의 열정, 기쁨, 설레임, 불안 등이 다시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잠시 멈추어 선 나의 인생에 윤할유가 되었다.
삐그덕 소리 나던 내 삶이 다시금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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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조정연 지음 / 국민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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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정연|국민출판

  이 책의 표지 사진을 보는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것은 작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어린상인'이다.
캄보디아 앙코르 왓 유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면 반드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팔찌, 목걸이' 등의 민속 기념품이나 과일 등을 담은 바구니를 끼고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원달라, 원달라"를 끊임없이 외치던 아이들. 이제 막 돌이 지났음직한 동생의 손을 잡고서 물건을 팔러 온 소녀, 바다와 같은 톤레샵 호수 한 가운데 양동이를 타고 나와 바나나를 팔던 소년을 보는 순간 눈물이 참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이렇게 내팽겨쳐 놓은, 아니 이용해 먹는 어른들이 밉고 야속한 내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정말 맑고 깨끗한 얼굴로 웃고 있는게 아닌가? 물건이 팔리면 좋겠다 라는 단순한 소망만 갖고 있는 듯 불행하다든지
우울한 기색이 전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 왔다.
읽으면 가슴 아플 것 같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놓았다.
그러나 손 끝에서 떨어지지 않는 책, 다시 펼쳐 들었다.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는 서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어린이 상식 테두리 밖에 있는 이름도 낯선 나라에 사는 어린이들의  삶이 펼쳐져 있다.
살기 힘들어 입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팔아버려 남의 집 식모 살이를 해야 하는 가봉의 아미나타,
아버지 친구에게 속아 낙타 몰이꾼으로 팔린 아랍 에미리트의 알스하드,
빚 독촉에 시달린 엄마가 해결책으로 세번째 부인이자 하녀로 팔려가야만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굴미란의 딸,
쓰레기 더미에서 할머니와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케냐의 소피아,
역시 메케한 연기 가득한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캄보디아의 라타,
집이 없어 비가 오면 어린 동생을 팔에 안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인도의 찬드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년병이 되어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죽이는 시에라리온의 모하메드,
학교에 가서도 목화 따는 노동을 해야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일홈,
채찍을 맞아가며 카카오 농장에서 일 해야하만 하는 코트디브아르의 아이디.
모두 9명의 삶이다. 일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이, 어른들의 뜻에 따라 팔려가고 일해야만 하고 맞아야만 하는 삶이다. 먹고 자는 단순한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삶이다.
제 3세계. 자본주의, 공산주의 어느 진영에 포함되지 않는 나라들을 지칭하는 정치학적 용어이지만  경제적인 면과 관련지어 볼때 지극히 못사는 나라들이다. 너무나 심한 빈부의 차, 높은 인구 밀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농업 형태 등등 공통점을 가진 나라에서의 어린이 삶은 최약자의 삶이다. 외부의 도움조차 미칠 수 없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삶에 정말이지 화가 난다.
그런체 책 제목이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이다.
이런 아이들이 있으니 그만 불평하고 행복한 줄 알아라 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언듯 상상되었다면 지나친걸까? 물론 작가는 세상에 불행한 아이들이 없도록 행복을 조금씩 나눠주는 어린이가 되자라는 뜻에서 만든 책이겠지만 제목 때문에 점수를 조금 깎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나는 참 많이 행복한 어린이다. 그러니까 저 불행한 어린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라고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야무진 마무리를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인 나는 읽고 나니까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껴야만 하는 참 마음 아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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