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때문에 링컨 대통령에 대한 광풍이 불었었다.
항상 유행에 뒤처지는 나는 이제서야 링컨 대통령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고, 나의 무지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선택했다.  두꺼울수록 대통령 링컨, 변호사 링컨, 남편 링컨, 아버지 링컨, 아들 링컨, 그리고 인간 링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다지 친절한 책은 아니었기때문이다. 적당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링컨에 대해 워낙 무지한 탓도 있겠지만, 큰 강물 속을 흐르는 물줄기가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가기도 하듯이, 전체적으로 시간의 순서대로 쓰여져있으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조금씩 엉켜있어서 실타래를 풀듯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야만 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책 뒤쪽에 배치되어 있는 링컨의 연보다. 하도 자주 뒤쪽을 넘겨봐서 연대를 외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책의 작가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전기문의 내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는데, 프레드 캐플런은 언어와 링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이 책을 쓴 듯하다. 책의 서문도 "링컨에게는 글이 무척 중요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첫문장을 읽으면서 나의 가슴이 갑자기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랬단 말인가? 그가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이유도 "글, 언어"에 있었던 것인가? 과연 그는 어떤 글을 읽었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에서는 링컨 그가 셰익스피어를 사랑했으며, 번스, 바이런을 읽으며 인격과 인간 본성, 사회를 보는 시각을 형성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윌리엄 그람쇼가 쓴 미국 역사책을 읽고 미국을 역사를 바로 세우려 마음 먹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시를 읽고 썼으며 문학을 사랑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이십대에 일리노이 주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연설덕분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마틴 발저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링컨 특유의 정직함이 가미되어 언어를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껴, 그는 항상 언어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랬기때문에 그가 직접 쓴 연설문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유명한 문구가 포함된 게티즈버그의 연설. 미 합중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미국 국민을 감동시킨 그 연설문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링컨이 그렇게 즐겼던 독서를 통해 정확한 언어, 간결한 어법, 논리적인 짜임새를 정교하게 엮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링컨 대통령의 단순한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은 이 책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인간 링컨, 그를 만든 그 무엇인가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반드시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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