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몇 년간 '삶' 내지 '생명'이라는 단어는 한국사회 갈등 현장의 복판에 있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여기 사람이 있다.','생명평화행진' 등등, 저항의 슬로건으로 '살아야 한다', 내지 '살려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 많이 나온때가 또 있을까 싶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각종 추방 때문일 것이다. 직장이나 학교, 농토, 주거지역 등에서 쫒겨나거나 사실상 밀려나도록 방치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빠진 탓이다. 그러나 조금 멀리 보자면 이제는 생명의 영역, 삶의 영역이 그만큼 권력의 중요한 통제 대상이자 자본의 중요 상품 형식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삶의 아주 기본적인 요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요소들이 권력의 정보 수집 대상이 되고, 자본의 판매 상품으로 바뀌고 있어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억압되거나 방치되면 도무지 살 길이 없어진다. (중략)

희망이 덧없다는 것, 이는 절망한 이들의 말이 아니라 결코 절망할 수 없는 이들의 말이다. 자신이 사막에 있다는 사실에 압도된 사람들일수록 오아이스에 대한 희망을 빨리 만들어낸다. 그래서 얼마 가지 않고서도 수십 번의 오아시스를 보지만 모두가 신기루다. 희망이란 이상한 것이다. 그것은 미래에 대해 품는 것이지만, 미래로 갈수록 덧없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실질적인 것이 된다. 희망을 내일에 거느니 오늘에 걸고, 희망을 거기에 거느니 여기에 걸겠다. 희망은 지금 사막을 뚜벅뚜벅 걷는 내 다리에 있다. 이글을 쓰던 날, 나는 대한문 농성촌의 한 의지에 누군가 적어 놓은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p10-11




몇장 읽지도 않았는데, 벌서 눈알이 아프도록 뻑뻑하다.

삶, 생존. 그리고 희망.

이런 단어들이 요 며칠사이 종일토록 티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일까.


이런 엄청난 재앙-그것이 인재이든 자연재해이든- 앞에서

나는 또 믿지도 않는 신을 죽인다.
























선량하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대체 악은 왜 창조한 겁니까? 수도사들은 자기 안에 있는 사악함을 무너뜨리고 유혹에 저항하며, 고통과 슬픔과 불행을 하나님이 정화를 위해 내리는 시련으로 받아들이면, 결국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했죠. 그건 마치 심부름을 보내면서 길을 험난하게 만들기 위해 복잡한 미로를 만들고 해자를 두르고 마지막으로는 벽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닙니까? 그 사람은 미로를 힘겹게 통과하고 헤엄을 펴서 해자를 건너고 벽을 허물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아무리 현명하다 해도 상식이 없는 하느님은 믿을 수 없어요. 그보다는 이 세상을 창조하진 않았지만 악행을 발견하면 최선을 다해 바로잡는, 인간보다 훨씬 더 선량하고 현명하고 위대한 신을 믿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죠. 자신이 창조하지도 않은 악을 없애려고 안간힘을 쓰는 신, 그리하여 결국 악을 완전히 정복해 줄 수도 있는 신이라면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대로 그런 신이 아니라면 대체 왜 믿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죠. -서머셋 몸<면도날> 중에서-


나는 모르겠다, 수백명이 아이들이 공포속에서 수장되어야 하는 이유를...


"목사님의 신-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


-김은국<순교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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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2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아직 글을 못쓰겠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4-04-28 08:35   좋아요 0 | URL
T.T ... ...

단발머리 2014-04-2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숨만 나오는 아침이 계속되네요.
세상엔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무개 2014-04-28 10:40   좋아요 0 | URL
답을 할 수 없는 질문들도 그렇지만,
제가 인식할수 없는 어떤 큰 힘이 있어서
이런 일들이 벌어 지는거라면,
그저 이렇게 당하기만 해야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