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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물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은? 그랬더니 대답은 "언제 공부할래?"라는 엄마말이 제일 듣기 싫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허락을 받으려 할 때, 재미난 책을 읽으려 할 때, 몸이 피곤해서 잠자리에 일찍 들 때,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엄마들은 잠시도 봐 주지 않고 "언제 공부할래"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아이를 책상으로 몰고간다. 책상에 앉는다고 다 공부하는 것은 아닐진대 잠시라도 책상을 벗어나면 엄마들은 힘겨워지는 모양이다.
눈만 뜨면 학교 가고, 밤 12시 넘도록 학원, 독서실을 거쳐 집으로 가야하는 생활. 그것이 학생의 생활이었고,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시험에 나오는 지식을 머리속에 넣는 작업을 가장 중요시하고, 그 공부라는 것은 때가 있기 때문에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억지로 작업속에 구속시켰다.
그래서 다들 공부라고 하면 고개를 짤래 짤래 흔든다. 두 번 다시 학창시절로 되돌아가서 공부하기 싫다고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를 싫어하지만 이 책의 작가 고미숙은 사람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를 한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공부란 학교와 사회가 강요하는 지식 암기를 비롯한 자격증 따기와 돈 벌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진짜 공부는 눈 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니고 있는데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즉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P 40)
말은 쉽고 뜻은 위대하나 눈 앞의 실리를 무시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고 허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는 앎의 코뮌을 형성하라고 말하고 있다. 10대와 60대가 소통할 수 있는 앎의 집합체,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스승을 만날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으며 앎, 공부 자체가 행복이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속도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요즘, 나에게 맞는 책을 찾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이왕 읽는 책, 킬링타임용으로 전락하는 책이 아니라 읽고 나서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를 바꾸어 줄 책을 원하지만 그런 책들은 어찌나 어렵는지 결국 포기하고 가벼운 읽을거리로 나침반 바늘처럼 되돌아온다.
이럴 때 나의 앎을 성숙시켜 줄 스승,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만해도 흥분된다.
작가가 추천하는 대로 "오래된 미래", 고전을 같이 암송하고 공부하며 또 공부의 최종심급이라는 글쓰기를 같이 할 수 있는 앎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기존의 배치를 거스르면서 전혀 다른 욕망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과감성, 전혀 다른 삶을 창안할 수 있는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같이 하는 공부. 상대를 밟고 일어서는 공부가 아니라, 서로 어깨를 맞잡고 일어서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통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