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그래픽 노블이라고 했다. 이것은 또 무슨 쟝르를 의미할까? 궁금해 하며 책 표지를 넘겨 책 본문을 보기 시작하다가 "헉!" 하는 신음을 내고는 얼른 주위를 살피며 책을 닫아 버렸다. 옆에 초등학생의 딸 아이가 보고 있었는데 여자의 나체가 본문 시작부분에 그려져 있었기때문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어 살짝 당황했다.
아이들이 잠 든 후 다시 책을 펴 들었다. 만화였다.

만화는 어린 시절부터 금기시되어 왔던 쟝르의 책이었고, 탈선의 근원이라 여긴 어른들때문에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때문에 어른이 되어 만화를 볼 때는 그림은 전혀 보지 않고 글만 읽으며 줄거리를 잡아내니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냥 그렇게 만화는 내게서 멀어져갔는데 드디어 깜짝 놀랄 분야의 책을 만난 것이다.

그냥 만화가 아니었다. 표지에 한복입인 여인이 담배를 피며 앉아 있는 모습에서 큰 우수를 느낄 수 있었는데 표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이 책 전체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으로 그려진 만화였다. 언듯보면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많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만화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우편주문 신부" 와 비슷한 용어는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미국으로 애니깽을 키우러 떠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장가를 들 수가 없어 고국에서 보낸 사진만 보고 신부를 골라 데리고 와서 결혼하는 제도였다.

그 단어가 캐나다에도 있었다.

근면하고, 충실하고, 순종적이고, 귀엽고, 이색적이고, 가정적이고 순진한 소녀를 원하는 캐나다 밴쿠버의 한 젊은 남자, 몬티는 카달로그를 보고 한국여인 경을 주문한다. 여자가 필요했던 남자,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여자, 그렇게 이해 관계가 맞아 캐나다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 가족이 되었지만 가족 생활이 원만할 수 없었다.

  무조건 순종적이고 가정적이기만 요구하는 남편과는 달리 경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누드 모델도 즐기고 싶고, 친구들과 만나 세상을 이야기 하고 싶다. 결국 가정을 이루고 사는 두 사람의 인생의 목표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녀도 가정을 이루고 살면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갈등을 참지 못해 이혼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마당에 오직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뛰어든 두 남녀가 어떻게 순탄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런 결혼의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지나치게 큰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어도 낯설고, 문자도 낯설고, 문화도 낯선 여자들이 약자가 되고, 남편은 약한 여자를 배려하고 도와주며 언어에, 문자에,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이끌어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남성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세우며 여자들을 억압한다.

결혼 생활의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이 엄마가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행은 빠지지 않고 뉴스감으로 떠 오르는데, 단일민족의 기치를 높이 세우기 바쁜 우리는 아직도 다른 나라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로 인해 그들이 받는 고통은 우리 사회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몬티가 이쁘게 여기던 머리카락도 싹뚝 잘라버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려하는 경. 그녀가 머나먼 타국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자리잡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건강한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

그래픽 노블. 새로운 쟝르를 알게되어 그것 또한 책 읽는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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