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검소하다. 갖가지 치장을 하지 않고, 양념을 과하게 하지도 않고, 막 텃밭에서 뽑아 온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릇에 소복이 담겨져 있다. 소식을 통해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익히게 하고, 채식과 자연식을 통해 생명 존중의 사상을 체득하게 하며 음식을 남기지도 않는다. 음식을 약으로 생각하고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돕는 수행식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식사도 수행과정인 것이다. 이렇듯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사찰음식 속에 담겨져 있으니, 스님들은 식사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일상적인게 아닌 경건한 의식처럼 보인다.
간이 나빴던 집안 내력 때문인지 선재스님은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즉각적인 몸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20여년전엔 간경화 진단을 받고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졸업 논문으로 《사찰음식 문화 연구》를 썼지만 병 진단을 받기 전까진 잊고 있었던 스님을 병을 계기로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고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병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내가 먹는 음식 재료 하나하나가 내 몸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는 걸 몸의 변화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
지금 우리는 화확조미료가 범벅인 음식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섭취하고 있다.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은 좋든 싫든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고, 최대한 줄이려고는 하지만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생활이 바빠서, 음식 만들기가 귀찮아서, 맛있으니까 먹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병든 몸과 그 피해는 결국 자기가 감당해야 할 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현대인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암도 잘못된 식습관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을 마다하는 건 고통스럽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맛있는게 있으면 더 먹고 싶고 자주 먹고 싶어지는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책 속 일화를 보면 스님들도 대부분 병이 나기 전에는 좀처럼 식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데, 수행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싶다.
식습관은 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유방암, 빨리 먹는 사람은 위암, 육식을 많이 하면 대장암, 편식하는 사람은 자궁암에 많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한다. 이 말은 즉, 식습관을 바꾸면 그만큼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잘못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사찰음식은 별식으로 한 두번 먹을순 있겠지만 그 맛을 오래 즐기기는 힘들기도 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자꾸만 기름진 통닭과 피자가 생각나서 힘든데, 사찰음식은 건강식이긴 하지만 온전한 '맛'을 즐기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할 것 같다. 우리는 일단 첫 맛이 강하고 달고, 짜고, 매운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그게 맛있다고 여기니 말이다.
하지만 '음식이 곧 약' 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시작이 쉬울 것도 같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스님의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외식과 인스턴트 즉석식품을 먹으면서 건강을 바란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술자리에서 "건강을 위하여!"하며 건배를 하고 고기를 먹는게 우스꽝스러운 것 처럼 말이다. 스님은 수고스럽더라도 제철 재료로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인간의 탐욕 중 가장 큰 것이 식탐이기 때문에 음식을 절제하며 더불어 욕망을 줄이며 극복하는 수행을 통해 우리 몸의 병을 막기를 원하신다.
일체 만물이 부처님이고,
이 세상 모든 일이 부처님 일 아닌 것이 없다.
요리도 불사요, 수행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지극하게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만 진정한 요리사다.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먹는 사람도 음식을 부처님처럼 대한다면 그는 이미 성불한 존재라는 말을 통해,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이 한끼 식사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선재스님의 레시피들을 따라 해 보면서 음식이 곧 나를 살리는 수행이라는 걸 우리 가족의 식탁에서 재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제철에 먹는 김치 한가지도 훌륭한 건강식이 될 수 있으니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식습관을 확 바꿀 순 없겠지만 외식 5번 할걸 1번으로 줄이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때 한번 더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식습관이 바꿔질테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몸의 변화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내 몸에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보약도 먹고 운동도 하며 몸을 챙기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음식에서 소홀했던것 같다. 내 돈 내고 나쁜 음식을 사서 몸에 넣었으니, 억울하지만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는 내 선택이다. 이제 그 선택을 옳게 바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