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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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난, 나에게 넌 (feat. 디스토피아) -『에케 호모』(오수완 지음, 다산책방 2026)

인류의 99%가 재앙으로 인해 사라진 세상 속에서 한 소녀와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소녀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한다. 폐허 속 세상에서 남자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무엇을 보고자 했을까.

『에케 호모』 는 이름 모를 한 소녀와 노먼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소녀에게 '서브'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노먼은 자전거로 서브와 함께 여러 곳을 다닌다. 엑스포를 여는 '지텍' 이라는 도시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이 책의 시점은 프라임이 인간에게 재앙인 강림을 일으켜 인류의 99%가 사라진 사건 으로 30년 이후다. 문명의 재건을 설파하는 지텍이라는 도시에 가기 위해 그들은 케산, 터빈, 웨이, 숲 등 다양한 장소에 가며 다양한 인간상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된다.

『에케 호모』는 친절하지는 않은 소설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담백하며 대화는 길지 않다. 서브와 노먼의 이름의 유래, 노먼이 서브를 구한 이유, 노먼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한 이유, 서브가 버스에 있었던 이유- 이 무엇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는 그저 노먼과 서브의 행동, 말을 보며 추측만 해야 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불친절함이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퍼즐 맞추기처럼 그들이 왜 이런 행동과 말을 하는지 유추하며 맞춰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폐허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 사람, 욕망에 찌든 사람, 인간성을 잃지 않은 사람, 문명의 재건을 원하는 사람 등 이 폐허 속에서도 '인간' 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 책이 하게 한다.

이 책은 다른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문학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 소설이다. 노먼-서브의 조합이 마치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처럼 유사 가족같은 느낌을 준다. 서브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충동적인 행동을 해도 노먼은 서브를 혼내지 않는다. 아빠처럼 그저 서브를 살뜰히 챙기고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그녀에게 많은 책을 접하게 한다.

그러나 <라스트 오브 어스>와 달리 그들은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문명의 재건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디스토피아 문학처럼 폐허로 자유,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영화를 보러 갈 뿐.

그리고 고대하던 영화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급변한다. 중후반부에 강림의 진실, 노먼의 정체 등이 밝혀지며 노먼이 서브에게 준 사랑의 의미, 서브가 노먼에게 가지는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고, 『에케 호모』라는 제목의 의미도 고민하게 된다.

200여쪽도 되지 않은 이 짧은 소설에서 이 정도의 흡입력과 질문을 만드는 SF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에케 호모』- 이 사람을 보라(이 사람이다) 라는 뜻이다. 누굴 보라는 것일까. 남자와 소녀는 누굴 보게 될까.

이 사람을 보라. 그리고, 이 책을 보라.

#에케호모 #오수완 #다산책방 #혼불문학상 #sf소설 #소설 #책추천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이 책은 @dasanchaekbang 으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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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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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성공, 그러나 메마르지 않았던 단두대의 피  -『단두대와 욕조』(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옮김, 열린책들, 2026)


프랑스 역사하면 사람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프랑스 대혁명' 일 것이다. 이 혁명이 군주제의 폐지를 이끌었고, 시민들에 의한 최초의 공화정을 수립하게 한 세계 역사의 판도를 바꿨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꾸었던 공화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두대의 피는 메마를 날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단두대와 욕조』는 공화국 출범 이후 프랑스 서부 방데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방데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방데 전쟁은 공화군과 가톨릭 왕립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이었다. 당시 가톨릭 왕립군은 왕권의 복권을 주장한 왕당파, 성직자 기본법에 반대하는 성직자들 그리고 제비뽑기 방식의 국민 개병제에 불만을 품은 낭트 지역 농민들이 연합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식 무기를 가진, 경험이 있는 공화군을 이기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가톨릭 왕립군은 궤멸된다.

이 소설은 방데 지역의 중심지 낭트의 총독으로 부임된 카리에르에 의해 일가족을 잃은 청년 '시몽' 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리에르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감옥으로 가게 된 이후 시몽은 총으로 그를 쏴 죽이려는 사적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시몽은 샤를로트와 펠립스를 만나 그들의 설득에 의해 카리에르를 공적 심판에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며, 그가 법적 심판을 받을 때까지 기나긴 여정과 참혹한 실상들을 보고 겪게 된다.

이 책은 혁명과 정의라는 명분 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 정치에 의해 죽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카리에르와 그의 산하 램버티 부대는 공화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모조리 죽이는 엽기적이고 광신적인 행보를 보인다.

며칠 전까지 같이 웃고 떠들며 지냈을 지인들, 친우들을 서슴없이 죽이며 시신들이 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자 이를 충격적인 방법으로 시신들을 처리하는데, 이 작전에 투입됐던 시몽의 시선으로 바라본 묘사들이 너무 충격적이고 생생하게 나온다.

이 책은 시중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은 '방데 전쟁' 와 다수의 실존 인물들을 차용한 깊은 서사를 가진 역사 소설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덕분에 프랑스 혁명이라는 빛과 화려함에 감춰진 어둠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웠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실존 인물들 덕에 훨씬 생동감 있게 몰입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집단에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탄압, 배척하며 그들의 씨를 말리는 역사를 보여준 것은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는 현대 사회에서도 다시금 이 파국의 역사가 반복되서 안 된다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단두대와 욕조』의 또 다른 매력은 읽을 거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큰 줄기는 당연 시몽의 복수다. 복수가 과연 성공할지, 성공하면 어떻게 성공할지 보는 재미가 크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살육의 현장, 시몽의 고뇌, 인물들의 정치 싸움, 신의 믿음, 선의와 정의의 문제 등의 수많은 주제들이 던지는 질문 거리들을 생각해 보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단두대 처형 방식은 굉장히 야만적이고 잔인한 처형이다. 책에서도 공화주의자뿐만 아닌 반군, 농민, 일반 시민들, 부르주아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는 장면이 나온다. 루이 16세를 처형한 단두대는 야만, 핍박, 구시대의 상징이지만 자유, 박애, 평등을 주장했던 공화정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피를 묻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욕조로 쓸 수 있었을 만큼 메마르지 않았던 단두대의 피는 무슨 의미일까? 『단두대와 욕조』를 읽으며 이 의미를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단두대와욕조 #조나탕베르베르 #열린책들 #역사소설 #방데전쟁 #소설 #프랑스역사 #역사 #복수 #책추천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이 책은 @openbooks21 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AI로 사진 배경을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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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집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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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집,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다 -『어두운 집』(전건우 지음, 넥서스, 2026)

'K-호러' 를 대표하는 책하면 어떤 책이 떠오르는가? 다양한 호러 분야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건우' 작가의 이름을 떠올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건우하면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어두운' 시리즈가 있다.

『어두운 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 시리즈가 『어두운 숲』에 이어 마지막 시리즈인 『어두운 집』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집』은 전작과 동일하게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주인공 민시현과 윤동욱, 옥도령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튜브를 하던 옥도령이 '아귀의 집'에 찾아간 이후 행방이 묘연해져 이를 알게 된 민시현과 윤동욱이 옥도령을 찾으러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귀의 집은 일가족이 서로를 죽여 사망하게 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흉가였고, 거기다 도깨비터로 알려져 이미 사람 흔적 하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린 곳이다. 옥도령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귀의 집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진실이 밝혀지면서 어두운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과 서늘함이 잘 드러난다.

이전 시리즈와 다른 『어두운 집』만의 특징은 단연 '도깨비' 의 등장이다. 동요처럼 뿔 두 개 달린 튼튼한 빤스를 입은 친근한 도깨비 아저씨가 아니다.

책에서 도깨비는 수가 틀리면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며 자신들의 호기심과 탐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들은 죽인 사람의 탈을 쓰며 인간 행세를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원한을 가진 악귀들과 달리 순수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도깨비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사연을 듣고 위로해주는 것이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공간과 시간의 교차다. 아귀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과거-현재의 아공간을 통해 시간의 교차가 이루어진다.

이런 교차는 선우 가족과 민시현 일행의 접점을 만들어 주어 이야기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하고, 영혼과 다른 '도깨비' 만의 능력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책의 재미를 확장시킨다.

마지막 시리즈인만큼 『어두운 집』에서 도깨비를 비롯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주인공 시현의 성장이다. 자신의 능력에 혼란만 느끼며 닥친 상황을 이겨내는 것만 급급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뛰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전 시리즈에 나온 윤동욱과의 좋은 관계성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내적 성장까지 보여주다니, 이전 시리즈를 봤던 독자로서 종합 선물 세트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 시리즈가 마지막이라니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현과 동욱이 어디선가 서로를 의지하며 누군가를 돕는 선함을 보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두운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어두운 집』으로 화려한 대미를 같이 장식해 보는 건 어떨까? 조금 살 떨리고 소름끼치긴 하겠지만.

#어두운집 #전건우 #넥서스 #앤드 #호러소설 #k호러 #소설 #책추천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이 책은 @nexusbooks 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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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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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도피처였을까? -『처마 밑 도피자들』(리러하 지음, 팩토리나인, 2026)

매력적인 악마 캐릭터와 계약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많은 인기를 모았었던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되지 않는다』를 쓴 리러하 작가가 이번에 영혼과 차사를 소재로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처마 밑 도피자들』이 그 책이다.

『처마 밑 도피자들』은 주인공 현수리가 연락을 끊고 지내던 선배 장호재의 갑작스런 제안을 받아 어느 인테리어 업체의 사무직으로 취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수리가 영혼을 볼 수 있고, '소도' 라는 임시 대피소를 만들어 사자의 눈을 피해 영혼의 마지막 시간을 벌어주는 일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사자 '신산' 과도 엮이게 된다.

이 책은 소재의 현대화를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력을 띈다. 저승사자들이 바이크를 타고 다니고, 병원에서 죽는 영혼들이 많은 현대 시대에서 사자들은 이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영혼을 곁에 두는 장치로 정자나 무당집 등을 활용하는 게 아닌 영혼별 사연이 드러나게 인테리어된 방을 사용한다. 이런 현대화는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이야기의 세련됨을 높여준다.

작가의 전작처럼 캐릭터들의 매력도 눈에 띈다. 주인공 수리는 오랫동안 함께한 예술을 놓고 가족들의 압박으로 평범한 사무직으로 살아가지만, 영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그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못하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메뉴얼대로 하는 것이 아님에도 수리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고 도와주는 저승사자 신산과의 케미도 작품의 매력을 높인다. 인테리어 업체, 지족 스페이스에서 핵심 인물인 수리의 상사 민연랑이 가진 가치관의 반전도 좋았다.

작품에서 영혼의 주요 도피처로 수리가 만든 '처마 밑'과 지족 스페이스가 만든 '방'이 나온다. 특이점은 두 곳 모두 영혼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만든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마 밑은 저승사자가 영혼을 데려가기 직전 마지막 시간을 벌고자 수리가 만든 공간이고, 지족 스페이스의 방은 유족들의 요구로 영혼에 맞추어 커스텀한 방이다. 영혼을 위한 공간이라는 지족 스페이스는 철저히 자본에 의한 공간이라는 점도 특이하게 느껴졌다.

수리와 지족 스페이스 모두 영혼들에게 도피처를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수리는 자의적으로 만들고, 지족 스페이스는 타인의 요구를 받아 도피처를 만든다.

차이점은 수리는 영혼을 생각해서 만들고, 지족 스페이스는 영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소한 차이점은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결국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며 수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중에 수리의 과거사가 주는 늘어짐과 주인공의 저승사자에 대한 원망이 다소 과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인물들과의 케미와 소재의 현대화, 도피처라는 공간이 던져주는 생각 거리를 가진 『처마 밑 도피자들』만의 매력은 분명하다고 본다.

#처마밑도피자들 #리러하 #쌤앤파커스 #팩토리나인 #저승사자 #소설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 #미스터리판타지 #책추천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이 책은 @samnparkers 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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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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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은 사이코패스는 없을걸?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문학동네, 2026)

반사회적 인격장애,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이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굉장히 많다. 계산적, 감정 결여 등의 이미지를 가진 쪽이 사이코패스라 주로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 오랜만에 사이코패스 주인공이 나오는 스릴러 작품이 등장했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이 그것이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는 어릴 적 윌이라는 인물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이코패스 '클로이' 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클로이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윌을 죽이는 것. 유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녀는 윌이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고, 윌의 소셜 계정을 염탐하고, 윌의 주변 사람에게 가까워지는 등 복수심과 분노에 기반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 접근한다.

이 책의 특징은 캐릭터에 있다. 주인공 클로이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여러 사이코패스 인물들이 나온다.

특이점은 같은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성격, 개성이 모두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로이는 분노에 약하고 충동적인 감정에 자주 휩쓸리며 주위를 신경쓰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찰스는 여자친구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는 등 어느정도 사회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인물들을 헷갈리지 않고 이야기가 주는 도파민을 계속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다른 특징은 서술자의 교차다. 클로이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맞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클로이, 찰스, 앤드리 - 3명이라 할 수 있다. 챕터마다 주인공과 시점이 바뀌는 것은 지루함을 덜어주고 신선함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몰입과 전개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

마지막 특징은 전개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점이다. 주인공 클로이의 복수극과 더불어 사이코패스 심리 실험도 책의 큰 줄기 중 하나다.

클로이는 윌에게 복수하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사이코패스로서 다니는 대학의 심리 연구에 참여하는 실험대상자로 나온다.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학자는 레너드 와이먼 박사이다. 클로이는 심리연구를 통해 알게 된 같은 사이코패스인 찰스, 앤드리를 윌의 복수에 이용하면서 그들과 레너드 박사에 대한 조사도 한다.

이 두 큰 줄기는 클로이, 찰스, 앤드리, 레너드 박사, 윌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교차되면서 하나의 길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선뜻 다른 이 줄기들이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지 기대하면서 보는 맛이 있었는데, 후반부에 다소 급하게 합쳐진 느낌이라 힘이 떨어졌던 아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이 주는 각기 다른 매력과 클로이만의 복수가 이루어지는 과정, 사이코패스 연구 실험의 전말 등이 잘 어우러진 이 책이 주는 도파민은 분명 색다를 거라 생각한다.
사이코패스는 많지만, 사이코패스 '클로이' 는 여기서만 볼 수 있으니까.

#나를우습게봤겠지만 #베라쿠리안 #스릴러 #사이코패스 #스릴러소설 #문학동네 #강동혁 #책추천 #서평 #서평단 #도서협찬

* 이 책은 @munhakdongne 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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