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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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테 벵제는 1977년 10월 25일 사망한다. 바르트는 그 다음날 1977년 10월 26일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 애도일기를 쓴다. 부분부분 건너뛰기도 하고, 날짜 없는 메모 형식으로 남기도 하고.
마망(어머니)은 바르트에게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었던 곳, 존재 였다. 자신만의 애도 방식으로 글쓰기를 택한 바르트는, 자신만의 슬픔, 자신만의 애도를 표현한다. 프루스트의 할머니에 대한 애도를 많이 인용하며 그 유사성을 찾고, 또 다름도 찾아내고.
바르트는 1980년 3월 26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는데, 바르트만의 자살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애도 일기를 읽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모자간의 애착이 너무 강한 관계였구나 하는 것이다.
마망이 바르트를 불렀던 ‘나의 롤랑’, ‘나의 롤랑’. 그 목소리가 내내 바르트의 마음에 맴돌면서 바르트는 혼자만의 삶을 견뎌내지 못한다. 바르트는 마망이 없어서 소화불량에 걸리고(우리네 어머니들과 너무나 비슷한..죽어가면서 아들의 식사를 걱정하던 마망), 어머니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의심한다.

이렇게 쓰다보니 또 다른 생각이 든다. 그러면 또 어때?
책 속에서도 언급되다시피,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살아야지. 하고. 세대를 거치고 거쳐서 인류가 이만큼 이어진 것처러, 그 말도 맞다. 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되어있고, 견디기 힘들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혀지고, 아니 아픔에 무덤덤해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따금, 죽은 사람에 대한 추억이 몰아치면서 마음을 헤집기도 하지만.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따라가고 싶어한다.

책 속에서, 바르트는 이렇게 잊혀져 버릴 거라면, (마맘은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잊혀진다고 보고) 혼자만의 기념비로 남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대안(?)으로 바르트는 사진집 “밝은 방”을 낸다. 그러나 역자 후기에 보니, 그 모티브가 된 ‘겨울 정원의 소녀의 사진(어머니의 5살때 사진)’은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그 사진은 , 온전히 바르트의 것이므로. 어머니의 사후, 온전히 어머니를 만난 순간이므로. 그 사진을 보는 순간은 함께 있음으로. “나는 이 사진의 의미를 분명하게 말하려고 애를 쓰지만 소용이 없다...그냥 이 사진을 그냥 응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 사진을 그 모습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1979.1.20)”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생의 후반부를 달려가고 있는 나. 그 이별의 순간은 언젠가는(몇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수없이 내게 달려올 것이다. 부모님도, 나 자신도 이젠 영원히 살 것처럼 잔망떨 수 없으므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상실을 받아드릴까..

이제부터는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는 나 자신의 어머니인 것이다. (1977.11.4)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197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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