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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 (교보문고 특별판) ㅣ 디 에센셜 에디션 9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24년 3월
평점 :
품절
#디에센셜프란츠카프카 #민음사 #홍성광 옮김 #도서제공
‘성‘, ‘변신‘ 등 고독한 아웃사이더의 절망을 그린 소설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성 유작 및 단편 소설, 그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로 묶여진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를 읽었다. 작가 자신의 삶도 소설 속 주인공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래서 읽다보면 작가 자신의 내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유작들도 다르지 않았다.
결핵 또는 후두암으로 1924년 사망한 프란츠 카프카가 마지막까지 잡고 있다가,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일기, 원고, 편지 등을 불태워 달라고 유언했지만, 우리에게는 다행이도 막스는 그의 유언대로 행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실종자‘는 1927년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미완성이었지만 450여페이지의 소설 또는 소설 모음을 읽다보면, 그가 가졌던 세계에의 환멸,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 그리고 아메리카 드림으로 온통 밝게만 묘사되었던 신대륙에의 적응이 (카프카의 사촌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가서 고생을 많이 한 듯. 편지왕래가 있었다고 한다.) 어둡게 드러난다. 역시나 기존의 작품들처럼 온통 회색빛이다.
17세의 카를은 하녀를 임신시킨 죄로 부모에 의해 미국으로 보내진다.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한 카를은 뉴욕항에 도착해서, 화부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성공한 외삼촌을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는다. 영어 과외도 받고 승마도 배우는데, 외삼촌의 사업 파트너의 초대를 받고 마음대로 그의 집으로 가는 바람에 외삼촌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어쩐지 예상외로 잘 풀린다고 했다..) 여정에서 그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운좋게도 호텔 엘리베이터 보이로 근무하는 등 성실하게 살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의 인생은 또 얽히고, 호텔에서 범죄 혐의로 쫓겨나고, 악연의 이민자들을 만나 하인으로 전락하는 등 그의 인생은 더없이 암울해진다. 그렇지만 카를은 여기서 열심히 노력하면 다른 길이 열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성‘, ‘변신‘과 다른 점은 카를이 품고 있는 희망이랄까? 미완으로 덧붙여진 오클라호마 극장 편은 그 희망의 연장이랄까. 사실 현실같지는 않지만. 오클라호마로 달려가는 기차에서 카를이 느꼈던 미국의 광대함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더불어 실린 23편의 단편 소설. 카프카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모르는지..하나같이 조용히 가라앉는 소설들이다. 이 중 ‘유형지에서‘는 전에 읽었던 내용. 그 그로테스크한 내용이 너무나 놀라워서 기억하고 있다.
이어지는 카프카의 편지들은...읽다보면 정말 슬퍼진다. 두번이나 약혼했다가 파혼한 펠리체 바우어, 이후 율리 보리체크와 약혼했다가 파혼, 이후 밀레나 예젠스카에 대한 짝사랑, (그는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이였다.) 그리고 당시 문학계와의 교류, 단절된 부모님과의 관계, 그를 아꼈던 친구들의 신뢰와 우정이 담긴 편지들에서 건강을 잃어가며 그럼에도 글쓰기 외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던 카프카의 처절함이 읽힌다. 그가 오래 살았더라면 하는 if는, 가족들이 나치수용소에서 소멸되어간 기록을 보면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고.
˝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그녀와 함께도 살 수 없다.˝
˝글쓰기에 한두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열 시간은 되어야 제대로 된 것입니다.˝
˝아버지와 저의 관계가 이렇게 멀어진 것이 아버지 탓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저 역시 책임이 없습니다....어느날 밤 거인 모습의 아버지가 갑자기 최후의 심판관이 되어 나타나서는 저를...저한테는 약간의 격려와 따스한 정, 그리고 제 길을 조금 열어 두는 정도면 되었을텐데....˝
이 편지에서 카프카의 소설 속에 나타난 아버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대한 묘사가 바로 읽힌다.
카프카의 ‘성‘, ‘변신‘을 읽으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 막스가 말했다던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의 미완의 작품을 이렇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