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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평점 :
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공지영의 141번째 마니아"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던 20대부터 꾸준히 공지영 작가의 책을 사 모은 덕분인듯 하다. 예쁜 작가. 똑똑한 작가. 나와 세상을 보는 각도가 비슷한 작가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팬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글에 쉽게 집중이 된다고 느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고, 감동도 받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신간이 발간될 때마다 사 두는 편이다. 이번에 읽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도 그랬다. 신간 발간 소식을 듣고 사 두었다. 노란 표지가 눈에 띄였다. 그러고 보니 공지영 작가의 단편집은 오랫만인가? 처음인가? 늘 긴 호흡으로 읽었는데, 이번 글들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고 책을 펼쳤다.
월춘장구. 이건 또 무슨 사자성어이지? 사자 성어에 약한 나는 금새 검색을 해 보았다. 어~ 검색에 나오지 않는다. 작가의 창작인가했다. 작가이자 한부모 가정의 가장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 그 중에 봄을 맞이하는 설레임, 봄을 이겨낼 것인가 싶은 가볍지 않은 두려움이 잘 나타난 작품이었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한마디로 오싹하면서 통쾌한 가족 스릴러.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절대 그럴 일 없지만 나는 우리 엄마의 자식이 아닐지도 몰라. 그렇지 않다면 나를 이렇게 구박할 수 있을까 싶은 오래된 생각을 끄집어 내 주는 5녀만의 전화. 그러나 과거보다 현재.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삶이 나타나있다.
부활 무렵.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할 수 있는 일이 가정부 밖에 없는 언니 순례와 주인집 명품 가방을 훔쳤던 동생 정례. 어줍잖게 종교를 선택하게 되는 아이러니 속의 슬픔이 마음 아팠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24년간 납북되는 바람에 한국어를 배우게 되어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사람 H. 그를 보는 순간 "운명 수용소 출신들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것 같은 친숙함으로 얽혀간다.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느냐 묻자
"운명이 내 마음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라고 답한 H. 영혼끼리 알아보는 운명. 마음이 아픈 역사와 개인. 일본인과 우리는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는 이 책의 후기에 그렇게 말했다.
"당신 홀로 이 책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의 가슴속으로 희디흰 매화가 푸르르 푸루르 떨어져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아픈 것을 당신이 아파하고 당신의 아픔이 미세한 바람결에 내게로 전해여 아마도 펼쳐진 책장 앞에 모두가 홀로이리라도 우리는 함께 따스할 것이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공지영 작가의 아픔. 아이들 엄마의 아픔을 느꼈다. 난 혼자가 아니며 그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참 따뜻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