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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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에덴 #잭런던 #녹색광선 #오수연 옮김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소설

2020년 개봉한 영화 ‘마틴 에덴’이 유명세를 탔을 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줄거리도 모른다.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에 기초한 영화라하여, 우선 책부터 봐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었다. 녹색광선출판사에서 준비중이라하여 기다렸고, 얼마 전 출간되었는데…와..읽고나니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했을까 진짜 궁금해진다. 책을 덮고 찾아본 영화 후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주인공 마틴 역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의 연기를 칭찬한다. 그 이유가 뭘까? 마틴이 겪는 엄청난 변화의 폭을 루카 마리넬리가 본인 스스로인 양 표현해내었다는 말이다.

가난한 하층계급 출신으로 열한 살 때부터 선원으로 한 사람의 몫을 다하며 (혹은 그 이상) 살아오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마틴이, 우연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아서를 구하고, 그의 집으로 초대되고, 아서의 누나 여대생 루스를 만나게 된다. 루스에게서 천상의 여신을 발견한 마틴은 그녀와 어울리기 위해 책을 통해 자신을 개조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가 오버랩된다.) 선원으로 전 세계를, 오대양을 오갔던 마틴은 자신의 경험을 루스와 나누고 싶어하고, 그래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보호받으며 단절된 삶을 살아오던 루스는 마틴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데.

도서관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몰라 막막했던 마틴은 차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간다. 강철 체력과 집중력,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마틴은 한번 습득한 지식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몸으로 겪은 현실과 책 속 이상과의 괴리에서 발버둥치던 그는 차츰 자신만의 사상의 체계를 만들어간다.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였던 지식인들, 또는 부르조아의 삶이 마틴의 시선에 낱낱이 벌거벗겨진다. 마틴의 지적에 독자인 나도 움찔움찔 할 수 밖에 없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지적하고 비평하던 수많은 지식인들. 마틴은 말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비판하는 것이냐고.

마틴이 작가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않았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니깐!) 하지만, 결말이 그럴 줄은. 읽는 내내 어떻게 끝낼지 궁금했는데 (새드 엔딩은 당연하고, 마틴이 멀리 떠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역시 그렇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사랑이었을까? 아니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때문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는데. 루스의 모습을 너무 평면적으로 표현해서 아쉬웠다. 적어도 한때는 마틴을 선택한 루스를 좀 다르게 그릴 수도 있었을텐데. 함께 하지는 못해도 마틴의 작품을 읽고 공감해주는 캐릭터로 그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마틴의 목덜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싶어하는 욕망을 아련하게 표현해서 (그 부분을 특히) 가슴 두근대며 읽었다. 내 나이에도 사랑은, 특히 시작하는 사랑은 여전히 아름답다.

어쩌다보니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다 가지고 있다. 이런 기조의 책들을 계속 출간해주면 좋겠다.ㅎㅎ

—-
그 음성은 아무리 작아도 사랑을 자극하여, 그는 그녀가 한마디 할 때마다 몸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p99-1
그는 글을 쓸 것이다. 세상이 그 눈을 통해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이 그 귀를 통해 듣는 귀가 되며, 세상이 그 가슴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될 것이다. p112-1

나는 내가 내 안에 무엇을 가졌는지 알아. 아무도 나만큼 알 수 없지. 나는 내가 성공할 거라는 걸 알아. 나는 주저앉지 않을 거야. 나는 시로, 소설로, 에세이로 써내야 할 것들로 불타고 있어.p74-2
내가 원하는 건 너야. 음식보다, 옷보다, 인정받는 것보다 나는 네게 굶주려 있어. 내 꿈은 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수억 년쯤 잠자는 거고, 그 꿈은 남은 한 해가 가기 전에 이루어질 거야.p75-2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은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p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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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틴 에덴 1~2 - 전2권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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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에덴 #잭런던 #녹색광선 #오수연 옮김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소설

2020년 개봉한 영화 ‘마틴 에덴’이 유명세를 탔을 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줄거리도 모른다.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에 기초한 영화라하여, 우선 책부터 봐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었다. 녹색광선출판사에서 준비중이라하여 기다렸고, 얼마 전 출간되었는데…와..읽고나니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했을까 진짜 궁금해진다. 책을 덮고 찾아본 영화 후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주인공 마틴 역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의 연기를 칭찬한다. 그 이유가 뭘까? 마틴이 겪는 엄청난 변화의 폭을 루카 마리넬리가 본인 스스로인 양 표현해내었다는 말이다.

가난한 하층계급 출신으로 열한 살 때부터 선원으로 한 사람의 몫을 다하며 (혹은 그 이상) 살아오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마틴이, 우연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아서를 구하고, 그의 집으로 초대되고, 아서의 누나 여대생 루스를 만나게 된다. 루스에게서 천상의 여신을 발견한 마틴은 그녀와 어울리기 위해 책을 통해 자신을 개조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마이 페어 레이디’가 오버랩된다.) 선원으로 전 세계를, 오대양을 오갔던 마틴은 자신의 경험을 루스와 나누고 싶어하고, 그래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보호받으며 단절된 삶을 살아오던 루스는 마틴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데.

도서관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몰라 막막했던 마틴은 차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간다. 강철 체력과 집중력,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마틴은 한번 습득한 지식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몸으로 겪은 현실과 책 속 이상과의 괴리에서 발버둥치던 그는 차츰 자신만의 사상의 체계를 만들어간다.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였던 지식인들, 또는 부르조아의 삶이 마틴의 시선에 낱낱이 벌거벗겨진다. 마틴의 지적에 독자인 나도 움찔움찔 할 수 밖에 없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지적하고 비평하던 수많은 지식인들. 마틴은 말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비판하는 것이냐고.

마틴이 작가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않았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니깐!) 하지만, 결말이 그럴 줄은. 읽는 내내 어떻게 끝낼지 궁금했는데 (새드 엔딩은 당연하고, 마틴이 멀리 떠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역시 그렇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사랑이었을까? 아니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때문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는데. 루스의 모습을 너무 평면적으로 표현해서 아쉬웠다. 적어도 한때는 마틴을 선택한 루스를 좀 다르게 그릴 수도 있었을텐데. 함께 하지는 못해도 마틴의 작품을 읽고 공감해주는 캐릭터로 그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마틴의 목덜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싶어하는 욕망을 아련하게 표현해서 (그 부분을 특히) 가슴 두근대며 읽었다. 내 나이에도 사랑은, 특히 시작하는 사랑은 여전히 아름답다.

어쩌다보니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다 가지고 있다. 이런 기조의 책들을 계속 출간해주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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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성은 아무리 작아도 사랑을 자극하여, 그는 그녀가 한마디 할 때마다 몸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p99-1
그는 글을 쓸 것이다. 세상이 그 눈을 통해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이 그 귀를 통해 듣는 귀가 되며, 세상이 그 가슴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될 것이다. p112-1

나는 내가 내 안에 무엇을 가졌는지 알아. 아무도 나만큼 알 수 없지. 나는 내가 성공할 거라는 걸 알아. 나는 주저앉지 않을 거야. 나는 시로, 소설로, 에세이로 써내야 할 것들로 불타고 있어.p74-2
내가 원하는 건 너야. 음식보다, 옷보다, 인정받는 것보다 나는 네게 굶주려 있어. 내 꿈은 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수억 년쯤 잠자는 거고, 그 꿈은 남은 한 해가 가기 전에 이루어질 거야.p75-2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은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p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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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9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튜울립 2022-09-09 12: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현실이 더 소설적 (결혼!) 이네요.ㅎ
 

그들의 대답은 아마도 인생의 업적이란 세 편의 시나 논문, 또는 행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에서 개인의 성취 능력은 최고에 달한다는주장일 것이다. 그것은 대략 아래와 같이 요약되는데, 그것은 말할 것이 없을 때는 침묵하기, 특별히 할일이 없을 때는 필요한 일만 하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팔을 넓게 벌려 창조의 물결에 높이 고양될만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한 무덤덤하기이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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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을 쓸 것이다. 세상이그 눈을 통해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이 그 귀를 통해 듣는 귀가 되며,
세상이 그 가슴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 시와 산문, 소설과 사실 기록, 셰익스피어작품과 같은 희곡을 - 쓸 것이다. 그 길이 루스에게 다가가는 길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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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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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마음산책북클럽멤버 로 읽게 된 책. 총 네 권 중 세번째 책이다.
에세이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데, 아주 빠져 들어 읽었다.
지난 주 과욕을 부린 하루(미술관에서 미술관으로 움직인 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스벅에 들어가서 2시간여 책 읽으며 푹 쉬었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는.
이 책은 2004년 출간되었다가 재출간되었는데
김연수 작가의 청춘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 시절 사로잡혔던 문장들로 이루어진 산문집으로 한시와 하이쿠, 김광석과 김윤아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추억, 기억을 불러내어 써나간다. 김연수 작가보다 조금 더 나이든 나는, 그래도 작가와 비슷한 시대의 공기를 맡았고, 이 책을 통해 그 시절 내 청춘을 추억해 볼 수 있었다.

그다지 감성적이지 않은 터라 시를 모르고, 그래서 더 읽으려 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인용한 한시와 하이쿠 등을 접해보니 몰랐던 대단한 매력이 담겨있었다. 책을 보던, 영화를 보던, 음악을 듣던, 그림을 보던 배경 지식을 알게 되면 막연하게 느꼈던 감상에 구체적인 색을 입힐 수 있다. 시도 그렇다.

‘매미 소리 쏴-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시인 이시바시 히데노는 폐병을 앓다가 38살의 나이로 죽었는데, 그녀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그녀의 딸이 울면서 엄마를 쫓아오던 그 때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하이쿠에서 매미소리는 곧 찾아올 죽음의 적막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떠들썩함이라고 한다. 오늘, 나의 산책길에서도 매미들은 여름이 떠나감을 아쉬워하듯 맹렬히 울어댔고, 물론 오늘의 매미 소리는 슬프지 않았지만, 같은 소리에도 듣는 사람의 심정, 현실에 따라 다르게 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의 폭염과 폭우, 모든 재해들, 매미 소리가 다 몰아내버렸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게 매미소리는 가을을 부르는 희망의 소리다.

개정판을 내놓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청춘은 빛이 나듯 좋은 책은 낡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마음산책 카드에 씌여있는데..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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