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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어보자고
지역 도서관 여러 곳을 검색했을 때 거의 모든 책이 대출중이었고, 이 책 딱 하나 남아있었다.
책이 있는 도서관이 멀어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서 가져온 책.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토해내 듯 글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
이 책 또한, 소설인지, 자서전적인 에세이인지, 가늠할 수 없다.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일까. 우리는 이 소설을 ‘소설’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중등교사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 두 달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로, 가난한 동네에서 작은 식료품점 겸 까페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책이나 음악은 너한테나 좋은 거다. 난 살아가는 데 그런 거 필요없다”지만, 공부를 잘 하는, 자신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딸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아버지를 기억하는 방법을 찾은 딸의 시선에서 쓴 소설이다.
“얼마 전부터 난 소설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물질적 필요에 얽매였던 삶을 그리려고 할 때, 내겐 예술의 편을 들 권리도, 무언가 <굉장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인>것을 만들 권리도없는 것이다.나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과 취향, 그의 생애의 주요 사건들, 나도 함께한 바 있는 그 삶의 모든 객관적 표정을 모아 볼 것이다. 추억을 시적으로 꾸미는 일도, 내 행복에 들떠 그의 삶을 비웃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단순하고도 꾸밈없는 글이다. 과거 내가 부모님에게 편지를 쓸 때 핵심적인 내용들을 알리기 위해 사용했던 바로 그런 글 말이다. (p21)”
“그 말과 문장들은 내 아버지가 살았고, 나 또한 살았던 한 세계의 한계와 색채를 있는 그대로 그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어떤 말을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었다.(p48)”
저자 아니 에르노는 1940년 생. 딱 나의 부모님 세대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나의 조부모님 세대. 우리나라가 그랬듯,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전쟁의 와중에 생존이 목표였고 살아남은 후 자식의 미래는 다르기를 바라는 삶을 살았다. 이 소설의 아버지도 그러하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딸은, “내가 부유하고도 교양있는 세계에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을, 난 이제 이렇게 끝냈다.(p125)”며 담담하게 부모님의 삶을 기술한다. 아주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나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친정엄마와는 종종 만나서 이런 저런 수다를 나누었지만, 아버지와는 그런 만남이 드물었는데, 지난 여름, 아버지에게 돌발 상황이 생기면서,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예상치 않은 데이트를 여러번 가졌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랬듯이 참으로 열심히 살아오신 분. 어릴 때 아버지는 더없이 완벽한 남자 어른이었는데, 내가 성인이 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단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단점은,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과정에서 습득된 것이었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점이 부족한지..나의 아이들이 나중에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 지.
아니 에르노를 만나는 첫번째 책.
사랑받는 딸로 살아왔고 살아가는 공감으로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