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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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가 죽고, 일자리를 잃고, 살아갈 이유를 잃고 힘들어하던 로라 시드는 밤 12시 약을 먹고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니 이상한 도서관, 시간은 00:00 에 멈춰있고, 어릴 때 학교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여사가 옆에 있다. 엘름은 그곳이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라고 하면서, 로라에게 ‘후회의 책’을 건네주고, 살아보지 못했던 다른 삶을 경험하라고 하는데.

결말이 빤히(?) 예상되는 소설이지만, 그 결말로 유도해내는 과정이 의미있고 즐겁다. 그 속에서 완벽한 삶을 찾았지만, 스스로 살아낸 삶이 아니라 돌아와야만 했던 로라. 그녀는 ‘살- 살아야 할 - 이유’를 알게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로라는 스스로 책을 쓴다.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 안에 숲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한때 심한 정신적 위기 속에서 생을 마감하려했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벗어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의 경험이 오롯이 드러난, 그래서 더 설득력있는 따뜻한 소설이다. 다시 돌아올 기회를 만난 로라처럼, 힘들어도 그 이면의 다른 면을 찾고 노력하는 우리가 되라는, 희망의 메세지가 가득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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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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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레이먼드카버- 고영범 을 읽은 후, 이어서 카버의 대표작 ‘대성당’을 읽다.
깃털들, 세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건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 총 12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는데, 와우, 왜 이 책이 카버의 대표작인지, 왜 그렇게 성공했는지 알겠다.

클클을 먼저 읽어서, 고영범 교수의 자세한 해설이 뇌리 속에 남아있는 상태라-다는 기억을 못하지만- 한편 한편 읽으면서 그 배경을, 비유를 떠올리며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12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순서, 마지막에 대성당이 실린 이유가 읽다보면 절로 드러난다. 역자 김연수 소설가의 해설처럼, 바벨탑이 무너진 이후 소외의 고통을 겪던 인간들이 -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던 - 마음으로 보고 신경써서 듣기 시작하는 희망을 보여준다. 더이상 인간은 낙오되고 소외된, 홀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함으로 의지가 되는 관계 속의 인간이 된다.

카버를 성공하게 만든 편집장 고든 리시가 많은 부분을 추려내고 삭제해 버렸다는 ‘별건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리시는 목욕이라는 제목으로 바꿨다고) 은, 도대체 어딜 삭제했단 말인지?? 삭제된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 비교할 순 없지만, 어느 부분 하나 버릴 곳이 없었다. 특히 마지막, 빵집을 찾아간 에피소드는 최고!

번역본으로 만나서, 여러모로 아쉽다. 김연수 옮긴이가 언급하는 것처럼, 카버가 사용한 단어 하나 하나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원서로 읽었다면 (제대로 읽어낼 수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ㅎㅎ)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약간의 미련, 목마름이 있다.

막연하게 ‘더티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 단편 소설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작가로 알아온 레이먼드 카버. “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과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서 ‘뭔가’를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다.(p318)” 그 ‘뭔가’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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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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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 중 레이먼드 카버 편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본격적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클클에서 다루었길래 얼른 구매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성공작인 ‘대성당’도 함께 구매.
클클 답게,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레이먼드 카버를 찾아서, 고영범 교수가 카버의 어린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삶의 현장을 샅샅이 훑었고, 더불어 카버의 작품 해설까지 세세하게 첨부하여 그냥 공부가 된다.
카버와 유사하게 알콜 중독자였다가 극복한 화가 알프레도 아레구인의 <레이의 유령물고기> 표지 그림이 멋지다.

1. 카버는 알콜중독증과 가난이 맞물려서 평생 고생했지만, 두 아내가 그를 살렸다. 카버의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했던 첫 아내 메리언과, 카버의 유산을 제대로 지킨 두번째 아내 갤러거. 복도 많지.
2.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알콜 의존증이 카버를 망치고, 카버의 딸에까지 이어지는 슬픔. 그로 인한 가난. 안타깝네. 나쁜 레이.
3. 편집권은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됨. 카버를 성공시킨 편집장 고든 리시.
4. 더티 리얼리즘…불안정한 하층민의 삶을 다룬 작품들.
5.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글의 소재를 가족에서 많이 찾았는데, 그로 인해 가족들은 큰 상처를 입는다. 작가는 어디까지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가. 카버뿐 아니라 모든 작가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솔직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아무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소재라 하더라도 은연중에 본인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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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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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목록에는 늘 들어있지만,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라 읽어보자하고 시작했는데 책을 열자 마자 방대한 양에 놀랐고, 읽다보니 아는 내용이 많아서 또 놀랐다.

초서는 셰익스피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현실을 보여주며 인간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가르쳐준 작가라고.이 책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의 마지막 작품으로 중세 유럽 문학의 기념비로 꼽히는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유사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알고보니 데카메론이 먼저고, 초서는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캔터베리는 중세 영국의 최고의 순례지였다고 한다. (성인 토마스 베켓)
이 소설은 ‘타바드 여관’에서 함께 캔터베리로 순례를 떠난 33명의 순례자가 동행한 여관 주인의 사회로, 돌아가며 한 이야기를 실었다. 순례자는 기사, 여인, 학생, 신부, 청지기, 요리사, 소환리, 선장 등 영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다. 기사도에 얽힌 이야기부터, 세속적인 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마지막으로는 본당 신부의 참회에 대한 설교로 마감하는, 다양한 이야기로 당시 생활과 사람들의 인식, 결혼관, 종교관 등을 보여주고 있다. 관리, 사제에 대한 풍자는 노골적이다. 결혼에 관한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가정의 주도권을 둘러싼 인간사의 이중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각 화자는, 여러 성인들의 경구를 인용하며 자신의 이야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초서 또한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관계는 인간의 본성인지, 코믹하면서도 나름 치열하다. “여편네가 없으면 오쟁이진 남편이 될 수 없는 법이오.”라니..ㅋ 왜 그렇게 파트너를 못믿지?? 끝없이 의심하며 실험하는 쪼잔한 남편들. 바로 본인들이 신뢰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이미 알기 때문일까나. 내가 그런 존재이니 너 또한 그러할지니..즉, 손뼉은 손바닥이 마주쳐야 칠 수 있으므로?

지루한 이야기도 있지만 다양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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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윌리엄 트레버 지음, 정영목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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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문학 특히 단편의 거봉으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이다.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조율사의 아내들/ 우정/ 티머시의 생일/ 아이의 놀이/ 약간의 볼일/ 비온뒤/ 과부들/ 길버트의 어머니/ 감자장수/ 실추/ 하루/ 데이미언과 결혼하기.
이 소설집은 1996년 작가의 나이 67세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읽는 내내 나즈막하게 읊조리는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각 작품마다, 상처입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주인공만 아픈게 아니다..) 슬픔이 깔려있고, 그렇지만 목 놓아 울부짖거나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그저 아픈 가슴을 부어잡고, 그 슬픈 기억은 묻어두라고, 삶이란 원래 그런거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아이의 놀이’에서 보여지듯, 부모의 이혼으로 갑자기 성숙해 버린 아이들의 성장은 슬프다. 가슴아프다. ‘비온뒤’ 의 여주 해리엇이 가지는 혼자만의 여행에서 깨달음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자각하는 순간은 애처롭다. ‘조율사의 아내들’에서 망자의 흔적을 지우기위해 애쓰는 벨은 안타깝고.
작품 한 편 한 편, 소설이 끝나는 순간,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바로 이어서 다음 작품을 읽을 수가 없다.

1928년 생의 작가 윌리엄 트레버는 사실 낯선 작가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자처하는데도 모르는 작가가 너무 많다.) 단지 무료로 읽을 수 있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는데, 진주를 발견했다. 옮긴이의 말을 가장 나중에 읽었는데,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이 그대로 실려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삶에 깊이 팬 상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계속 삶을 이어가는 과정을 다룬…이렇게 되고 만 현재를 필연으로 받아들이게 된….관조..”
내가 이제 관조할 수 있는 삶의 나이에 도달해서인가. 어떤 발버둥도 소용없는,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어서인가. 어느덧, 작가의 눈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본다.

비는 숨을 헐떡이는 공기를 달콤하게 적셨고, 천사 또한 신비하게 찾아온다.(비온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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