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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김연수 작가의 책 중에 읽지 않은 책을 찾아 주문을 했다. "7번 국도"라는 1996년도 소설을 2010년에 수정하여 재발간하여서
제목도 "7번 국도 Revisited"이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나 수필은 어렵지 않게 읽는 편인데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어!" 하는 당혹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퍼즐같은 소설이란
느낌이 들었다. 205쪽의 소설이 41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져있는데 그 조각들이 순서에 맞게 배열되지 않고 랜덤으로 섞여 있어서 한 조각 한 조각
읽으면서 연결되는 면을 머리속에서 지속적으로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고, 어디에 연결되는 이야기일까 궁금해 하면
읽을 수 있었다.
비틀즈의 "Route7"이란 앨범을 사고 팔면서 인연을 맺게 된 주인공과 재현은 여름이 가기 전에 7번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기로
한다. 한 편의 로드 무비이지만 평범하지 않는 다소 몽환적인 사건을 엮어두었다. 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 고리 역할을 하는 "세희"의 아픔도 우리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다.
재현과 세희와 나는 다가가면 절대로 안 되는 삼각형의 꼭지점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특이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들사이에는 음악이
흐른다.
7번 국도에서 편지를 건네준 은퇴했지만 전직이 우체부는 아닌 할아버지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길을 죽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제아무리 숭고하다 한들 고립돼 있다면 그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오."
라고 말해준다.
고립되었던 점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젊은이들이 서서히 서로를 위해주는 의미있는 관계로 변하게 해주는 7번 국도, 그리고 음악.
그래서 한 편의 뮤직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분명히 소설인데 주인공을 자꾸 김연수 소설가로 착각하게 되었는데 그의 삶의 많은 부분들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40여개의 조각으로 나눠져있는데 노래 가사의 일부를 번역해 놓은 조각, 실제 E-mail의 한 부분을 인용한 조각, 그리고
짜장면으로 끝나는 마지막 조각 등 특이하고 재미있는 구조들이 많아서 내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의 창의성과 유연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서 조각을 맞추듯이 끼워맞추듯이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원본 "7번 국도"가 보고 싶었다.
신, 구.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김연수 작가의 또다른 내면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김연수 작가. 당신은 매력의 늪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