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빨간 의자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이문희 옮김 / 눌민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20세기는 사라예보의 총성에서 시작해서 사라예보의 포위전에서 끝난다.”(p412) 라는 수잔 손탁의 말이 있는데, 20세기 보스니아 전쟁은 21세기 우크라이나에서 반복되고 있다.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무력감이 일상을 억누르는 요즘, 그러한 참극에서도 평화와 희망의 싹을 찾아내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작고 빨간 의자".

보스니아 전쟁 동안 1992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46개월동안 도시가 봉쇄되고(사라예보 포위전), 수많은 시민들이 학살되었다. 이 참극을 주도한 사람은 카라자치 당시 스르브스카 공화국 대통령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 블라디미르 드라간 (보스니아의 야수 블라드 박사)의 모델이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전쟁범죄자로 수배중 대체의학 신비주의자로 변장하여 10년 넘게 도피했는데 2008년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다. 2012년, 사라예보의 마르샬티토 거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빨간 의자 11,541개가 놓인다. 이 소설은 이 이벤트에서 모티브를 얻는다.

블라드 박사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클루노일라에 잠입하여 치료소를 차리고, 피델마는 그에게 빠져 임신하게 되나, 블라드가 체포되면서 그녀의 삶은 산산조각 부서진다. 피델마는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도피한다.
갈 곳 없는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여인들, 그들은 자신들도 힘들 때 그런 도움을 받았다고 그녀를 받아들이고 피델마는 그들을 통해 점차 살려는 의지를 되찾고 힘을 얻는다. ‘센터’에서 전쟁 뿐 아니라 수많은 참상으로부터 도피한 피해자들을 만나고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간간히 차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참상들이 보도되고 있다.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과연 이 지구상에서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올 수 있는가. 이 소설은 전쟁뿐 아니라 복잡다단한 사회 문제-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다보면 한없이 먹먹해지고 그 와중에도 우린 연대하고 함께 한다는 희망도 담고 있지만…화가 난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나라간의 반목뿐 아니라, 사회 내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나는 삶이라는 감옥의 벽을 보지 않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더 아름답고 널찍하니까요.(p313)
나는 스스로를 제대로 알 지 못하면 집으로 갈 수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p400)
세상에 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으며 거기서 또 얼마나 처절한 음악이 터져나올 수 있는지 알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이다.(p405)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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