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필립빌랭 #이재룡 옮김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아니에르노 #annieernaux 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한 작품은 외국인 연하 기혼남과의 불륜과 이별 후의 아픔을 그림 #단순한열정 이었다. 대학 입학 후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가 숨겨 읽던 이 소설을 필립 빌랭은 전문을 외우다시피 하며 읽다가 아니 에르노에게 편지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만나고 연인이 된다. 33년의 나이차. 그들은 5년 간 연인 사이로 있었고, 현대 문학 전공이던 필립 빌랭은, 아니 에르노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아니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 소설(소설일까? 자전적 에세이같은데.) 속에서 아니 에르노는 A.E.로 등장한다.
‘단순한 열정’이 언급될 때면 바로, 이 책이 화제에 오른다. 이어서 읽어보라는 조언을 받고, 충실히 그 조언에 따랐다. 소설을 읽다보면 받는 첫 느낌은, 오,,글을 잘 쓰는데? 이고 두번째는 아니 에르노가 쓴 글 아냐? 하는 것이다. 그만큼 문체며 흐름이며 풍기는 느낌은 유사하다. 나중에 그런 말이 나온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A.E.의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그녀처럼 말하고 그녀가 내게 가르쳐준 식으로 완곡하게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놀랐다. 나는 그녀를 통해, 그녀의 육체와 습관, 그녀의 몸짓,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빨아들였던 그녀의 존재 전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p105)”
결국 필립 빌랭은 아니 에르노의 그림자가 된 듯 하다.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이 책은 ‘단순한 열정’의 남자 버전이고, 1999년에 발표된 두번째 작품은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의 자리’와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았다’를 빼닮았다고 한다. 필립 빌랭은. 아니 에르노의 추종자이며 거장 아니 에르노를 의도적으로 답습하는 삶(적어도 문학적으로는)을 살고 있다. 이 책은 2001년 출간된 책으로, 이후의 필립 빌랭이 어떤 문학적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처음의 평가가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검색해 보니 여전히 남자 에르노란 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슬픔이다. 과연 필립은 아니를 사랑했을까? 유난히 수줍고 말이 없던 외로운 소년은 어머니의 대타를 찾은 것일까? 현실에서 어머니를 아버지와 분리해서 독점할 수 없었듯이, 소년은 연인에게서 계속 연인의 전 애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질투하고 괴로워한다. 누군지 궁금해하다가, 아니의 지갑 속에서 내내 함께 한 A(아니의 전애인, 단순한 열정의 주인공)의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그들의 사랑은 끝난다. 필립은 자신이 A의 대타에 불과했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현실이었다. (과연?)
사랑에 대해 일반적인 잣대를 댈 생각은 없지만, 그들의 첫 만남도 놀람의 연속이다. 어쩌면 이 또한, 세상의 잣대에 익숙해진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성별이 바뀌었다면..어쩌면 이만큼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을 수도. 그런데 아니 에르노는 왜..이렇듯 결말이 예상되는 사랑에 자꾸 빠지는 것일까? (물론 자신의 스승과 결혼하여 해로하는 마크롱 대통령도 있지만.) 어쩌면 사랑 그 자체에 초점을 두는 초월적인 존재여서인지도.
나도, ‘단순한 열정’과 ‘포옹’을 연이어서 읽기를 추천한다.
그녀는 “우리 커플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직 좋은 시간”만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이를 “사치스럽게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 나는 사랑이란 거리두기가 아니라 어떤 구속이라고, 존재와 욕망과 관심의 전폭적 공유를 함축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A.E.는 이 “사치”라는 것을 다른 남자와 함께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비록 이런 삶의 방식이 우리 이별의 원인이 될지라도 우리 역사의 순간순간을 느끼고 싶었다.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