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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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MBC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 시리즈 “SF8”의 원작 <증강콩깍지>을 집필한 황모과 작가는 “모멘트 아케이드” 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읽은 작가의 소설집 “밤의 얼굴들”에는 수상작인 “모멘트 아케이드”도 실려있다.
총6편의 단편 소설은,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당신의 기억은 유령” “탱크맨” “니시와세다역 B층” ‘투명 러너” “모멘트 아케이드”인데, 여섯 작품 모두, 역사와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그들의 얼굴에서 우리의 슬픔을 읽어내는, 멀게는 역사의 소환, 가깝게는 당면한 현실과제의 소환 의식을 담고 있다. 작가가 일본에 이주해서 살았던 경험으로 일본과 연계된 이야기가 많다. 일본과 아직 풀지 못한 과거의 이야기도 담고있고, 중국의 천안문 사태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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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계를 꿈꿀 때, 이미 신체의 대체는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어 진다. 아마도 거의 모든 부분. 이미 현실에서 , 인공 눈,인공 귀, 팔, 다리 등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고,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우린 이미 안드로이드야!’ 라고들 하곤 하는데, 어쩌면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부분이 의식의 보관 또는 대체가 아닐까 한다. 이는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끌게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뇌인가? 마음인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등등의 ‘재미없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연구들이 이 책에서도 나오고있다. DNA가 담고 있는 기억, 뇌 속의 해마가 담고 있는 기억 데이터, 그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감들...머지않아 USB하나에 내 삶이 다 기록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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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기억을 담고 있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공룡의 화석에서 추출한 꿀벌의 DNA에서 당시 자연을 재현할 수 있다면, 유골에서 추출한 DNA에서 그 사람의 삶을 재생할 수있다면, 지금까지도 문제시되고 있는 수많은 역사 왜곡 현상은 사라질텐데. 물론 그런 DNA에 의한 역사 증언도 그 당사자의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라 전체적인 의미와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당연시된, 체념할 수 밖에 없는 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말이 마음에 들어온다.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와 니시와세다역 B층 이 일본에서 출판될 수 있을지, 탱크맨이 중국에서 출판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러분이 싸우셨기에 어떤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그렇게 된다면, 벌써부터 많은 것을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나의 건망증 증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편하게 생활하고, 잊어버린 당시의 기억을 다시 리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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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나는 마지막 수록 작품인 “모멘트아케이드”에 특히 주목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병구완하느라 힘든 시절을 보낸 주인공에게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지인들, 친구들, 특히 독립한 언니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힘들었던 삶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해피엔딩. 꼭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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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0> 세상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 것은 동시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p203> 그분들은 이미 깨어 있으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와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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