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탐험 이야기 - 새로운 세상을 연 탐험가들의
안나 클레이본 지음, 이안 맥니 그림, 안혜원 옮김 / 진선아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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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때부터 지도보는 일이 참 즐거웠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우리나라의 행정 중심지인 도청, 시청있는 도시 외우기는 광적으로 좋아했었고, 고학년이 되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수도 연결하여 외우는 일을 좋아했었다.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라는 동요를 열심히 부르며 걷다보면 세계를 한 바퀴 돌게 될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하곤 했었다.

  지도 속의 나라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체크하고 배웠던 역사를 되새겨보는 것도 시간 소일하기에 좋은 취미였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도 적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어른도 없었기때문에 스스로 찾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인터넷 검색 장치만 거치면 웬만한 지식은 쉽게 찾아지므로 알고 싶은 것도 없고, 찾아 보고 싶은 세상도 없다. 그러니 우리 어릴때처럼 스스로 지도를 찾아 보는 경우가 드물다. 지도를 보고 내가 가보지 못 한 곳을 상상하는 여유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가고 싶은 대학은 있으나 이루고 싶은 꿈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 해 줄 좋은 책을 한 권 찾았다.

"새로운 세상을 연 탐험가들의 위대한 탐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탐험가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책이다. 즉, 교통수단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을때 초기의 탐험부터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이루어진 남극,북극, 심해 탐험까지 모두 언급되어진 책이다.

인류가 어떻게 삶의 터전을 찾아 냈으며, 어떻게 미지의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했는지 역사적 순서대로 언급되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는 고대 이집트 탐험가부터 시작되는 초기 탐험이야기에는 바이킹, 마르코 폴로, 이븐 바투타의 탐험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무역 상대국, 보물, 새로운 영토를 찾아 머나먼 곳으로 떠난 정화,콜럼버스,콘키스타도르, 마젤란의 탐험이야기가 두번째로 소개되어 있고, 과학의 힘을 빌어 이루어진 탐험들 즉, 쿡 선장의 모험, 서부 미국인들의 우상과 같은 루이스, 클라크의 아메리카 횡단 모험, 아프리카를 탐험한 리빙스턴 박사, 역시 아프리카를 탐험한 여자 탐험가 메리 킹슬리, 호주 대륙을 탐험한 찰스 스터트가 소개된 세번째 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문센의 남 극탐험, 피어리의 북극 탐험, 지하와 깊은 바다 탐험이 마지막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평상시에 잘 알지 못했던 많은 탐험가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도 삽화 덕분이다. 탐험이 이뤄진 시대의 특징을 잘 살린 지도가 섬세히 그려져 있으며 그 시대의 지명, 이동경로등이 확실하게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삽화뿐 아니라 사진 자료도 풍부하여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세계사도 어느정도 섭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 뒤편엔 탐험연대표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어 탐험 역사의 알짜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탐험가 사전이 있어 알파벳 순서대로 탐험가와 그 탐험가의 업적이 소개되어 있어, 암기도 가능할 서 있도록 해 놨다.

저학년들이 읽다가 모르는 용어를 만나 책 읽기를 그만두지 않도록 용어사전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1권의 책으로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다.

새로운 세계,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 하는 어린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들의 마음을 알려주고 싶으면 이 책을 꼭 선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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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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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픽 노블이라고 했다. 이것은 또 무슨 쟝르를 의미할까? 궁금해 하며 책 표지를 넘겨 책 본문을 보기 시작하다가 "헉!" 하는 신음을 내고는 얼른 주위를 살피며 책을 닫아 버렸다. 옆에 초등학생의 딸 아이가 보고 있었는데 여자의 나체가 본문 시작부분에 그려져 있었기때문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어 살짝 당황했다.
아이들이 잠 든 후 다시 책을 펴 들었다. 만화였다.

만화는 어린 시절부터 금기시되어 왔던 쟝르의 책이었고, 탈선의 근원이라 여긴 어른들때문에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때문에 어른이 되어 만화를 볼 때는 그림은 전혀 보지 않고 글만 읽으며 줄거리를 잡아내니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냥 그렇게 만화는 내게서 멀어져갔는데 드디어 깜짝 놀랄 분야의 책을 만난 것이다.

그냥 만화가 아니었다. 표지에 한복입인 여인이 담배를 피며 앉아 있는 모습에서 큰 우수를 느낄 수 있었는데 표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이 책 전체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으로 그려진 만화였다. 언듯보면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많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만화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우편주문 신부" 와 비슷한 용어는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미국으로 애니깽을 키우러 떠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장가를 들 수가 없어 고국에서 보낸 사진만 보고 신부를 골라 데리고 와서 결혼하는 제도였다.

그 단어가 캐나다에도 있었다.

근면하고, 충실하고, 순종적이고, 귀엽고, 이색적이고, 가정적이고 순진한 소녀를 원하는 캐나다 밴쿠버의 한 젊은 남자, 몬티는 카달로그를 보고 한국여인 경을 주문한다. 여자가 필요했던 남자,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여자, 그렇게 이해 관계가 맞아 캐나다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 가족이 되었지만 가족 생활이 원만할 수 없었다.

  무조건 순종적이고 가정적이기만 요구하는 남편과는 달리 경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누드 모델도 즐기고 싶고, 친구들과 만나 세상을 이야기 하고 싶다. 결국 가정을 이루고 사는 두 사람의 인생의 목표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녀도 가정을 이루고 살면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갈등을 참지 못해 이혼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마당에 오직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뛰어든 두 남녀가 어떻게 순탄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결혼의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지나치게 큰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어도 낯설고, 문자도 낯설고, 문화도 낯선 여자들이 약자가 되고, 남편은 약한 여자를 배려하고 도와주며 언어에, 문자에,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이끌어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남성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세우며 여자들을 억압한다.

결혼 생활의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이 엄마가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행은 빠지지 않고 뉴스감으로 떠 오르는데, 단일민족의 기치를 높이 세우기 바쁜 우리는 아직도 다른 나라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로 인해 그들이 받는 고통은 우리 사회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몬티가 이쁘게 여기던 머리카락도 싹뚝 잘라버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려하는 경. 그녀가 머나먼 타국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자리잡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건강한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

그래픽 노블. 새로운 쟝르를 알게되어 그것 또한 책 읽는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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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면 영어가 쉬워진다 - 뇌의 메커니즘을 활용한 원리 학습법
정지환 지음 / 한솜미디어(띠앗)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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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 영어와 담쌓고 살아온지 15년쯤 되었다. 4년전 쯤 미국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1달 가량 머물면서 내 영어 실력으로도 어렵지 않게 여행했다는 자부심으로 영어를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브레이크는 딸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서 걸렸다.  내가 그랬듯이 준비없이 공부해도 그럭저럭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믿음으로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 아이의 영어교육을 거의 방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걱정은 되어서 여러가지 영어 교육 관련서적을 읽으며  딸 아이에게 맞을 법한 영어 교육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제목, "뇌를 알면 영어가 쉬워진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영어 교육과 뇌의 작용에 관한 논문쯤 되는 어려운 책은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저자의 약력을 살펴봤다.

작가 정지환은 현 영어학원 강사라고 한다.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즉, 영어가 전공이 아닌 사람이 영어 교육에 관한 책을 쓴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못할 만큼 어려운 이론을 내세우는 교육학은 아니겠다 싶어서 책을 살며시 펼쳐보았다.

그는 이 책을 4부분으로 나누었는데 1장에서는 기억계층시스템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설명한다.

흔히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기억체계가 나눠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장기 기억을 다시 일화기억, 프라이밍 기억, 절차기억, 의미기억으로 나눈다는 것은 생소한 것이다. 즉, 영어라는 언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억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화기억, 프라이밍 기억, 절차 기억, 의미 기억이 유기적으로 잘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 절차 기억과 의미 기억의 유기적 결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말하기 절차 기억이라는 것이다.

많은 영어교육책에서 주장하는 영어 따라 말하기의 중요성의 이론이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2장과 3장에서는 기억력의 한계가 다른, 이해력이 다른 성인과 어린이의 영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어린이는 의지에 따라 던어나 영어 문장을 그대로 외우고 익히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문법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한다. 어른은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문법을 익히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능력은 아이들보다 떨어지고 문장을 외우며 학습하는 것을 싫어한다" (P 80)

 

따라서 성인과 어린이의 영어 학습 방법은 기억 체계가 달라지므로 당연히 달라 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어린이와는 달리 듣기 절차기억이 퇴화한 어른의 경우는 문장을 듣고 기억하지 못하므로 영화, 드라마의 스크립트를 이용하여 읽고, 듣고, 말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주장하며 어린이의 경우는 초등학교 5,6학년이 되어야 영어 문법을 이해하므로 그전까지는 표현중심의 영어를 하다가 핵심적인 문법의 부분을 가르쳐 주고, 영어 동화책을 이용하여 문장 훈련을 하며 만화 영화나 시티콤을 보고 문장을 연습하고, 회화 훈련을 하라고 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어떻게 영어 강사가 되었는지 개인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있다.

사실 '비전공자'가 설 수 있는 공간이 적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비전공자가 열성과 성실로서 전공자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참 많다. 작가 정지환씨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때까지 많은 영어교육을 책을 읽어 왔지만, 왜 영어를 크게 따라 말해야 하고, 문법은 늦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초등학교 5학년짜리 내 딸아이가 어떻게 영어를 하면 좋을 지 어느 정도 길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참 고맙다.

작가의 정성으로 대한민국 어른, 아이 모두 영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조금씩이라도 줄어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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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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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때문에 링컨 대통령에 대한 광풍이 불었었다.
항상 유행에 뒤처지는 나는 이제서야 링컨 대통령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고, 나의 무지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선택했다.  두꺼울수록 대통령 링컨, 변호사 링컨, 남편 링컨, 아버지 링컨, 아들 링컨, 그리고 인간 링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다지 친절한 책은 아니었기때문이다. 적당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링컨에 대해 워낙 무지한 탓도 있겠지만, 큰 강물 속을 흐르는 물줄기가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가기도 하듯이, 전체적으로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져있으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조금씩 엉켜있어서 실타래를 풀듯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야만 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책 뒤쪽에 배치되어 있는 링컨의 연보다. 하도 자주 뒤쪽을 넘겨봐서 연대를 외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책의 작가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전기문의 내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는데, 프레드 캐플런은 언어와 링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이 책을 쓴 듯하다. 책의 서문도 "링컨에게는 글이 무척 중요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첫문장을 읽으면서 나의 가슴이 갑자기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랬단 말인가? 그가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이유도 "글, 언어"에 있었던 것인가? 과연 그는 어떤 글을 읽었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에서는 링컨 그가 셰익스피어를 사랑했으며, 번스, 바이런을 읽으며 인격과 인간 본성, 사회를 보는 시각을 형성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윌리엄 그람쇼가 쓴 미국 역사책을 읽고 미국을 역사를 바로 세우려 마음 먹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시를 읽고 썼으며 문학을 사랑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이십대에 일리노이 주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연설덕분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마틴 발저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링컨 특유의 정직함이 가미되어 언어를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껴, 그는 항상 언어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랬기때문에 그가 직접 쓴 연설문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유명한 문구가 포함된 게티즈버그의 연설. 미 합중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미국 국민을 감동시킨 그 연설문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링컨이 그렇게 즐겼던 독서를 통해 정확한 언어, 간결한 어법, 논리적인 짜임새를 정교하게 엮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링컨 대통령의 단순한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은 이 책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인간 링컨, 그를 만든 그 무엇인가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반드시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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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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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 불리는 것은 어떤 한 시대의 같은 종류의 문화 컨텐츠 중에서 대중에게 선택되어 세월이 지나도 대중들이 외면하지 않는 문화 컨텐츠라고 정의한다면, 몇 백년이 지난 컨텐츠라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 고전 문학은 고등학교 시절 외에는 따로 읽어보려 노력하지 않는다.

한문으로 되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글로 되어 있더라도 원문의 해석이 만만치 않고, 국문으로 번역한 작품도 만만하지가 않다. 게다가 춘향전이니, 심청전이니 하는 고전들은 영화화 되기도 하고, 애니매이션, 전래 동화로 다시 태어나 원문을 읽지 않았어도 훤하게 줄거리를 잘 알고 있는 탓에 다시 만나고 싶은 욕망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애석해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읽지 않았으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 짐작으로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읽어봤자 큰 감동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감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등이 우리가 우리 고전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현우, 오세정 이  두사람은 고전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 무작정 고전을 읽어보세요라고 강권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영화, 소설 등과 비교하며 고전문학 속에 숨어 있는 가치관, 역사, 문화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옹고집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옹고집전을 한 번도 자아 정체성과 관련지어 생각한 적이 없다. 그저 턱없이 교활하고 욕심많은 옹고집을 교화시키는 방법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었다고 여겼는데,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의 대결에서 가짜 옹고집이 이기고 진짜 옹고집은 내쫓기는 장면에서 "나를 증명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영화 아일랜드에서의 인간 복제와 그에 따른 인간의 자아 정체성의 문제점을 곁들여 설명해 주었다. 아아!~ 고전을 그렇게 바라 볼 수도 있는 것이구나 라고 감탄했다.

흔히들 효녀 이야기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심청전을 남성들과 남성 사회를 위한 희생 제의라고 보는 시각도 재미있었다.  지라르의 말을 빌어

  "인간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고 문명을 영위하는 바탕에 희생제의가 작용한다고 본다. 집단의 혼란상태, 위기상태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인간 내면에 잠재한 폭력욕망을 모두 희생양에 집중시킴으로써 정화를 이루고 질서를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심청전을 설명한다.

심청전을 공동을 위해 희생되는 여자의 삶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희생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 여성은 철저하게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는 문화가 아닐가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 고전과 더불어 현재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처음 들어보는 고전이 있어 나의 무지함을 다시 알게 되었다. 유충렬전, 창세가 등은 처음으로 들어보는 고전들이었다. 새로운 고전을 알게 되어 고마웠고, 알고 있던 고전이라도 현재의 문화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 떄로는 닭살이 돋아날 정도로 소름끼치기도 했다.

 

고전을 모르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 고전을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로 이해하고 있는 일반인들도 한 번 쯤 읽어보면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우리 고전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용기를 해 줄 책이다.

재미나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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