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작고 크다 (책 + 정규 8집)
루시드 폴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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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음반은 LP. Air Supply의 음반이었다. 대학교 다닐 때 쯤이었나? 용돈을 아껴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첫 음반을 사고서는 좋아서 잠을 설레곤 했다. CD로 음반이 바뀌었을 때도 음반을 사고 앨범을 들고는 좋아했었는에 요즘은 CD로 앨범을 구입하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음원으로 구입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가 있다. 루시드 폴의 새 음반은 에세이와 같이 발매되었다. 과연 루시드 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루시드 폴의 노래도 참 좋지만, 그만큼 글도 좋아하는데, 이번 음반은  책도 선물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루시드 폴의 글은 마종기 시인과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란 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과학자이자 가수"인 루시드 폴이 무척 부러웠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 존경스럽다.
사실 루시드 폴이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부럽다"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과학자란 훌륭한 직업도 포기하고 농사를 짓는구나. 그래도 자신의  땅을 살 수 있는 재력이 있으니 가능하겠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럴 수 없을꺼야.'
  라고 생각했다.
이런데 이번 에세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읽으며 그의 선택에는 용기가 있었으며 철학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루시드 폴의 원고지가 등장한다.
조정래 선생님도 아니고... 요즘도 이렇게 원고지에 글을 써가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펜에게 선물받은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루시드 폴의 정성이 느껴졌다.
길거리에서 죽은 새를 외면하지 못하고 한 마리 한 마리씩 옮겨 묻어 주는 사랑, 시커멓게 죽은 탱자의 그루터기에서 돋은 새순을 보며 설명한 "나무가 서로 돕는다"는 대목. 무척 감동적이었다. 자연의 하나 하나를 사랑으로 모듬는 루시드 폴의 철학이 존경스러웠다. 아내와의 결혼 이야기, 제주도에 내려와 기술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양배추를 포장하는 농사일을 해내고 다른 사람의 농사 방식을 인정하면서 "친환경 농법"이란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나가는 루시드 폴. "귀농"이란 이름아래 흉내만 내는 농사꾼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진정한 농사꾼이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사랑하는 노래를 만들었으며, 글을 썼다.
그는
  "노래를 듣는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떠나는 일이다. 노래를 만든 사람은 산 책을 안내해 줄 가이드를 초대하고, 그 가이드는 청자를 길로 안내한다."
라고 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길만 있을 수 없드,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아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하나의 노래도 모두에게 다른 노래로 남게 된다는 것을"
  루시드 폴이 안내한 제주도의 삶.
아름다운 풍경, 여유로운 삶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땀흘리는 노동,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랑. 정말 마음이 편안해 지는 에세이였다.
이제 부터 CD Player를 돌려 그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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