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 마음산책

  김연수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역사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 개인의 상처와 아픔과 무관하지 않은 한국의 역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복잡한 소설이었다.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두번씩이나 도전해서 완독했었다. 읽기 쉽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던 작품이라 그의 다른 작품을 주문해 두고 있을 때 여동생이 그의 산문집이라면서 "여행의 권리"와 이 책을 빌려주었다.
소설이 좋아서 산문집까지 읽었는데 '이건 아니올시다'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건 산문집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사적 영역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집은 선택이 쉽지 않은데 그 망설임을 없애 준 것이 이 책의 부제,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이다.
김연수 작가의 젊은 시절을 담아 둘 수 있는 문장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쉽게 책을 펼치게 해 주었다.
청춘.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시절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시절이다.
그 시절을 함께한 음악, 문학, 예술 작품들은 잊혀지는 듯 해도 알게 모르게 삶의 방향을 조절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고전 문학,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고전문학, 김광석, 카핀터즈, 롤링 스톤, F.R.데이비스의 노래와 서양 여러 시인들의 시 등등이 그의 비어 있는 도넛과도 같은 삶은 완성해준 문장들이다.
해설문이 없다면 뜻조차 알 수 없는 고전 문학에서 목메이는 감동을 받았다 하니 그의 폭넓은 문학 이해도가 상당히 놀라웠다. 하지만 더 큰 감동은 그가 소개해 주는 문장 하나 하나에 얽혀진 청춘의 기쁨, 허무, 슬픔, 불안 등의 감성에 그대로 빠져들도록 하는 그의 설득력이다.  완전하지 못한 철부지의 사랑, 부모님에 대한 연민, 직업이 된 작가에 대한 단상, 방위생활, 단조로운 학교 생활 등등 개인 김연수의 청춘 속에 폭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 김연수와 나는 70년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똑같은 교과서로 배웠을 것이며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 ,TV 프로그램을 보며 자라났으며 같은 소설과 예술을 보면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가 언급하는 청춘은 곧 나의 청춘이 되었다. 내 머리에 남아 있기나 한가 싶었던 학창시절, 애매했던 대학 시절, 직업 전선에 뛰어 들던 불안한 청춘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문장에 얽힌 청춘.
나 보다 먼저 살다간 선배 인생들의 글에서 자신만의 청춘을 찾아 소개해 준 김연수.
그 덕분에 잊었던 청춘의 열정, 기쁨, 설레임, 불안 등이 다시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잠시 멈추어 선 나의 인생에 윤할유가 되었다.
삐그덕 소리 나던 내 삶이 다시금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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