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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주부의 일기
수 코프먼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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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과 더불어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박차를 가한 소설이라는 띠지가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수 코프먼의 ‘미친 주부의 일기‘는 완벽한 주부상, 여성상을 요구받던 60년대 당시 중산층 여성의 삶과 심리를 치밀하게 보여주며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어진 틀에 맞게 행동하기를 요구받던 여성의 억압된 상황을 바로 앞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하듯 보여준다. 실제로 이 소설은 1970년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를 그린 영화를 보면 미국 중산층 여성들은 그야말로 모델같은 미모(완벽한 머리스타일, 허리가 꼭 끼는 우아한 원피스, 하이힐...그게 가능한가?)에 집에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수퍼헤로인들이다. 그 영화를 볼때마다 호수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를 떠올리곤 했다. 물 위로는 우아하지만, 물 아래로는 빠져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물장구를 치는.
티나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사려고 발버둥쳤으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가 원하던 ‘번듯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차츰 달라지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하고, 남편의 계층상승에의 욕구에 부합하려고 노력하나 차츰 벌어지는 괴리에 자신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치닿는다. 두 딸을 사랑하고 남편에게 별다른 불만은 없었으나, 다재다능한 르네상스맨인 남편은 정작 가족보다는 밖으로 보여지는 면을 중시한다. 요구받는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티나는 스스로를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티나가 쓰는 비밀 일기의 형식으로 씌여진 이 소설을 읽다보면, 하루 하루 분초를 다투며 완벽한 주부, 아내, 엄마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티나의 일상이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기만 해도 숨이 탁 막힌다.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해야 할‘ 일들이 티나를 겁죄고 그래서 조만간에 뭔가 수습할 수 없을 만큼 터져버리겠구나 싶었는데 그래서 티나의 외도가 어쩌면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는 간다만 과연 ˝그게 최선입니까?˝ 라고 묻고는 싶다. 모든 것을 떨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없는 티나가 일면 아쉽기도 하고, 그녀의 ‘결론‘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비단 티나만일까? 21세기인 지금도 수많은 여성이 - 어쩌면 남성들도- 책임과 자유에의 열망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데. 하기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만. 페미니즘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고는 하나, 한계가 있다. 심지어 ‘인형의 집‘ 의 여주인공 노라도 아님.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너무나 생생하고 스토리 전개가 어느정도 예상은 되면서도 재미있다. 뉴욕타임스 서평가 리처드 린지먼이 그를 ‘교훈과 함께 따끔한 충격을 안겨주는 능란한 이야기꾼‘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아마도 독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티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에 이를 듯하다. 암튼 재밌으니까 일단 읽어보삼.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선물받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