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은 장석주와 다투고 와인 한병을 다 마신뒤 거실바닥에 와인을 토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 일을 박연준은 거의 아홉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야기를 쓰고 장석주는 간단한 사실만 반페이지 정도를 할애한다. 결혼식 대신에 선택한 호주에서 한달 살아보기에 이렇게까지 상대방에 대한 언급이 없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장석주는 호주의 자연과 그속에서 산책(걷기)에 관한 사유로 책을 꽉 채우고 있다.(그의 사유를 따라가지 못해 후반부는 아주 정말 엄청나게 많이 졸면서 겨우 읽어 냈지만, 주변에는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내가 뱍연준이라면 '서운했을것 같다'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아래 인용글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을듯 싶다.
대게 사랑은 꽁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p52
사랑에 빠지는 속도, 그리고 그 사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기간, 언제나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그 사랑이 처음 올때처럼 그렇게 가버리는데 까지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서 평소의 자신과 또 다를수도 있다. 내 속도에 상대방을 맞추려고 할때 그 마음에서는 서운함이 핀다. 발맞추어 걸을수 없다면 좀더 빠른 누군가가 조금 기다려 주어도 좋겠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