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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얼마전에 지인이 아들을 결혼시켰다.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을 치루신다고 고생하셨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제일 힘든 시기는 아들이 취직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의 취직이 정말 힘들고 직장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니 일본도 비슷하나보다. 그래도 일본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 정년퇴임을 하고 청년들의 취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 사람들의 경직된 기업 문화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기업에서 계급간의 갑, 을 관계로 힘들어 하는 회사원들이 많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란 제목은 영화 소개 코너에서 먼저 들은 것 같다. 제목을 듣는 순간 그말을 내뱉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만 했을까 싶은 것이 애잔하기도 하고 지옥같은 회사를 관두고 나왔으니 얼마나 후련할까 싶기도 했다.
책 날개를 살펴보니 작가는 키타가와 에미.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제 21회 전격소설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고 한다. 9월 26일 월요일부터 12월 24일까지 약 3개월에 걸친 이야기이다. 주인공 다카시는 일류기업 면접에서 떨어지고 인쇄 관련 중견기업에 다니면서 회사의 수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맘처럼 회사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 아파한다. 그러던 중 지하철 역에서 초등학교 동문 야마모토를 만나게 된다. 지루했던 일상 속에서 야먀모토와의 만남을 통해 직장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어느 덧 큰 계약을 앞두게 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로 계약을 놓칠 위기에 놓인다. 야마모토를 통해 위로를 받던 다카시는 야마모토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결국 야마모토가 자신의 동창이 아니었음을, 삶의 끈을 약하게 잡고 있던 다카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창이어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동창도, 아는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의 어정쩡한 관계가 유지되면서 야마모토에게 큰 도움, 영감을 받게 된다.
야마모토의 정체를 밟아가는 이야기는 액자소설처럼 또 다른 재미를 주었고, 야마모토 엄마, 다카시 엄마의 대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P171)"
부모는 살얼음판을 걷는다. 자녀가 혹시나 잘 못 되지 않을까 싶어 도와주고 싶어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한다. "실패"라는 단어가 자녀의 삶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싫기때문에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으려 한다. 그게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다카시의 부모처럼 "절대적인 너의 편"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고 우리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인식시키는 작업도 외면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늘 굽신거렸던 상사에게 큰 소리치면서 사표내는 장면이 이 책의 압권이었다.
아름답게 마무리 되어 마음이 푸근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들의 직업 사회를 잘 조명해준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키타가와, 또 너냐!"라며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감동적인 이야기 한 편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