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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흔이 넘은 우리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님은 이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유명세 있는 호흡기 전문의 심영빈을 둘러싼 세 여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영빈의 10살 아래 동생 영묘.
심영빈의 아내 수경.
심영빈의 일탈 대상자 초등학교 동창 현금.
심영빈은 의사다.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되겠다던 어린 시절의 다짐과는 달리 명예를 중요시 하는 대학 교수님 의사가 되었다. 그가 증오해 마지 않는 단어 ‘연애 반 중매 반’으로 결혼이라는 사회적 과정을 거치게 되고, 형이 미국으로 도망가면서 지겹다고 던져버린 장남 노릇, 딸 둘의 아버지 역할, 티 나지 않지만 힘들어하는 고부관계의 긴장조절까지 해 나간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동창 현금이를 만난다.
현금은 오로지 돈만을 보며 대상자를 골라 결혼하게 되고 철저한 피임 끝에 종족번식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 적당한 위자료를 받아 이혼한다. 현금은 나쁜 여자이지만 영빈이 휴식이 필요하면 휴식이 되어 주고 영빈이 처져 있으면 위로를 해 주는 더할 나위 없는 영빈만의 연인이 되어 준다.
영빈의 여동생 영묘는 자칭 재벌이라 불리는 집안의 후계자, 경호와 결혼을 하나 아들 둘 낳은 뒤 경호는 선암 선고를 받고 자신이 암인 줄도 모르고 죽어간다.
자신의 남편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며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것에 좌절도 하지만 순응과 반역의 과정을 거쳐 홀로 서기를 감행한다.
영빈의 처 수경. 그녀는 교사다. 딸 둘을 낳고 쉼없이 구박당하며 아들을 낳기 위해 남편 몰래 피눈물을 흘리고 결국 마흔이 넘어 아들을 낳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삶의 형태가 지나치게 다른 세 여인.
과감하면서도 이기적인 현금. 그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윤리, 법, 도덕을 어겨도 선이 된다. 겉보기 완벽한 남자 영빈에게 순간순간 전율로 다가 설 수 있는 매력은 ‘가진 여성’의 당당함에서 나온 것일까?
아들 낳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마디로 불쌍한 여자, 배속의 아기를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인 여자, 수경. 시어머니의 아들 타령을 못들은 척 살면 나쁜 며느리가 될까?
고시공부 때려 치우고 잘 나가는 재벌집 며느리가 되었지만, 남편의 죽음도 원하는 대로 맞을 수 없었던 불쌍한 여자. 잘난 오빠 없이는 홀로 설 수 없었던 여자.
부록처럼 끝에 달랑 달랑 매달린 ‘치킨박’의 죽음은 자본주의, 가부장제도에 의해 왜곡된체 이루어진 지루한 허무의 절정이다.
대한민국의 여성.
많이 깨어야한다.
지금보다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