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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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넬라라슨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소설

2022년 #북클럽문학동네5기 를 신청하면서 선택한 책. 이제서야 읽다. (이래서 북클럽 더이상 신청하지 않음..다른 출판사도..)

사전 정보 없이, 작가도 소설 제목도 낯설어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선택했다.

‘패싱 passing‘은 개인, 단체, 국가간에 ‘열외‘ 취급을 당하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인종 패싱‘ 대개 백인 행세 (White passing)에 국한되지만, 젠더, 퀴어, 다인종 등 타인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을 숨기는 커버링의 문제, 다양한 소속 규정과 그 경계를 넘는 현상을 아우른다. (p161주석 )

1920년대. 백인으로 보일 만큼 밝은 피부를 가진 아이린이 시카고의 무더운 여름날, 백인 전용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어릴 때 친구인 클래어와 우연히 마주친다. 클래어는 고아가 되어 시카고의 백인 거주지역으로 떠난 후 연락이 끊어졌는데, 혼혈로 태어나 상아색 피부와 금발을 물려받은 클레어는 백인 행세를 하며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전형적인 백인우월주의자로 아내의 치명적인 비밀을 전혀 모르고 있다. 클레어는 남부럽지 않는 생활을 하지만 예전의 삶, 친지들을 그리워한다. 흑인 의사 남편을 둔 아이린(즉 부유한 중산층)은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어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데, 클레어의 등장은 그녀의 삶에 예기치 않은 파도를 일으킨다.

길지 않지만, 당시 사회와 내면 묘사가 뛰어난 소설이다. 남미에서는 피부색의 등급(?)에 따라 계층의 차이도 있다고 들었는데, 당시 1900년대 초기에백인 행세는 린치의 공포가 함께 따라오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백인행세가 가능했던 혼혈들에게 백인의 혜택은 아주 유혹적인 것이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인종 갈등은, 아이린의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엄마로서 겪는 정체성의 문제와 맞물려 벼랑 끝으로 달려간다.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숨 죽이며, 끝까지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작가 넬라 라슨도 혼혈로, 그녀의 작품은 자전적인 요소가 크다고 한다. 백인 이민자 가정의 일원으로 자라난 그녀는 당시 아프리카적인 것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할렘 주류 문학과는 다른  모더니스트적인 글을 썼는데, 아프리카계의 토착어나 풍습은 물론 흑인 사이의 연대마저 보여주지 않아 문학적 백인 행세를 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p164)
이 소설을 읽다보면 초반에는 피부색이 소재였으나, 아이린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피부색이 아닌, 젠더, 계층, 개인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다.
단편 ‘안식처‘ 가 표절의혹을 받고, 이혼의 충격으로 넬라 라슨은 칩거하며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한다. 참으로 아쉽다.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 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멸시하면서도, 눈감아주고.˝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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