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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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읽고 오랫만에 힐링되는 기분을 느꼈던지라 이기주 작가의 또 다른 책인 "말의 품격"을 구입했다. 이 책의 부제는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이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언어, 말에 대해 고민을 자주 하고 있는가 하면 나의 언어 생활에 심한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해도 이쁘게 하고 정답게 할 수 있을텐데 나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스스로 따뜻한 말을 쓰고 싶다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언어 생활을 하고 싶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이기주 작가의 책을 2권이나 읽게 되었다. 필요에 의해 읽기 시작해서인지 구절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 책은 4강으로 이루어져있다.
1강: 이청득심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p 18)
말의 품격인데 1강에서는 말하기에 대해서가 아니라 듣기를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필요한 절차이다.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듣기가 필수과정인데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 지도 모른다(p 39)"
2강: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적다)
침묵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총기 사고로 인한 추모식에서 연설하던 중 오바마가 선택한 51초의 무언. 추모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무언의 순간에서 오바마의 진심을 느꼈다고 한다. 단단익선. 짧을수록 좋다. 당나라 시대 재상 풍도는 "구시화지문, 서리참신도: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다(p93)
이말 저말 끝없이 하는 사람보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무서워지는 순간. 침묵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강에서 말의 귀소본능을 일러 준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 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p126)"
나에게 돌아올 말이므로 떠나보낼때도 보다 귀하고 안정된 언어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3강: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p137)
말을 내뱉고, 아차. 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많은 나는 이 구절에서 무서움을 느꼈다. 나의 인품이 나의 말에 의해 판단되었을 걸 생각하면 나의 말을 제어할 수 있는 정신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겠다.
4강:대언대담 (큰 말은 힘이 있다)
  위대한 인물들이 하는 말. 힘을 가진 말에 대한 강의이다. 큰 용기를 가지고 진솔하게 사과하여 대중에게 더욱 큰 배우로 다가간 크리스천 베일, 편견을 가진 미술 애호가에게 크게 한 방 먹인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껄끄러운 아일랜드 대통령을 맞이하여 호탕하게 연설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자신을 강하게 비난한 변호사를 전쟁 장관에 앉히며 영원히 자기 편으로 만든 링컨 등 위대한 인물들의 힘을 가진 말에 대해 예를 들어 잘 설명해 주었다.
이기주 작가는 항상 문장의 시작을 인용으로 시작한다. 언젠가는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영화 내용, 책 등을 소개함으로써 이야기 속에 폭 빠지게 만들어준다. 그 다음에 말에 대한 이야기가 자동 연결이 되어 쉽게 쉽게 읽혀지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주고 말을 아끼고, 말을 선택할 때 나의 인품이 들어난다는 사실, 그 말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이 힘을 가지게 될까? 적어도 빈티나는 인품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언어생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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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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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인이 아들을 결혼시켰다.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을 치루신다고 고생하셨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제일 힘든 시기는 아들이 취직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의 취직이 정말 힘들고 직장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니 일본도 비슷하나보다. 그래도 일본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 정년퇴임을 하고 청년들의 취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 사람들의 경직된 기업 문화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기업에서 계급간의 갑, 을 관계로 힘들어 하는 회사원들이 많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란 제목은 영화 소개 코너에서 먼저 들은 것 같다. 제목을 듣는 순간 그말을 내뱉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만 했을까 싶은 것이 애잔하기도 하고 지옥같은 회사를 관두고 나왔으니 얼마나 후련할까 싶기도 했다.

책 날개를 살펴보니 작가는 키타가와 에미.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제 21회 전격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고 한다. 9월 26일 월요일부터 12월 24일까지 약 3개월에 걸친 이야기이다. 주인공 다카시는 일류기업 면접에서 떨어지고 인쇄 관련 중견기업에 다니면서 회사의 수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맘처럼 회사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 아파한다. 그러던 중 지하철 역에서 초등학교 동문 야마모토를 만나게 된다. 지루했던 일상 속에서 야먀모토와의 만남을 통해 직장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어느 덧 큰 계약을 앞두게 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로 계약을 놓칠 위기에 놓인다. 야마모토를 통해 위로를 받던 다카시는 야마모토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결국 야마모토가 자신의 동창이 아니었음을, 삶의 끈을 약하게 잡고 있던 다카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창이어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동창도, 아는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의 어정쩡한 관계가 유지되면서 야마모토에게 큰 도움, 영감을 받게 된다.

야마모토의 정체를 밟아가는 이야기는 액자소설처럼 또 다른 재미를 주었고, 야마모토 엄마, 다카시 엄마의 대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P171)"


부모는 살얼음판을 걷는다. 자녀가 혹시나 잘 못 되지 않을까 싶어 도와주고 싶어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한다. "실패"라는 단어가 자녀의 삶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싫기때문에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으려 한다. 그게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다카시의 부모처럼 "절대적인 너의 편"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고 우리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인식시키는 작업도 외면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늘 굽신거렸던 상사에게 큰 소리치면서 사표내는 장면이 이 책의 압권이었다.

아름답게 마무리 되어 마음이 푸근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들의 직업 사회를 잘 조명해준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키타가와, 또 너냐!"라며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감동적인 이야기 한 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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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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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아무것 하지 않아도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최근엔 제주도에 걸으러 간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작가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담아 책을 냈다고 서점들이 올 봄에 광고를 했다. "영초 언니"란 특이한 제목을 가진 책을 사 놓았다.  책 분위기가 밝아보인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책 표지 때문이었다.  보리 밭인지, 밀밭인지 한 가운데 아주 예쁜 사람이 한 명 서있다. 책을 다 읽고 바라본 그 여인은 단순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책 표지의 여인은 슬퍼보였다. 슬픈 언니. 영초언니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폈다.

책은  서명숙 작가의 어린 시절 일화가 공개하며 시작한다. 작가와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 나의 일화와 그닥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영원히 대통령 하는 줄 알았으며 죽어라 국민교육헌장을 외웠으며 대통령이 사망한 날 우리집도 울음 바다였다. 반공학생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60, 70년대 생의 아이들의 삶 . 참 답답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며 대학 생활을 해 나가던 중 천영초라는 선배 언니를 알게 되고 그 언니 덕분에 담배도 배우고 세상을 배우며 학생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시대 대학생들은 자신만을 위해 살 수가 없었다. 나만 행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며 타인의 삶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처럼 양성평등 개념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지성인들조차도 여성은 그저 도움을 주는 존재, 뒷바라지 하는 존재라 여겼는데 영초 언니는 굉장히 주관적인 삶을 살았다. 영초 언니 덕분에 서명숙 작가도 독립적인 인격을 갖추며 살아 갈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의 형식은 서명숙 작가의 자서전 느낌이었는데 왜 제목이 영초 언니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자신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영초 언니가 아니었더라면 작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데모에 참여하고 경찰에 잡혀가서 고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영초 언니와 정문화씨의 삶. 이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수많은 인생 선배들에게 세삼 감사한다. 억지스런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했던 경찰, 검사, 판사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고 그들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란 이름하에 저지른 죄를 단죄해야만 되풀이하여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 시대의 학생들이 있었기때문에 오늘날 우리들의 촛불혁명도 있었으리라. 다시 한 번 그들의 희생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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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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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공지영의 141번째 마니아"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던 20대부터 꾸준히 공지영 작가의 책을 사 모은 덕분인듯 하다.  예쁜 작가. 똑똑한 작가. 나와 세상을 보는 각도가 비슷한 작가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팬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글에 쉽게 집중이 된다고 느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고, 감동도 받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신간이 발간될 때마다 사 두는 편이다. 이번에 읽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도 그랬다. 신간 발간 소식을 듣고 사 두었다. 노란 표지가 눈에 띄였다. 그러고 보니 공지영 작가의 단편집은 오랫만인가? 처음인가? 늘 긴 호흡으로 읽었는데, 이번 글들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고 책을 펼쳤다.

  월춘장구. 이건 또 무슨 사자성어이지? 사자 성어에 약한 나는 금새 검색을 해 보았다. 어~ 검색에 나오지 않는다. 작가의 창작인가했다. 작가이자 한부모 가정의 가장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 그 중에 봄을 맞이하는 설레임, 봄을 이겨낼 것인가 싶은 가볍지 않은 두려움이 잘 나타난 작품이었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한마디로 오싹하면서 통쾌한 가족 스릴러.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절대 그럴 일 없지만 나는 우리 엄마의 자식이 아닐지도 몰라. 그렇지 않다면 나를 이렇게 구박할 수 있을까 싶은 오래된 생각을 끄집어 내 주는 5녀만의 전화. 그러나 과거보다 현재.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삶이 나타나있다.

부활 무렵.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할 수 있는 일이 가정부 밖에 없는 언니 순례와 주인집 명품 가방을 훔쳤던 동생 정례. 어줍잖게 종교를 선택하게 되는 아이러니 속의 슬픔이 마음 아팠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24년간 납북되는 바람에 한국어를 배우게 되어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사람 H. 그를 보는 순간 "운명 수용소 출신들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것 같은 친숙함으로 얽혀간다.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느냐 묻자

  "운명이 내 마음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라고 답한 H. 영혼끼리 알아보는 운명. 마음이 아픈 역사와 개인. 일본인과 우리는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는 이 책의 후기에 그렇게 말했다.

 "당신 홀로 이 책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의 가슴속으로 희디흰 매화가 푸르르 푸루르 떨어져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아픈 것을 당신이 아파하고 당신의 아픔이 미세한 바람결에 내게로 전해여 아마도 펼쳐진 책장 앞에 모두가 홀로이리라도 우리는 함께 따스할 것이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공지영 작가의 아픔. 아이들 엄마의 아픔을 느꼈다. 난 혼자가 아니며 그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참 따뜻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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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작고 크다 (책 + 정규 8집)
루시드 폴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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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음반은 LP. Air Supply의 음반이었다. 대학교 다닐 때 쯤이었나? 용돈을 아껴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첫 음반을 사고서는 좋아서 잠을 설레곤 했다. CD로 음반이 바뀌었을 때도 음반을 사고 앨범을 들고는 좋아했었는에 요즘은 CD로 앨범을 구입하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음원으로 구입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가 있다. 루시드 폴의 새 음반은 에세이와 같이 발매되었다. 과연 루시드 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루시드 폴의 노래도 참 좋지만, 그만큼 글도 좋아하는데, 이번 음반은  책도 선물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루시드 폴의 글은 마종기 시인과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란 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과학자이자 가수"인 루시드 폴이 무척 부러웠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 존경스럽다.
사실 루시드 폴이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부럽다"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과학자란 훌륭한 직업도 포기하고 농사를 짓는구나. 그래도 자신의  땅을 살 수 있는 재력이 있으니 가능하겠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럴 수 없을꺼야.'
  라고 생각했다.
이런데 이번 에세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읽으며 그의 선택에는 용기가 있었으며 철학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루시드 폴의 원고지가 등장한다.
조정래 선생님도 아니고... 요즘도 이렇게 원고지에 글을 써가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펜에게 선물받은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루시드 폴의 정성이 느껴졌다.
길거리에서 죽은 새를 외면하지 못하고 한 마리 한 마리씩 옮겨 묻어 주는 사랑, 시커멓게 죽은 탱자의 그루터기에서 돋은 새순을 보며 설명한 "나무가 서로 돕는다"는 대목. 무척 감동적이었다. 자연의 하나 하나를 사랑으로 모듬는 루시드 폴의 철학이 존경스러웠다. 아내와의 결혼 이야기, 제주도에 내려와 기술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양배추를 포장하는 농사일을 해내고 다른 사람의 농사 방식을 인정하면서 "친환경 농법"이란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나가는 루시드 폴. "귀농"이란 이름아래 흉내만 내는 농사꾼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진정한 농사꾼이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사랑하는 노래를 만들었으며, 글을 썼다.
그는
  "노래를 듣는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떠나는 일이다. 노래를 만든 사람은 산 책을 안내해 줄 가이드를 초대하고, 그 가이드는 청자를 길로 안내한다."
라고 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길만 있을 수 없드,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아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하나의 노래도 모두에게 다른 노래로 남게 된다는 것을"
  루시드 폴이 안내한 제주도의 삶.
아름다운 풍경, 여유로운 삶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땀흘리는 노동,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랑. 정말 마음이 편안해 지는 에세이였다.
이제 부터 CD Player를 돌려 그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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