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달리기 25초.

체력장 할때 심지어 내가 달리고 있는 도중에 책상 치우고 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선착순이 정말 싫었다.어차피 안될꺼 기를 쓰고 달릴 이유가 없었고 달리는것 자체도 싫었다.

출발할때만 뛰고 대부분 슬슬 걸어서 돌아갔다. 선착순은 그 순위안에 들기위해 기를 쓰고 벌 받는 사람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나 처럼 아예 처음 부터 포기 해버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선착순은 의미가 없어진다. 나는 의미 없이 뛰어야 하는게 싫었고, 뛰지 않았고 결국엔 선착순 꼴찌와 태도불량으로-내가 안 뛰니까 따라서 뛰지 않는 애들이 점점 많아졌다- 더 크게 혼이 났다.

꼴통이라는 칭찬도 받으면서 말이다.

여하튼 그러해서 난 선착순이 싫었고, 싫다.

하지만 어제 알라딘 메인에 대문짝만하게 5만원이상 구매시 탁상달력을 선착순으로 준다고 광고가 떴다.

아....정말 선착순 싫은데 말이지.....



선착순은 싫지만 탁상달력이 나를 헐레벌떡 뛰게 만들었다.

에구..올해는 여기까지만 지르자. 



내일은 노조창립기념일이라 쉬는 날이다. 그래서 미뤄왔던 일을 하려고 한다.

길냥이 TNR. 오늘 저녁에 포획해서 내일 병원으로 보낼 예정인데 과연 오늘 잡혀줄지...

그 아이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강제로 잡아서 배를 가르고 중성화 수술을 하는거다.

얼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맞아 죽거나 병걸려 죽거나 해서 일반 집고양이의 수명이 10년 이상인데 반해

길고양이냥이들은 평균수명이 3년이다.

그나마도 개체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강제로 불임수술을 시키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서.

만약 다음생을 선착순으로 뽑는다면 그래서 제일 빨리 달려서 인간이 될수 있다면

나는 이 악물고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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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1-0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명문이네요, 마중물님. 추천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마도, 인간이 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말이죠.

아무개 2012-11-08 11:06   좋아요 0 | URL
우와........저 진짜 다락방님께 추천 받은겁니까?
왠지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느낌인데요.^^

전 나무로 태어나게 해준다고 하면 목도리 도마뱀처럼 뛰더라도 이 악물고 뛸꺼에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2-11-0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중물님 달리기 이야기 읽다가 저랑 너무 똑같아서 막 웃음이 나요.
제가 그랬거든요. 기를 쓰고 달리는 일이 뭔가 참 우습더라구요. 100미터 23초였는데 저보다 더 심하셨네요.ㅎㅎ
그래도 전 대입체력장 땐 18초 끊었어요. 입시 목적으로 만점 받으려고 제 딴엔 열심히 연습했고
스타트를 좀 잘 했거든요, 그때만. ㅎㅎ

저 위의 다섯 권 중 안나 카레니나 반가워요. 지금 2권 들어갔어요.

길냥이들 이야기는 정말 끔찍하네요. 인간이 참 ㅠㅠ
저도 다음생에 선착순 달리기로 인간 뽑으면 인간이 못 될거에요. 아니 안 될거에요.

아무개 2012-11-08 11:04   좋아요 0 | URL

저는요 이생에 죄가 많아 다음생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꼭꼭 못생긴 나무로 태어나고 싶어요.(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그러더라구요)
너무너무 엄청나게 못생겨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엄청나게 못생기고 커다란 나무가돼서
마구마구 산소를 내뿜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저 달릴때 모습이 꼭 목도리 도마뱀같다고 친구가 하는 말 들은 이후론 더 달리기가 싫어지더군요.
꼭 상상하시고 "푸하하하" 웃으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

프레이야 2012-11-08 19:05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 목도리도마뱀ㅋㅋ
막 달리는 모습 떠올려보니까 더 웃겨요.
저는 달리기할 때 어떤 모습일까요,
굼벵이? ㅎㅎㅎ
마중물님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못생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단 말씀 감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