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조정연 지음 / 국민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연|국민출판

  이 책의 표지 사진을 보는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것은 작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어린상인'이다.
캄보디아 앙코르 왓 유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면 반드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손에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팔찌, 목걸이' 등의 민속 기념품이나 과일 등을 담은 바구니를 끼고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원달라, 원달라"를 끊임없이 외치던 아이들. 이제 막 돌이 지났음직한 동생의 손을 잡고서 물건을 팔러 온 소녀, 바다와 같은 톤레샵 호수 한 가운데 양동이를 타고 나와 바나나를 팔던 소년을 보는 순간 눈물이 참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이렇게 내팽겨쳐 놓은, 아니 이용해 먹는 어른들이 밉고 야속한 내 마음과는 달리 아이들은 정말 맑고 깨끗한 얼굴로 웃고 있는게 아닌가? 물건이 팔리면 좋겠다 라는 단순한 소망만 갖고 있는 듯 불행하다든지
우울한 기색이 전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 왔다.
읽으면 가슴 아플 것 같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놓았다.
그러나 손 끝에서 떨어지지 않는 책, 다시 펼쳐 들었다.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에는 서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어린이 상식 테두리 밖에 있는 이름도 낯선 나라에 사는 어린이들의  삶이 펼쳐져 있다.
살기 힘들어 입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팔아버려 남의 집 식모 살이를 해야 하는 가봉의 아미나타,
아버지 친구에게 속아 낙타 몰이꾼으로 팔린 아랍 에미리트의 알스하드,
빚 독촉에 시달린 엄마가 해결책으로 세번째 부인이자 하녀로 팔려가야만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굴미란의 딸,
쓰레기 더미에서 할머니와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케냐의 소피아,
역시 메케한 연기 가득한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캄보디아의 라타,
집이 없어 비가 오면 어린 동생을 팔에 안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인도의 찬드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년병이 되어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죽이는 시에라리온의 모하메드,
학교에 가서도 목화 따는 노동을 해야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일홈,
채찍을 맞아가며 카카오 농장에서 일 해야하만 하는 코트디브아르의 아이디.
모두 9명의 삶이다. 일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이, 어른들의 뜻에 따라 팔려가고 일해야만 하고 맞아야만 하는 삶이다. 먹고 자는 단순한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삶이다.
제 3세계. 자본주의, 공산주의 어느 진영에 포함되지 않는 나라들을 지칭하는 정치학적 용어이지만  경제적인 면과 관련지어 볼때 지극히 못사는 나라들이다. 너무나 심한 빈부의 차, 높은 인구 밀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농업 형태 등등 공통점을 가진 나라에서의 어린이 삶은 최약자의 삶이다. 외부의 도움조차 미칠 수 없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삶에 정말이지 화가 난다.
그런체 책 제목이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이다.
이런 아이들이 있으니 그만 불평하고 행복한 줄 알아라 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언듯 상상되었다면 지나친걸까? 물론 작가는 세상에 불행한 아이들이 없도록 행복을 조금씩 나눠주는 어린이가 되자라는 뜻에서 만든 책이겠지만 제목 때문에 점수를 조금 깎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나는 참 많이 행복한 어린이다. 그러니까 저 불행한 어린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라고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야무진 마무리를 해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인 나는 읽고 나니까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껴야만 하는 참 마음 아픈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