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알러디너분의 서재에서 아직 30대인데 왜 벌써 노년을 걱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본듯하다....

사실 나는 현재 40대이고 정말 심각하게 노년의 생활에 대해서 걱정스럽지만, 지금 현재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게 더 답답하고 우울하다. 

그래도 이 소설속 주인공들처럼만 지낼수있다면 제목처럼 55세부터는 헬로우 라이프가 될텐데말이다.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아내 또는 남편이 정년퇴직 또는 감원을 당한 이후의 생활들에 관한 이야기 들이다. 첫번째 <결혼 상담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족관계가 꽤 돈돈하다. 물론 삐걱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곤궁한 시기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여행 도우미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으려 찾아간 곳도 결국에는 할머니와 살았던 곳이였다.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번>이라는 중단편이 내게는 가장 와 닿았는데, 아마도 평소에 "나도 노년에는 노숙자가 될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노숙자에대한 공포심을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여행 도우미>는 노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인데, 13년째 무연애중인 나로써는 60이 넘어서도 그사람이 그리워 눈물을 철철 흘리고 죽음을 각오수 있을만한 사랑을 다시 할수 있게 된다면 뭐 그것도 땡큐. <펫로스>에서 개가 죽음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하는 본능을 보면서 두 부부가 위안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나는 두마리의 강아지와 한마리의 고양이를 떠나보낸후 단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아 본적이 없었기에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나는 오로지 죄책감만 느겼던것 같다. 아..쓰다보니 또 생각나네. 토토야, 똘똘아, 나리야...보고싶다....

나는 죽음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애들의 영혼같은게 있을꺼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그리울때는 그 너머 어딘가에 그 어떤것이 있어서 조만간 다시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떠난 녀석들 생각에 잠시 우울하긴 했지만 오랫만에 한숨에 다 읽히는 책을 읽고나니 왠지 기운이 나는것 같기도 하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남자는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었다. 당신 자신에게도, 끝나 버린 사랑에도, 그 눈물에도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이는 상대의 인격이나 마음을 무시한 채 자기 생각만 하며 지껄이는 인간들이다. 지금 당신은 슬프고 괴로울지 모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따분한 인생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말은 실제로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 꾸며지고 거짓이 섞인다. 곁에 있는 타인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깊은 슬픔은 말을 거부한다.

<결혼 상담소 p66>

 

 

"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마음고생을 하고서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 개를 길러볼까 생각 중이라고 털어 놓자 남편은 화난 듯한 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도 말투도 대사도 예상했던것과 완전히 똑같아서 다카마키 요시코는 그만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보나마나 왜 웃는거냐고 물어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이 그대로 들려와서 웃음보가 또 터지고 말았다. 남편은 소리 높여 웃는다카마키 요시코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나도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와서 웃겼다고 해명하고는 그렇게 덧붙였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자 남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냐, 기르는 게 좋겠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게다가 믿을 수 없게도 남편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아마 당신 자신은 모르겠지만, 요 근래 당신이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없어. 난 당신이 그렇게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좋아. 대찬성이야. 개든 말이든 뭐든 길러."

다카마키 요시코는 동요했다. 남편이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남편과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혼란스러웠고, 새로운 관계에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 일단 남편과 단둘이 함께 보이차를 마셔보자. 보비 2세는 그다음에 생각해보자. 차를 마시고, 아무튼 마음부터 가라앉히자. 거기가 출발점이라고 다카마키 요시코는 생각했다. <펫로스 p29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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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엇 저 이거 사뒀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아무개 2015-06-25 08:46   좋아요 0 | URL
과연 다락님의 취향에 맞을지는.... ( ˝)

단발머리 2015-06-2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알던 책인데 아무개님 리뷰 읽으니 막 읽고 싶어지네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 눈물을 철철 흘리고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
이 언제 듣던 이야기던가, 막 아련하네요.

아무개 2015-06-25 08:48   좋아요 0 | URL
이 할배가 말입니다. 죽음보다 더한 선택을 해요.
네..제가 보기엔 죽음 보다 더해요.

대단히 좋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잘 읽히는 나름의 해피앤딩 소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