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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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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음사북클럽에 가입하면서 함께 온 책인데, 이제서야 읽다. 그때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도 구입하면서, 21년을 도스토옙스키 파는 해라고 혼자 결정했는데...23년이 저물 무렵에야 다 읽었네. 그러고보면, 도스토옙스키를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읽은 책은 ‘죄와 벌‘밖에 없었나봄...에혀.
아무튼 아주 독특하다. ‘수기‘라고 일컷는 일종의 일기 형식. 끊임없이 투덜대는 사회부적응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1부 지하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먼친척의 유산을 받고 칩거한 지 20년이 흐른 주인공의 온갖 생각의 흐름이 나온다. 자신이 왜 칩거하고 사는지에 대한 변명부터 인간이란 무엇으로 사는가에 까지 방대한 의식의 흐름. 책을 많이 읽었고, 아는 것도 많은데, 정작 현실 사회에서의 관계 형성에는 실패한. 그러한 자신이 싫어서 발버둥치다 더 진흙탕에 빠져버린 자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병, 그야말로 진짜 병이다.(p19)˝이라고 표현한다.
그로부터 시작한 인간의 분석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가 누구든 간에 절대 이성과 이익의 명령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길 좋아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할 수 있고 이따금씩은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p52)‘는 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독립적인 욕망 하나뿐이다. 이 독립성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든,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간에, 거참, 대체 욕망이라는 게 뭔지....(p53)‘ 그는 그런 욕망에서 무엇인가를 쓰고자 했고,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지에 회의를 품는다. ‘무엇을 위해서, 도무지 왜 나는 쓰고 싶어하는 것일까?...하지만 종이에 쓰면 어쩐지 더 웅장해질 것 같다. (p78)‘ (이 표현 아주 마음에 든다. 나도..이렇게 리뷰를 남기면 뭔가 가슴이 웅장해진다..ㅋㅋ)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는 20여년 전, 주인공이 지하로 칩거하게 된 계기. 물론 유산이 생겨서, 일하지 않아도 가능한 게 더 큰 원인이겠지만. 2부는 스토리가 확실해서, 낄낄때며 읽을 수 있다. 고아 출신으로 친척들의 도움으로 성장하면서 공부는 잘한 주인공,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은 책에서 나온다. 나중에 리사가 ‘당신은 왠지 ...꼭 책을 따라하는 것 같아요.(p175)‘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말은 허공에 떠있다. ( 이 표현은, 내 마음 한 구석에도 뭔가 찔리는 느낌이 있다...) 그는 자신의 감정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에혀 에혀 하면서 읽어나갔는데..책을 덮으며, 과연 주인공만이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책을 찾고 읽는 나는, 가끔, 아직도 꿈꾸며 살고 있구나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