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혼자산다는 것에 대하여> 를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읽었고

게다다 쥬니어 클래식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놔....쥬니어 클래식이라는데

쉽지 않다.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 될까...뭐 각설하고..


책의 주제는 제목에 이미 선명하게 나와있다.

노동의 이유를 묻다!


왜 일을 하는지 노동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답은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압도적일 것이다.

본인이 너무나 좋아하는 일인데 게다가 잘하기까지해서

돈까지 벌수 있는 직업을 가진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문화예술이 발달할수 있었던 것은

'시민'즉 '자유인'들은 노동을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노동은 노예들이 해야하는 천박한 일일 뿐이며,

자유인은 절대로 노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남아 도는 시간에 형이상학이니 이데아니 공화정이 민주주의니 어쩌구 저쩌구들을

떠들어 댈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중세에 종교개혁과 함께 프로테스탄트들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자

그 천박한 노동은 돌연 신성한 신의 의무가 되었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 거나' '가난이 부랑배처럼 들이닥치고 빈곤이 거지처럼 달려든다'라며

노동에서의 근면과 성실을 신의 소명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불안한 현세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약속 '구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인간을 구원해줄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신-돈-이 약속하는 다른 모습의 달콤한 약속 '소비'이다.

과거에는 생산하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소비하기위해 일을 한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배우자 등등을 소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 쇼퍼홀릭에 나오는 레베카의 말이란다.


" 난 사은 포인트 모으기를 정말 좋아한다. 포인트 적립 제도는 정말 놀라운 발명이다. 아무렴! 많이 쓰면 진짜 좋은 사은품을 받는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검소했다. 사은 포인트를 모아서 할머니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드렸으니까. 그때 사실 나는 1653포인트를 이미 적립해 둔 상태였고 전기 헤어 세팅기를 받으려면 18000포인트가 더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엄청나게 큰 병에 담긴 삼사라 향수를 내가 쓰려는 목적으로 하나 사서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 세팅기를 샀다.(...)그런데 문제는 내가 삼사라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런데도 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걸 깨닫지 못했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게 뭐 대수랴." p.217



보관함에 담겨있던 <침묵의 봄>은 오늘만 반값이라지,

<지슬>은 오늘 사면 적립금 2000원 준다지...

그래서 오만원에 금액을 맞추느라(오만원 이상 이면 적립금 2000원이라.......)

오전 내내 이것넣었다 저것 뺐다 하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위의 구절을 읽고나니 하하하하하

뭐야 쇼퍼홀릭 레베카랑 내가 뭐가 다른거야?

바로 얼마전 구매한 <마의 산>은 아직 책 뚜껑도 못 열어 봤고,

선물 받은 책들도 그대로 있고, 읽을 책들은 쌓여 있는데

지금 당장 꼭 읽고 싶은것도 아닌데 그놈의 적립금과 반값이란 말에 홀랑 넘어간 내가

과연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건지...


명품백같은 비싼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만이 합리적으로 건전한 소비를 하는것은 아닌것 같다.

이렇게 책이라는, 어찌보면 더 허영 가득한 물건을 쌓아두고 바라만 보는게

오히려 더 '나쁜'소비를 하는게 아닐런지. 

그렇게 나쁜 소비를 하려고 나쁜 노동으로 인생을 나쁘게 버리고 있는건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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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이라는 허영만 가득한 물건을 쌓아두고 바라만 보는게 나쁜 소비라는 저는 울트라슈퍼메가톤급 나쁜년이에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4-04-16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어제 밤에도 제발 산 책은 읽고 사라는 어떤 사람의 말에 제가 그랬거든요.
"그래도, 일단 책은 사야된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힘을 내서 계속 소설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강준만 교수님이 계속 책을 쓸수 있다."

합리적 소비가 아닌것만은 확실하지만, 정말, 나도 나쁜 사람일까요? ㅋ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