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 -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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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유명 프로그램이 있었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교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의 아류인지 EBS에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채널 탐색중에 발견했다. 교사가 직업인 나는 채널 탐색을 멈춘 채 한동안 그 프로그램을 봤었다.  사실 처음엔 "뭐 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나?"라는 셍각이 들었다. 학교 붕괴니 학력 미달의 문제의 원인을 교사에게 두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했었다. 모름지기 교사라면 "나의 교수법"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평소 지론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반드시 봐야 할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어  주변 교사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책으로 소개 되었다. 제목은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이다. 언듯 제목만 보면 부모들에게 필요한 책인가 싶지만 "내 아이"란 명칭은 담임이 제자를 지칭할 때 쓰인다. 내 아이, 우리반 아이, 모두 사랑하는 아이란 뜻이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은 6개월이란 긴 기간을 투자하여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교사의 의식, 행동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는 않기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힐링, 상담, 조언으로 교사의 교수법을 바꿔 보려는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수업을 공개하고 상담을 받을 교사를 모집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을 것인데 놀랍게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신청을 하셔서 연령대별로 7명을 어렵게 선별하였다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뿌듯한데,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려고 마음 먹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자기 검열을 거쳤을까? 내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겠지만,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배워간다는 큰 결심이 있었으리라.

  이 책의 백미는 학생에 대한 마음을 바꿔 가는 교사의 모습이었다. 항상 자신의 수업 내용만 생각하는 교사, 성적을 먼저 생각하는 교사, 체벌을 통해서라도 통제를 하고자 했던 베테랑 교사 등등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깨고 날아오르는 교사의 모습은 책을 읽는 동안 소름끼치는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나를 눈물나게 한 구절이 있는데 닫는 글, 교육의 행복한 완성을 위해에 나온 글로 마더 테레사가 한 말씀이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사들이 모두 이 책의 이 구절처럼 한 사람 한 사람 껴안으며 교육을 해나간다면 내 아이가 얼마나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나도 지금 이 순간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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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김은식 글, 박준수 사진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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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뉴스에서 고척돔구장에 대한 애로 사항을 다루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가 비록 야구 역사는 짧지만 실력은 빠지지 않는 상태인데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만 왔다 하면 홍수가 난 듯 배수 시설이 잘 안되는 구장, 관객을 2만명도 수용못하는 구장, 원정팀 락카도 없는 구장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얼굴 부끄러운 인프라이다. 그래서일까? 오세훈 전 시장은 오래 되고 낡은 동대문 구장을 대신하기 위해 고척동에 돔 구장을 지어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도 고시엔 구장 같은 멋진 구장이 생겨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고척돔이 프로야구 구단에게 떠맡겨질 예정인가 보다.  교통 불편, 수용 인원의 적음, 엄청난 운영비 등을 이유로 3개의 서울 구단중 어느 구단도 스스로 나서지 않는 모양이다.  고척돔 구장의 탄생에  숨은 또 다른 야구장, 동대문 야구장은 역사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부산 사람이라서 서울 동대문구장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아마추어 야구의 산실이라는 것은 기억한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한 몸 받치는 아마추어 야구의 중심이었던 동대문 구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이 책의 소개문을 봤을 때 야구에 관련된 이야기이니까 읽어봐야지 싶었다. 이 책을 읽고 가슴에 커다란 멍울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못한 채...

 

  시작은 사진작가 박준수님의 글이다. 보통 글의 서문은 작가가 쓰는데 공동저자인 사진작가의 글로 시작하는 것이 참 좋았다. 김은식 작가의 배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으로서 책의 저작에 참여했지만 글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없으므로 맨 앞머리에 독자들에게 인사를 하게 해 준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따뜻함을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의 첫 꼭지의 제목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였다.

동대문야구장에 아픈 기억이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럼 아프지 않는 나는 당연히 읽어야 하네? 라고 중얼거리며 읽어나갔다.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어 80여년이나 야구의 역사를 만들었던 동대문. 그 구장이 정치적 계산하에 사라졌다고 한다. 오갈데 없는 서민들의 여가를 책임지던 곳, 고성과 땀냄새가 베여 있는 곳이 이제는 없어져 버린 것이다.  어느 나라든 역사 깊은 건물은 항상 보존하려는 의지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논리, 업적 논리에 의해 역사를 말살시키는 경우가 있다 생각하는데 동대문 운동장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 특히 야구를 아끼는 사람은 안타까워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박준수 작가가 찍은 해질녁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쓸쓸한 어린 야구 선수의 모습이 가슴 아프도록 다가오게 만든 것은 김은식 작가의 역량이겠지.

  책읽는 즐거움은 때때로 느끼지만 책읽는 보람을 이 책을 통해 오랫만에 느꼈다. 몰랐던 감정 ' 동대문 구장에 대한 아픈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김은식 작가~ 당신의 다음 책 "마지막 국가대표"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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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독서 전략 -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권영식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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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여름 방학 때 전라남도 강진에 위치한 "다산 초당"에 다녀왔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들러봐야지 했던 곳이지만 부산에서 거리가 멀어서 늘 망설이곤 하던 곳이었는데, 큰 마음 먹었었다.

강진을 향해 가면서 서울에서 이 먼 마을까지 유배왔을 정약용을 생각해봤다. 정말 먼 거리까지 와서 가족들과 헤어져, 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까 절절히 느껴졌다.

강진까지도 힘들었지만, 다산초당을 오르는 길이 참 험난했다. 땀 뻘뻘 흘리며 오르고 보니 너무나도 단촐한 다산초당. 그곳에서 글을 읽고, 책을 쓰고, 후학을 가르쳤을 정약용을 생각했다. 한참동안 그 감동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산에 대한 책을 모으고 읽고 있는 중인데 올해가 다산 탄생 250주년이라 그런지 참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다산의 독서 전략"이다.

이 책은 전체 5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는 다산의 생애와 다산의 책읽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고, 2부에서는 다산의 독서 방법 중 제일 중요한 정독에 관해서, 3부는 질서(메모하며 글을 읽는 방법), 4부에서는 초서(베껴쓰면서 글을 읽는 방법), 마지막 5부에서는 정약용 외에 지식인들의 독서 전략이 간략하게나마 소개 되어 있다.

다산의 생애는 여러 책에서 읽었는데 이번에 특별히 와 닿았던 것은 다산의 아버지가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벼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 있으면서 다산의 공부를 직접 챙겨 봤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는 다산을 그저 천재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직접 교육을 챙김으로써 어린 시절 좋은 습관이 평생 학문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다산도 유배 기간동안 자식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때로는 자식을 강진에 머물게 하면서 자식 교육을 돌보았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산이 아들들에게 해 준 말이 정말 좋아서 밑줄을 쳐 놓았는데

"독서는 비천한 사람을 품위있게 만드록, 무의미한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자신의 환경을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P54)

독서에 관한 이 같은 확신이 있었기에 자신도 18년이란 긴 세월동안 책을 놓지 않았고,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다산이 독서의 방법으로 제시한, 정독, 질서, 초서의 방법이 우리 범인들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소설 책을 읽으면서, 정독하고, 항상 의심하여 메모 하고, 중요한 구절을 베껴쓰지는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다산이 말하는 독서를 학문하는 자세에 맞춰 생각해 보면 되리란 생각을 했다. 즉 독서방법보다는 학문하는 자세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이 조금 산만해서 읽기가 불편했는데, 중간 중간 다산의 저서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그야말로 중간에 뜬금없이 소개되어 내가 읽고 있던 구절이 갑자기 없어지고 책 소개가 나와서 처음에는 불량인줄 알았다. 독자를 배려하여 완벽하게 한 장이 끝나고 저서를 소개 하든지, 아니면 따로 코너를 만들어서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다산의 독서 전략인데 다산 외에 다른 사람들의 독서 전략이 소개 되어 있어서 백화점 같이 상품만 진열한 느낌이 들었다. 다산과 비교 정도는 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가 다산의 독서법에 관해 많은 책을 보고 연구를 한 까닭인지 다양한 책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는데 그 책의 리스트가 책의 끝에 나와 있어서 앞으로 다산에 대한 책은 여기서 다 찾아 구입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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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뒷모습 - 야구 스포츠 구기 취미 레저 오락 한국에세이
고석태 지음 / 일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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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공화국이 들어서고 얼마 있지 않아 프로야구가 생겼다. 그 당시만 해도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국민을 우민화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가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700만 관중시대를 맞아 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 그리고 아이들까지 프로야구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이른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간다. 나 역시 어릴때부터 롯데를 응원해 왔고, 지금 이 순간도 목이 터져라 플레이오프 경기 중인 롯데를 응원하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야구 소식을 전해 주는 것은 TV, 라디오, 신문 밖에 없었다. 경기를 놓쳤을 때는 다음날 신문 기사를 읽으며 그 전날 경기를 복기하곤 했다. 야구 경기에서는 기자들의 역할이 무척 컸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릴 때 야구 기자가 되어볼까 하는 꿈이 있기도 했으나, 문장력이 워낙 약한 탓에 일찌감치 접었다. 나의 눈엔 야구 기자가 야구 선수만큼 대단해 보였다. 그 대단한 기자 중 한 명인 고석태 기자가 20년 11개월 야구 기자로서 스물 한 시즌을 치르고 현장을 떠나면서 그동안 쓴 기사를 모아 책을 냈다. 어떤 한 분야에서 20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한 분야의 전문가라 말 할 수 있다. 베테랑 기자가 21시즌동안 써 낸 기사들이 상당히 궁금했다. 얼른 책을 펼쳤다.

책의 첫 장은 최동원 VS 선동열이다.

롯데 팬으로서 최동원과 선동렬의 인터뷰 장면이 책의 첫장을 장식하는 것이 참 기분 좋았다. 작년에 영화 '퍼펙트 게임'으로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던 두 전설의 대결. 사실 최동원의 전성기가 지난 뒤 맞붙은 게임이라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끝까지 던졌다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한 업적이라 여긴다. 그런 두 전설의 인터뷰를 이끌어 냈다니 대단한 역량을 가진 기자란 생각을 했다. 박찬호를 비롯한, 이승엽 등 대한 민국 야구의 위상을 높인 해외파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 관심이 없어서 알지 못했던 프로야구 뒷면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KBO 총재들과 정치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한국 야구의 선구자들이라 하여 한국 야구를 처음 만들어갔던 영웅들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다만 책이 급하게 쓰여진 듯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편집되지 않은 것이 좀 안타까웠고 자신의 기사만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점이 아쉽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표지의 연필화이다. 사실 연필화는 실물과 많이 비슷하지 않으면 보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실물과 전혀 닮지 않은 연필화는 미스가 아닐까 싶다. 신문기사에 포함된 멋진 사진도 많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 봤다.

대한민국 야구. 31살이나 되었다. 한국 야구의 역사를 정리할 다양한 분야의 책이 나와서 국민들에게 다양하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써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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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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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어느 한 순간도 지루했던 순간이 없었고,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 올바로 성장하는 과정을 엄청난 유머로 그려주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재미나게 읽고 감동 받았든지 박민규의 책은 무조건 본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인연 닿은 책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인데 4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다.

표지 이미지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란 작품이라는데 묘하게 한 인물만 하이라이트 되어 있어서 원본도 그렇나 싶어 검색을 해 보니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이 인물을 강조한 것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하이라트된 이유가 뭘까? 그리고 이 그림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라벨의 음악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궁금하여 펼쳤다.

'역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당신을 위해'

아~ 사랑 이야기인가? 언제 읽어도 떨림이 있는 이야기?

그렇다. 사랑, 그것도 평생 가슴에서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무슨 판타지인가. 못난 여자와 잘난 남자와의 사랑이야기.

늦게서야 배우로 주목받던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면서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아 버린 남자, 못났다는 이유만으로 왕따 당하고, 놀림 당하고, 제대로 된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여자,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부자집의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자, 이렇게 세 사람이 서로의 관계를 좁혀가는 이야기이다. 남녀 사이에선 사랑이 싹트고 동성의 남성에게선 형제애 같은 우정이 생겨난다. 이 소설의 제목과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주인공들이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음악과 미술 작품을 등장시킨다. 그 음악들이 나의 성장기를 지배하던 음악들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며 그 선율에 따라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나도 느낄 수가 있었다. 신기한 음악의 힘을 작가가 잘 이용하고 있었다.

남녀 관계를 밀고 당기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지루하게 묘사하지 않고 좀 더 깊숙히 발을 들여 놓고 사람의 심리로서 접근하는 방법이 참 좋았다. 참 이쁜 첫사랑 이야기이구나 하고 결론을 내고 작가의 말이나 읽어봐야겠다고 뒷부분을 향해 달려갈 때 내 앞에 턱하니 나타난 것은 "Writer's Cut".

어, 이거 뭐지? 박민규 작가. 그래 흔하게 마무리 하지 않는구나. 그와 그녀, 그리고 요한의 또 다른 이야기... 이건 작가가 독자에게 내어놓은 선물일까? 흔히들 말하는 열린 결말일 수도 있겠다.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늘 아침에 시작해서 오후에 끝을 냈다. 엄청난 흡입력이다. 게다가 문장이 찰지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재미있다. 문단과 문단을 연결하는 방법이 특이하다. 문단 사이에 문장이 걸쳐지는, 문장을 읽으면서 의도적으로 쉬어가야 하는 편집이다. 인간 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에 걸쳐지듯이 이 삶에서 저 삶으로 걸쳐지는 것이 사람 사이의 끊을 수 없는 끈이리라.

어떤 선택을 해도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박민규 작가.

다음은 또 어떤 책이 기다릴까. 은근 기대를 만드는 당신에게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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