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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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영하의 소설을 또 하나 읽기로 하고 선택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제목을 되내어 보니 낯익다. 그렇구나, 드라마 제목하고 똑 같구나.

김영하 소설의 주인공은 어떤 목소리를 들을까? 네온빛 속의 옆선이 드러난 10대 소년의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책을 펼쳤다.

" 아이가 사라지고, 사라졌던 아이가 죽고, 죽었던 아이가 되살아났다."(P8)

마술사의 아이가 사라졌다 다시 살아나는 몽환적인 이야기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부분을 읽으며 으스스하고 괴이한 이야기의 시작을 느꼈다.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엄마를 잃어버린 제이와 부모의 무관심으로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동규의 평범하지 않는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폴 폴 풍기는 눅눅한 곰팡이 냄새는 소설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함구증의 동규를 이해하고 같이 놀아줬던 것은 제이였고, 동규가 드디어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하자 제이는 "네가 영어로 말하는데 내가 그걸 알아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라며 마음으로 느끼던 동규를 목소리로 알아들어야하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영혼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서서히 멀어져갈 것을 예상한 제이의 반응이었으리라.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서 태어난 제이를 거두워 키웠던 엄마는 결국 제이를 버리게 되고, 제이는 보육원 생활도 거부하고 냉랭한 사회에 뛰어든다. 며칠전 일어났던 김해여고생 살인사건이 글속에서 살아 나왔다.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두려운 요즘, 실제 이런 상황을 글로 읽는 것이 상당히 괴로웠다. 불유쾌한 연기를 지속적으로 마시는 듯한 매캐함, 어지러움으로 괴로웠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나무를 베기 전에 나무에게 용서를 구했대. 그들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았던 거야. 나무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그들은 나무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돼. 평생 보던 나무를 베어 없앤다는 것은 자기 마음의 일부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아."(P138)

사람뿐 아니라 사물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제이는 폭주하는 불행한 아이들속으로 들어간다. 오토바이와 하나가 된 제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오토바이를 배우고, 폭주하는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가는 제이를 바라보는 동규는 이제 자신과 분리되어가는 제이를 보며 불안을 생각하고 제이의 죽음을 상상하게 된다. 폭주족들의 분노를 조절하고, 그들과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하는 경찰의 모습도 끈적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이때까지 김영하 작가의 글은 쉽게 나에게 와 닿았다. 그러나 이번 소설은 흡입력은 있으나 나에게 와 닿기가 힘들었는데 비뚤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주고는 바르게 살아라고 하는 어른들의 고집을 나 스스로 느낄 수 밖에 없었기때문이다. 폭력적인, 목숨을 건 질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과 그들을 대한 이해가 없는 어른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비애가 나를 괴롭혔다.

이 책이 어지럽다고 느낀 것은 동규의 1인칭 서술, 그외엔 3인칭 전지적 입장에서의 서술이 번갈아가며 나온 것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몽환적이면서도 현실부정적 마음이 글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뿜어져나왔기 때문인것 같기도하다.

" 아이가 사라지고, 사라졌던 아이가 죽고, 죽었던 아이가 되살아났다."(P8)

처럼 사라진 제이. 그의 승천하는 환영은 지속적으로 나의 주위를 맴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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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 북로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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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일대에 볼 일이 생기면 나는 항상 영광도서에 주차를 한다.

일부러도 사러 나와야 하는 책인데 이럴 때 책도 사고 주차도 공짜도 할 수 있어 마음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 생각한다. 어떨 때는 계획 없던 일이 갑자기 생겨 머리 속에 사야할 책 정보가 없으면 무조건 2층에 가서 세계 문학 중에 그 날 가장 갖고 싶은 책을 사 놓는다. 펭귄 클래식 코리아 책을 주로 고르지만 문학 동네, 민음사 책을 고르기도 하는데 어느 날 화려한 표지의 북로드 책이 눈에 띄였다. 세계 문학 전집 표지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꼭 나에게 오는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 마음이 뺏겨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톨스토이 단편선 3권을 샀다.

표지가 예쁘니 책꽂이에 꽂아 두어도 좋아서 한 참 보고 있다가 오만과 편견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이 영화화 되었을 때는 가능하면 영화 보기 전에 가능하면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책 읽기를 놓쳐 버린 것 중에 제일 아쉬운 것이 오만과 편견이었다.영국 여행을 갔을 때 바스(Bath)에서 제인 오스틴 센터에서 오스틴 마네킹과 사진을 찍으며 반드시 읽어 보리라 했는데 화려한 책 표지때문에 인연이 되었다.

일단 책의 편집 상태를 보면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되어 있고, 가독성이 높도록 줄간 간격도 넓은 편이다. 종이도 완전 흰 색이 아니고 약간 노란 빛이 나서 눈이 안정된다.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내 머리속의 엘리자베스는 키이라 나이틀리였고, 그녀는 책을 읽으며 긴 치마를 나풀거리면서 나에게 다가 왔다. 서로 상대방을 특별하게 생각했지만 표현하지 못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 오만과 편견에 휩쌓인 채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했다. 책을 읽을수록 두 사람의 진심이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아 마음 졸이면서 한 장 한 장 넘겼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구조이지만 200년 전의 여성이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나만의 엘리자베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사실만 빼면 이 작품은 200년 영국 사회의 단면을 알려주는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좋은 책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도 눈여겨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고르면서 아쉬웠던 것은 번역가의 이름조차 소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 작품은 누가 번역하였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번역가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북로드 세계 명작에는 번역가가 소개 되어 있지 않다. 변역가의 이름 및 약력을 알려주는 것이 작품에 대한, 그리고 독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만과 편견을 처음 읽는데 번역가를 모르고 읽었으니 반드시 다른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고 비교해 보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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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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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가량 여유 시간이 생겼다. 커피점에 가서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점에서 책을 샀다.

한 눈에 들어오는 책 "소년이 오다"를 골랐다. 책에 대한 정보 없이 무작정 골라서 읽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기때문이다. 책 표지가 참 이뻤다. 한 때는 좋아했던 안개꽃 사이에 살포시 얹혀져 있는 주황색의 타이틀도 좋았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한강" 작가때문이다.

작가의 "노랑무늬영원"을 참 감동적으로 읽었기때문이다. 문장이 차분하고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문장이 떠오르면서 따뜻한 마음이 부풀어와서 이 책을 골랐다. 다시 한 번 노랑색이 주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쓴 커피를 마시며 읽기에 적당한 문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말이다.

6부로 이루어진 제목도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새, 검은 숨, 일곱개의 뺨, 쇠와 피, 밤의 눈동자, 꽃이 핀 쪽으로...

하지만 몇 줄 채 읽지 않고 나는 '따뜻한 마음'이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적십자 병원에 안치 되었던, 사랑하는 우리 시 민들이 지금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이 책 밖에 없지? 하필 이 편안하고 조용한 시간에 말이야.'

안타까웠다. 하지만 책을 덮고 생각했다. '나와 광주와의 인연이 닿은 모양이다 '

이야기는 친구를 군인에게 잃은 동호로부터 시작한다.

'군인들이 무섭지,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요'라며 시신을 지키는 동호, 군인에게 죽어간 동호 친구 정대, 같이 시신을 닦던 은숙의 5년후 이야기, 같이 시신을 지키던 진수 이야기, 은숙과 함께 시신을 닦던 선주, 그리고 동호 엄마. 모두 끈으로 묶여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가슴아프게 그려낸 한강 작가. 당신 때문에 나는 알고 싶지 않았던 광주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광주처럼 아픈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정말이지 소설의 힘은 그 어떠한 교육보다 더 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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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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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책 중에 읽지 않은 책을 찾아 주문을 했다. "7번 국도"라는 1996년도 소설을 2010년에 수정하여 재발간하여서 제목도 "7번 국도 Revisited"이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나 수필은 어렵지 않게 읽는 편인데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어!" 하는 당혹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퍼즐같은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205쪽의 소설이 41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져있는데 그 조각들이 순서에 맞게 배열되지 않고 랜덤으로 섞여 있어서 한 조각 한 조각 읽으면서 연결되는 면을 머리속에서 지속적으로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고, 어디에 연결되는 이야기일까 궁금해 하면 읽을 수 있었다.
비틀즈의 "Route7"이란 앨범을 사고 팔면서 인연을 맺게 된 주인공과 재현은 여름이 가기 전에 7번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기로 한다. 한 편의 로드 무비이지만 평범하지 않는 다소 몽환적인 사건을 엮어두었다. 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 고리 역할을 하는 "세희"의 아픔도 우리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다.
재현과 세희와 나는 다가가면 절대로 안 되는 삼각형의 꼭지점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특이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들사이에는 음악이 흐른다.
7번 국도에서 편지를 건네준 은퇴했지만 전직이 우체부는 아닌 할아버지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길을 죽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제아무리 숭고하다 한들 고립돼 있다면 그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오."
라고 말해준다.
고립되었던 점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젊은이들이 서서히 서로를 위해주는 의미있는 관계로 변하게 해주는 7번 국도, 그리고 음악. 그래서 한 편의 뮤직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분명히 소설인데 주인공을 자꾸 김연수 소설가로 착각하게 되었는데 그의 삶의 많은 부분들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40여개의 조각으로 나눠져있는데 노래 가사의 일부를 번역해 놓은 조각, 실제 E-mail의 한 부분을 인용한 조각, 그리고 짜장면으로 끝나는 마지막 조각 등 특이하고 재미있는 구조들이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의 창의성과 유연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서 조각을 맞추듯이 끼워맞추듯이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원본 "7번 국도"가 보고 싶었다.
신, 구.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김연수 작가의 또다른 내면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김연수 작가. 당신은 매력의 늪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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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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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아이들과 비긴 어게인을 봤다. 진작 봤어야 했는데 아이들 시험 기간이다 뭐다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보게 되었는데 극중 음반 제작가인 댄이 이런 말을 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음악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한 힘을 가진 마술의 세계이다.

다른 것은 쉽게 잊혀져도 노래 가사나 음률은 잘 잊혀지지 않고, 노래에 얽힌 추억은 노래를 따라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작가 한강의 매력에 푹 빠져 그녀의 산문과 소설을 함께 읽는 중인데, 오늘은 그녀의 산문집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읽었다.

들었다니? 산문집을 누가 읽어 준다는 말인가? 이 산문집은 특이하게도 노래를 소개하는 산문집이다.

그녀가 좋아하고, 많이 들었고, 흥얼거리던 노래들을 가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자주 읽는 편인데,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재산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소개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으면 현실감 100%가 될 수 있는데 작가 한강이 소개한 노래는 정말이지 모르는 노래가 별로 없었다. 같은 해에 태어나 자랐기때문일것이고, 비슷한 감성을 가진 여자이기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이야기 하는 노래 하나 하나 나지막히 웅얼거리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 "3.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에 실린 작가 한강의 노래이다.

한강이 작사, 작곡, 보컬까지 한 노래 10곡이 실려있다.

입으로 흥얼거리 노래를 녹음한 테잎을 듣고 음악 감독인 친구 한정림이 편곡, 피아노까지 담당하여 앨범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흥얼거린 노래를 녹음시킨 한강의 정성도 대단하지만 그 노래를 앨범으로 내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참 부러웠다. 어쨌거나 책에 동봉된 CD를 듣기 시작했다.

아...작가 한강의 목소리는 가수 "전영"의 목소리와 흡사했다. 어찌나 곱고 솔직하게 들렸는지 한 방울의 이슬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작가가 직접 써서 그런지 노래 가사도 참으로 아름답고 명쾌했다.

7번째 곡인 "햇볕이면 돼"

나의 꿈은 단순하지

너와 함께 햇빝을 받으며

걷는 거지 이 거리를

따싸롭게 햇빛을 받으며

햇빛!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거지

햇빛! 너의 손 잡고 걸어가는 거지

햇빛! 너의 눈 보며 웃음 짓는 거지

눈이 부실 때면

눈 감는 거지

참 좋다.

세상에 작은, 아기 같은 빛을 던지고 싶다던 그녀가 느껴지는 시, 노래, 음악이었다.

작가 한강이 궁금한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꼭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를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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