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소설 #창비 #독서기록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렬한 소설. (요즘 왜 읽는 책마다 시작이 왜 이런지...)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때문에 연좌제로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딸이 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그동안 몰랐던, 아니 애써 외면해왔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느낀 애환이 우리의 슬픈 현대사와 맞물려 펼쳐지는 스토리이다.

빨치산의 딸로 살면서 감정을 눅이다보니 절로 시니컬해진 딸. 그러나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좌, 우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었던 아버지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긍게 사람이제‘, 그들은 색깔과 상관없이 그저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글겠냐.‘ ) 자신의 마음 속에서 뜨거운 정을 끌어내는 딸의 모습은 먹먹하다. 한걸음 떨어져 아버지를 어머니를 지켜보던 딸은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p231)‘ 정말 그럴까. 죽음에 이르러서라도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면 정말 좋겠다.

최근 연이어 친구들의 부모님상을 연락받았다. 나도 정정한 부모님 네 분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참이라, 잦아지는 소환에는 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을 읽으니 ‘나는? 내 부모님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그때가 되면 서로 이렇게 소설에서처럼 좀더 이해하게 될까? 아니 살아계실 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더 좋겠는데. 이미 좁아질 수 없는 간격에 체념하고 있는데...

어제 지하철로 왕복 2시간 넘게 이동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챙겨갔다가 다 읽었다. 그만큼 몰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여자의딸 #카리나사인스보르고 #구유 옮김 #은행나무 #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배경. 엄마가 긴 투병 생활 후 죽고, 딸 아델라이다는 서른 여덟의 나이로 혼자다. 폭력이 일상화된 도시에서 그녀의 집은 무장 여인들에게 점거당하고 이웃집에 들어가는데, 집주인 아우로라는 사망한 상태. 탁자에 아우로라에게 스페인 여권 발급이 허가되었다는 우편물이 있다. 아델라이다는 아우로라의 시체를 처리하고 그녀가 되기를 결심한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기만 해도 이 소설이 얼마나참담한지 알 수 있다.

‘엄마를 묻었다‘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작되는 소설, 까뮈의 ‘이방인‘을 연상하게 하는 첫 문장.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상실감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삶에의 열망이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문장은 ‘카라카스는, 언제나 밤이리라.‘p318

소설을 읽으며 계속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가 생각했다. 한때 잘나가던 베네수엘라.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수백만의 국민이 그 나라를 떠났다는 (차베스 정권) 기사를 떠올렸는데, 역자도 그때로 추정한다. ‘혁명의 아이들‘은 문혁 당시 중국을 떠올리게 하고, 읽는 내내 주인공이 무사히 스페인으로 갈 수 있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엔 한국인인 우리에게 던져지는 깨알같은 위트 (삼성 텔레비젼을 면세점에서 구매해서 출국 심사하는 군인에게 상납하는)도 있고.

너무나 슬프고, 흥미진진하며 어마어마한 소설. 책표지에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이라고 문구가 실려있는데, 어쩌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주인공은 행운아일수도. 물론 그녀는 스페인에서 다른 인물로 살아가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한다. 우리 선조들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모든 걸 잃고 새로 시작했다.

나는 엄마처럼 용감했던 적이 없잖아요. 단 한 번도. 그래서 이 새로운 전쟁 속, 엄마의 딸은 동시에 두편에 서 있어요. 나는 사냥하는 사람인 동시에 입을 다무는 사람이에요. 내 것을 지키며 조용히 타인의 것을 훔치는 사람이에요. 나는 양쪽 진영의 경계 중에서도 가장 나쁜 곳에 사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처럼, 겁쟁이들의 섬에 사는 이들은 아무도 상실에 반기를 들지 않으니까요. p265

나무들도 가끔은 장소를 옮겨 심잖아요. 여기서 우리의 나무는 더 버티지 못해요. 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흰 #한강 #문학동네 #소설 #도서관대출 #독서기록

올해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책을 펼치며 왜 제목이 ‘하얀’이 아닌 ‘흰’일까 궁금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p186)”

작가의 마음처럼, 이 책 ‘흰’에는 같은 색채라도 다른 심층적 의미를 가진 white가 담겨있다. 막 태어난 아기를 감싸는 하얀 배냇저고리에도, 하얀 웨딩드레스에도, 요즘은 많이 드물어진 풀 먹인 빳빳한 흰 이불보에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행복을 담고 있는 하양이 다른 이들에게는 차마 놓지 못한 슬픔으로 다가간다.

어렵지 않은 낱말을 간결하게 이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결코 쉽게 읽어낼 수 없다.
늘 접하던 ‘흰’ 소재인데, 왜 이리 슬플까.

소설은 아주 짧다.
뒤의 해설(권희철)은 앞으로 다른 책들 읽을 때 참고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고종희 지음 / 한길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멸의화가카라바조 #고종희 #한길사 #미술 #도서관대출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빛의거장카라바조_바로크의얼굴들 전시회를 하는 중인데, 나는 이미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해서 보고 왔다. 전시를 보기 전 이 책의 존재를 알고 검색해 보니, 워낙 비싸고 (12만원)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도 드물어서 전시회를 먼저 보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오는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 책도 그 시리즈와 유사한 플롯이다. 카라바조의 일대기를 알려주며 그의 삶의 여정에 따라, 방문한 도시를 따라, 당시의 생활상과 정치, 종교 등의 배경과 아울러 카라바조의 작품을 소개해 준다. 저자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독자들이 이 여정을 따라 여행하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 책의 저자 고종희는 이탈리아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고, 1980년대 초 카라바조를 처음 알게 된 후 그에게 매료되어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미술관을 거의 다 찾아보았다고 한다. 저자의 노고가 담긴 기록을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이 책은 카라바조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끼친 스승 또는 동료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해서 올려주어 카라바조가, 그의 테네브리즘 (명암법)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 역시 당대 및 후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두 번에 걸쳐 유럽을 방문하면서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고 왔고, 이번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도 운 좋게 전에 보지 못했던 그림들을 보았는데, 이 책을 미리 접했다면 그림을 볼 때 이미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으로 보다 깊이 감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따로 기록을 했지만, 몇 가지.
1. 카라바조는 그의 출생지에서 유래한 이름. 카라바조의 미켈란젤로.그런데 실제로는 밀라노가 출생지다.
2. 그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그림은 당시 카톨릭 개혁운동과 밀접하다. 미화하지 않는다. (맨발..등) 그를 후원한 보로메오, 콜론나 가문도. 이 두 가문은 카라바조의 사망시까지 적극적이고 적절한 후원을 했다.
3. 그는 그림에서도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4. 카라바조와 카리치가 바로크미술의 씨를 뿌렸고 루벤스가 완성함.
5. 카라바조의 복제는 자신이 한 경우가 많다.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캔버스에 직접 그렸다.


책을 보고 나니, 이 책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생기는데, 그만큼 실린 내용도 훌륭하고, 그림의 인쇄도도 정말 훌륭하다. 25(가로)X29(세로)X3.5 센티미터(두께)로 판본도 크고,,,무겁다. 절대로 누워서 펼칠 수가 없다...ㅎㅎㅎ 암튼..정말 소중한 책이다.  가능하면 1주일 더 연장해서 보고 싶은데..예약자가 있어서 연장이 안된다고. 에혀.ㅋ (나혼자 독점할 수는 없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튜울립 2024-12-1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이 책을 구매해서 소장..ㅋ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중하나는거짓말 #김애란 #장편소설 #문학동네 #독서기록

각기 비밀을 가진 외로운 세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게되는 더이상 외롭지 않은 이야기.

‘하나에서 셋으로, 혼자만의 방을 나와
셋으로 이루어진 슬픔의 너른 품안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이야기의 끝으로‘

잔잔하니 그러나 울컥하게 하는.
소설 속에 나오는 자기 소개 다섯 줄. 하나는 거짓말을 넣어서.
나는 나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드러낼 수 있는 진실 4개는
어떤 것으로 고를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이 질문이 내내 머리 속을 휘젓는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들에게 보여지길 원하는 것일까.

--
‘가난이란...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