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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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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할이 무엇일까? 그 한계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요즘. 뉴욕타임즈가 “일본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하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자전적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심은경이 주연한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은, 거리는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니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도 질문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였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수긍하지 않아도 듣고 있어야 했고, 반론을 제기하면 버릇없다고 하는.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간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토론 시간.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하는 자세였다. 이는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일본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통상 있어온 정부의 정례 회견도 늘, 아주 짧게 10분을 넘기지 않는 조용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요즈음의 코로나 사태에도 우리가 보기엔 기이할 정도로 일본 국민들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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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본 언론 문화에 반기를 든 사람이 도쿄신문의 모치즈키 이소코였다. 보통 정례 회견에서는 몇 명의 기자가 2~3개의 질문만을 하고 10여분만에 마치는데, 그녀는 스가 관방장관의 정례 회견에 참석하여 37분동안 23개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문서는 없다’, ‘기억에 없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등등의 짧고 무성의한 대답에 꼬치꼬치 파고 들며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되풀이되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말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묻고 있는 겁니다. “ 라고 단호하게 말함으로써,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걸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잖아” 하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킨다. 이후, 일본은 그녀를 지지하는 자와 비판하는 두 부류로 나뉘었고, 대다수의 조용한 기자들이 있는 반면, 그녀와 함께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기자들도 점차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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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한 헤프닝으로 기억되는 모치즈키 기자가 쓴 책이라, 기자가 그동안 취재한 각종 스캔들의 기록이 담긴 책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물론 자민당 부정 헌금 스캔들, 가케 학원 사학 스캔들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었고 일본 최초의 미투 고발도 함께 했다. 그 외에 그녀는, 이 책에서 20여년에 걸친 기자로서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0여년의 워킹맘으로서 힘들었던 일도 토로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하며 주부,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다행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조언해 준 가족들이 있었고, 또한 신문사에서도 매일 취재가 아니라, 주제 취재로의 길을 열어주어 시간 분배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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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치열하게 만들었는가?
모치즈키 기자가 늘 마음 속에 소중히 새기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듯 하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해야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으로 인해 자신이 바뀌지 않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노력해서 쉽게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해 가고 있는 것이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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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산케이 신문이 모치즈키 기자에게 보내온 질문(‘스가 관방장관, 도쿄 신문 기자에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질문해라 직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한 반박을 요구하며)에 대한 답이 인상 깊다.
‘직접 취재한 내용이나 여러 가지 자료들에 근거하여 질문하고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디 못한 경우에는 반복해서 질문하고 있습니다.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묻겠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습니다.’ (p200) 비록 기사는 묘하게 편집되어 나갔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기자가 이런 자세를 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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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