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떼드랄주점에서의대화  #마리오바르가스요사 #엄지영 옮김 #창비  #소설


라티나메리카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2010년)  바르가스 요사가 직접 꼽은 대표작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한 책.

읽는 내내, 이 책의 어느 페이지든 뚝 떼어서 우리 현대사의 한 시점에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 군부, 정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는 사람들. 개인 및 가족의 부귀영화를 위해 권력에 영합하는 사람들, 꿈을 좇아 나섰다가 실망하고 방관자로 돌아선 사람들, 살기 위해 무엇이든-어떤 도덕적 고민없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 스스로 정해 놓은 계급(?)을 신앙처럼 확신하는 사람들.
여기에 라틴아메리카는 인종적 차별이 더해진다.

신문기자인 싼티아고와 집안의 운전기사였던 암브로시오가 시립유기견 보호소에서 우연히 만나 ‘까떼드랄‘이라는 주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마누엘 오드리아 정권 당시 뻬루(페루--이 책의 표기법이 다른 책들과 달라서 읽는데 고생했다.) 에 횡행하던 도덕적 타락과 정치적 탄압에 대해 이야기 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알았던 사람들이 씨실 날실처럼 등장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 대한 고발서인가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등장하고.

여러 사람의 대화가, 그들의 시점에서 불쑥 문장 속에 등장하여, 처음에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시공간이 뒤섞여서. 그런데, 읽다보니, 마치 2D인 종이 페이지에, 3D인 스토리가 입혀지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이 진행될 수록 눈 앞에 커다란 구가, 새장 같이, 아니 지구본 같이 가로 세로가 서로 얽히며 나름의 교차점에서 반짝이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싼티아고, 암브로시오, 까요, 아말리아.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 격동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개인들이 불쌍해 보인다. 결국...살아남은 자가 승리한 것일까.

숨죽여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라틴 아메리카 소설은 다 이렇게 방대한지?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마르께스, 보르헤스, 페소아. 그리고 요사. 이들의 사변적인 서술에 그저 입이 딱 벌어진다. 그동안의 구미 일변도의 독서이력을 새삼 반성하게 하는.

˝만약 불구덩이 속에서 내 작품중 하나만 구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않고 이 작품을 택할 것이다.˝라고 바르가스 요사가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주인공 싼띠아고가 작가의 분신인 듯. 청년기를 뻬루의 어둠의 시대 속에서 보내야 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옮긴이의 해설을 보니, 작가의 이력도 참 재미(?)있다.


언제부터 뻬루가 이 꼴로 변해버린 걸까?...그의 삶도 언젠가부터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온 나라가 죄다 개판이라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마땅한 해결핵이 떠오르질 않는군. 1-p16
그러니까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겁니다요. 1-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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