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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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아무것 하지 않아도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최근엔 제주도에 걸으러 간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작가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담아 책을 냈다고 서점들이 올 봄에 광고를 했다. "영초 언니"란 특이한 제목을 가진 책을 사 놓았다.  책 분위기가 밝아보인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책 표지 때문이었다.  보리 밭인지, 밀밭인지 한 가운데 아주 예쁜 사람이 한 명 서있다. 책을 다 읽고 바라본 그 여인은 단순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책 표지의 여인은 슬퍼보였다. 슬픈 언니. 영초언니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폈다.

책은  서명숙 작가의 어린 시절 일화가 공개하며 시작한다. 작가와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 나의 일화와 그닥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영원히 대통령 하는 줄 알았으며 죽어라 국민교육헌장을 외웠으며 대통령이 사망한 날 우리집도 울음 바다였다. 반공학생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60, 70년대 생의 아이들의 삶 . 참 답답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며 대학 생활을 해 나가던 중 천영초라는 선배 언니를 알게 되고 그 언니 덕분에 담배도 배우고 세상을 배우며 학생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시대 대학생들은 자신만을 위해 살 수가 없었다. 나만 행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며 타인의 삶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처럼 양성평등 개념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지성인들조차도 여성은 그저 도움을 주는 존재, 뒷바라지 하는 존재라 여겼는데 영초 언니는 굉장히 주관적인 삶을 살았다. 영초 언니 덕분에 서명숙 작가도 독립적인 인격을 갖추며 살아 갈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의 형식은 서명숙 작가의 자서전 느낌이었는데 왜 제목이 영초 언니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자신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영초 언니가 아니었더라면 작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데모에 참여하고 경찰에 잡혀가서 고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영초 언니와 정문화씨의 삶. 이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수많은 인생 선배들에게 세삼 감사한다. 억지스런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했던 경찰, 검사, 판사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고 그들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란 이름하에 저지른 죄를 단죄해야만 되풀이하여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 시대의 학생들이 있었기때문에 오늘날 우리들의 촛불혁명도 있었으리라. 다시 한 번 그들의 희생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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