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1 - 숨어사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방학동안 학교 도서관에 사서 근무를 하러 갔다. 도서관엔 많은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을 읽나 싶어서 쳐다 보니 거의 대부분 '학습 만화'이다. 살아남기 시리즈, why 시리즈, 실험왕 시리즈.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읽는다. 학습 만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만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줄글의 세계로 인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학습 만화를 줄이라고 말한다. 그럴려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어보고 추천해 줄까? 하고 살펴보니 신관코너에 6권의 책이 폼나게 꼽혀 있다. 그림자 아이들이다. 일단 1권 읽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 읽어봐야지 하고 대출하여 집에 들고 갔다. 책상위에 올려 놓으니 책벌레 둘째 딸이 와서 쓰윽 들고 가서 읽어보더니, "엄마 2권 쫌 대출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재미있나보다. 나도 얼른 읽어야지.

이 책의 주인공은 12살 루크이다. 루크에게는 형이 두 명 있는데 언젠가부터 자신은 형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크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셋째 아이였다. 루크의 정부는 셋째아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문득 중국의 "헤이하이즈"가 생각이 났다.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을 만들어 한 가정당 1명의 자녀만 호적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1명 이상의 아이를 낳은 가정은 아이를 숨겨서 키우고 있으며 호적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교육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을 헤이하이즈, 흑해자 즉 무호적자라 부르는데 소설속의 루크도 그런 아이였다. 루크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선량한 농민이었으므로 국가의 정책에 반해서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숨겼으므로 루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숨어서 책읽고, 자고, 먹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웃의 새 집에 한 가족이 이사왔는데 그 집에도 루크와 같은 셋째 아이가 숨어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옆집의 셋째 아이가 여자 아일거라는 예상도 딱 맞았다. 하지만 그 다음 내용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였다. 루크가 큰 용기를 내어 옆집에 무작정 쳐들어가는 장면 묘사가 얼마나 실감나던지 혹시 들키면 어쩌나 했는데, 루크는 무사히 옆집 소녀, 젠을 만난다. 젠을 만나면서 자신를 괴롭히던 외로움에서 벗어나면서 지금까지의 심심한 삶의 보상을 받겠지 했는데, 이건 웬걸. 젠은 그저 그런 인형과 같은 여자 아이가 아니었다. 정부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법적으로 보장받으려 한다. 숨겨진 아이로서 만족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얻고자 했으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인권을 되찾으려 계획했다.

그냥 재미로만 읽으려고 했던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동화이다.

1권부터 큰 사건을 제시하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케일 큰 동화를 만났으며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멋진 동화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아이들은 6권까지 읽었다. 나도 얼른 속도를 내야겠다. 아이들이 흘리는 스포일러를 잘 피해서...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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