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돌보기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5
재클린 윌슨 지음, 지혜연 옮김, 닉 샤랫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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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 재클린 윌슨 책을 또 골랐다. 딸 아이가 엄마 침대 곁에 앉아서 빵과 차를 권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작은 그림들이 재미나게 펼쳐져 있다. 재클린 윌슨과 늘 같이 작업한 닉 샤랫의 삽화는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따뜻한 느낌이 잘 묻어난다.

아픈 엄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일까? 이 작은 그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펼쳤다.

이 이야기는 일주일동안의 재량 휴일기간에 숙제로 나온 일기 형식으로 소개된다. 세상 어느 나라든지 일기라는 숙제를 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주인공 새디는 따분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수업이 일주일 내내 없다는 사실을 즐겨워 하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월요일 내용은 이 이야기의 배경이 소개 된다. 새디는 아빠 없이 엄마와 갓난 동생 사라와 살아간다. 엄마는 다른 집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간다. 한국도 이혼률이 높아가고 한부모 가정이 부쩍 눈에 띄는 요즘,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우울한 가정이라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이혼 가정이 많아서 다분히 일반적인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혼 가정이 즐거운 배경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재클린 윌슨은 특유의 긍정성으로 이렇게 우울한 배경도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듯이...

더우기 놀라운 것은 아홉살짜리 새디의 행동이다. 밤중에 일어나 동생 사라에게 우우병을 물리기도 하고 데리고 놀아주기도 하고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 낸다.

엄마는 이렇게 철이 든 새디를 안고

"우리 여자들끼리 힘을 합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라고 속삭여준다.

또래의 친구들이 쇼핑을 하고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시간에 동생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면서도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엄마를 잘 돕는다. 그 와중에 엄마가 독감에 걸려 엄마는 아이들과 격리 되어야만 하고, 새디가 사라를 포함한 4명의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다. 젬마 엄마를 따라 경찰서에서 1일, 빈센트 엄마 사무실에서 1일, 클라이브 엄마 초콜릿 가게에서 1일을 보내며 겨우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뿐 아니라 아픈 엄마를 돌보며 아홉살의 새디가 해 내는 행동은 참 놀랍다.

작가 재클린은 가정의 위기를 넘기는 모녀의 이야기를 아주 밝고 경쾌하게 묘사하여 어린 친구들이 마음 아파하지 않으면서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좋다. 아이들이 우울해 하지 않으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말이다.

재클린 윌슨의 재미난 이야기를 좀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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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교실 - 여희숙 선생님의 독서.토론 길잡이
여희숙 지음 / 파란자전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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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임하는 반 아이들은 1년동안 많은 책을 읽는 편이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칭찬과 회유를 거듭하면서 책읽기를 독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담임이 바뀌면 책을 많이 읽던 아이들이 점점 책과 멀어진다. 그럴때 아이들에게 왜 책을 많이 안 읽느냐고 물어보면

"선생님처럼 책읽기를 강조하지 않으니까 책이 잘 안 읽혀요."

라고 말한다.

나의 가르침이 1년동안만 유효하는구나 하고 안타까워했다.

나도 안다. 나의 가르침이 다소 강제적이라는 것을. 1년이란 시간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만들도록 만들기엔 다소 짧다고 늘 생각하면서 강제적인 방법이 먹히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위로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오래가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자 내 머리에 떠 오르는 책이 바로 여희숙 선생님의 "책읽는 교실"이다. 육아 휴직을 하고 복직을 하였을 때 이 책을 읽었었는데,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워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 교육을 시작했다. 여희숙 선생님께서 쓰신 방법 중에 나의 역량으로 가능한 방법만을 사용해 봤다.

이제 시간이 좀 흘렀으니 좀 더 많은 방법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2005년에 읽었으니까 거의 7년만에 다시 읽는 책인데도 여희숙 선생님의 가르침은 여전히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책 읽는 작업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여 생활화 하였다.

먼저 학급 문고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근접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은 청개구리 같아서 좋다고 강조하면 싫어하고,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은 꼭 해 보고 싶어하는데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하여 아동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처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멋진 교사들은 멋진 연기를 잘 한다. 낯간지럽더라도 아동들이 스스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연기를 하셨다는 점이다. 그리고 항상 부모님과 연대하여 작업을 한다. 결코 교사의 독단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가정과 연계된 교육이라서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책 읽히는 작업에서 연극, 토론, 여행으로까지 독서의 관련 분야를 확장시킴으로써 아동들에게 독서의 생활화가 정착되도록 이끌어준다.

사실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학교 교사가 다 판단하기가 참 힘이 든다. 그래서 주로 독후활동 위주로 검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독서가 즐거운 작업이라기 보다는 하기 싫은 숙제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참 큰 죄를 지었다.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책을 증오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여희숙 선생님은 책과 다가가게 만든 후 독후 활동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저 "보물상자"를 만들고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옮겨 적도록 하고, 선생님과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 책 읽기를 마무리 하고 선생님의 말씀이 보상이 되는 멋진 경험을 선물해 주셨다.

여희숙 선생님처럼 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교사의 큰 결심 없이는 어려운 실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올해는 좀 과감하게 시간 투자를 해 봐야겠다. 낯간지럽더라도, 그리고 다소 귀찮고, 성가시고, 때로는 과장되어 보이는 방법일지 모르는 방법도 과감하게 사용하여 아동들을 스스로 책을 찾게 끔 이끌어 주고, 가정과 연계된 강력한 힘을 가진 독서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줘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 본다.

그리고 두번째는 책을 통해 생각을 키울 수 있는 멋진 작업, 독서 토론을 해 봐야겠다. 말 잘하는 아동보다 책을 읽고 생각을 깊이한 아동이 자극이 될 수 있는 멋진 독서토론을 통해 생각 나누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줘야겠다.

이 책의 부록에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간단한 읽을 거리도 제공되어 있는데, 읽을 거리를 통해 아동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다.

우리 교사들에겐 바이블이 된 책,"책읽는 교실". 7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큰 힘을 발휘하는 이런 멋진 책을 써 주신 여희숙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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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3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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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파티. 파자마 파티라고 불리는 일종의 외박.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친구 집에서 친구들과 같이 놀이하며 잠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잠옷 파티를 하고 싶어하고 친구집에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세상의 무서움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 놀이이기도 하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제목만 들어도 여자 아이들은 황홀해한다. 책의 표지도 참 재미있다. 빨간 이불아래 여자 아이 5명이 베개 3개를 나눠 베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다. 5명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어 보인다. 얼른 펼쳐 들었다.

주인공 데이지는 알파벳 클럽이라고 하는 이름을 다섯명의 여자 아이 중 한 명이다. 에이미, 벨라, 클로에, 데이지, 에밀리 , 이 다섯 소녀의 이름 첫자를 따면 A,B,C,D,E가 되기 때문에 알파벳 클럽이라 이름 짓고 5명이 서로 어울려 다니며 지내고 있다. 에이미의 생일을 맞아 에이미 엄마가 잠옷 파티를 해도 좋다고 허락한 것을 시작으로 5명의 아이들이 한 명씩 잠옷 파티를 하게 된다.

데이지는 전학와서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하던 차에 잠옷 파티를 통해 친구를 사귀게 되는 즐거움을 얻게 되었지만, 자신의 집에서 잠옷 파티를 하는 것은 싫었다. 왜냐하면 데이지에게는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남다른 '릴리언니'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알파벳 클럽 중의 클로에는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어서 클로에가 자신의 집에 오는 순간 놀림감의 대상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데이지와 그들의 친구 이야기, 그리고 잠옷 파티를 열어주는 각 가정의 부모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가족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해야 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데이지 가족처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시기와 질투, 다툼 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도 참 좋았다. 데이지를 미워만 하는 클로에를 대하는 데이지의 솔직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 친구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닉 샤랫이란 작가가 그려 준 삽화는 단순한 선으로만 이루어져있지만 동화 속의 상황을 잘 나타내어 다 읽고 나서도 삽화를 보며 줄거리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키우는 데이지 부모의 눈물겨운 노력은 부모만이 알 수 있는 감동이랄까?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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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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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푸른문학상. 제 10회 푸른 문학상 수상작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를 사 놓고 그동안 읽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손이 닿았다. 온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주문할 때 가능하면 아이들 책도 같이 사려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읽든지 읽지 않든지 주변에 읽을거리가 널려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나의 신념때문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우리 딸들은 주문한 책 상자를 풀 때 옆에 앉아 있다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읽는 편이다. 그 맛에 나도 계속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나도 그 책을 읽는다. 같은 책을 읽은 책동지. 생각외로 큰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 책도 주문하자 마자 아이들이 먼저 읽었는데, 재미있다고 했다. 책 표지부터 무척 재미난 일러스트레이트로 채워져 있다. 표지 중간에 소년 한 명이 졸면서 글을 쓰고 있고, 그 뒤로 여학생이 드럼을 치고 있다. 아마도 졸고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겠지.

책 내용은 주인공 소년, 안용하의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약 두달 남짓 기간의 일기형식이다.

용하는 낮엔 시도 때도 없이 기절하듯 잠시 잠깐 잠을 이루고, 밤에는 가위에 눌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기면증이란 병을 갖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기면증이라는 병은 영화에 주로 등장하던데 성장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유부단하고 숫기도 없는데 기면증이란 컴플렉스를 가진 우리의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여자 주인공 나은새. 은새는 같은 반 친구이며 부모님의 교육방침에 반기를 들고 용하의 집, 게스트하우스에 1달 투숙하고 있는 드러머이다.

여학생의 반항.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다. 남학생들이 집을 뛰쳐나가 생활하는 경우는 많으나 여학생을 그런 캐릭터로 잡는 소설은 드물다. 기면증이란 컴플렉스를 가진 소년과 가출 소녀 나은새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용하의 집이 게스트 하우스라는 설정도 참 재미나다. 게스트하우스, 집떠난 여행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숙박시설. 아이러니하게도 용하의 식구는 게스트 하우스 내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고 용서와 포용을 알아간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들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단어의 선택이 10대의 취향에 맞게 신선하며 문장의 길이도 길지 않아 쉽게 다가온다. 지루하지 않게 읽다보면 용하와 은새의 고민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을 알게되고 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리 작가는 스스로가 어릴적부터 써오던 비밀노트가 있어 거기에 자신의 일상, 느낌, 감정을 쏟아 부으면서 자신만의 랄라랜드를 찾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10대는 공부 외에 뭔가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취미, 특기 생활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견디기 어렵고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도 자신만의 랄라랜드를 찾아 행복을 유지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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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1 - 숨어사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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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학교 도서관에 사서 근무를 하러 갔다. 도서관엔 많은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을 읽나 싶어서 쳐다 보니 거의 대부분 '학습 만화'이다. 살아남기 시리즈, why 시리즈, 실험왕 시리즈.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읽는다. 학습 만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만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줄글의 세계로 인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학습 만화를 줄이라고 말한다. 그럴려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어보고 추천해 줄까? 하고 살펴보니 신관코너에 6권의 책이 폼나게 꼽혀 있다. 그림자 아이들이다. 일단 1권 읽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 읽어봐야지 하고 대출하여 집에 들고 갔다. 책상위에 올려 놓으니 책벌레 둘째 딸이 와서 쓰윽 들고 가서 읽어보더니, "엄마 2권 쫌 대출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재미있나보다. 나도 얼른 읽어야지.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루크이다. 루크에게는 형이 두 명 있는데 언젠가부터 자신은 형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크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셋째 아이였다. 루크의 정부는 셋째아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문득 중국의 "헤이하이즈"가 생각이 났다.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을 만들어 한 가정당 1명의 자녀만 호적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1명 이상의 아이를 낳은 가정은 아이를 숨겨서 키우고 있으며 호적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교육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을 헤이하이즈, 흑해자 즉 무호적자라 부르는데 소설속의 루크도 그런 아이였다. 루크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선량한 농민이었으므로 국가의 정책에 반해서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숨겼으므로 루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숨어서 책읽고, 자고, 먹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웃의 새 집에 한 가족이 이사왔는데 그 집에도 루크와 같은 셋째 아이가 숨어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옆집의 셋째 아이가 여자 아일거라는 예상도 딱 맞았다. 하지만 그 다음 내용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였다. 루크가 큰 용기를 내어 옆집에 무작정 쳐들어가는 장면 묘사가 얼마나 실감나던지 혹시 들키면 어쩌나 했는데, 루크는 무사히 옆집 소녀, 젠을 만난다. 젠을 만나면서 자신를 괴롭히던 외로움에서 벗어나면서 지금까지의 심심한 삶의 보상을 받겠지 했는데, 이건 웬걸. 젠은 그저 그런 인형과 같은 여자 아이가 아니었다. 정부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법적으로 보장받으려 한다. 숨겨진 아이로서 만족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얻고자 했으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인권을 되찾으려 계획했다.

그냥 재미로만 읽으려고 했던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동화이다.

1권부터 큰 사건을 제시하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케일 큰 동화를 만났으며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멋진 동화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아이들은 6권까지 읽었다. 나도 얼른 속도를 내야겠다. 아이들이 흘리는 스포일러를 잘 피해서...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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