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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박산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50년 역사를 가진 맨부커상에 처음으로 그래픽 노블로 후보에 오른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 .
가까운 사람을 범죄로 잃고 난 후 가족과 지인에게 찾아온 것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충격뿐 아니라, 사람들의 뒤틀린 호기심이었다. 이 호기심은 음모론과 맞물려서, 익명성의 사회에서 거리낌없는 손가락 마녀 사냥으로 이어진다.
사브리나가 실종된다. 애인 테디는 충격을 받고 힘들어하다가 어릴 적 친구 캘빈의 집으로 간다. 캘빈은 아내와 별거한 직후라 힘들지만 친구를 받아들인다. 그 직후, 사브리나를 납치 살해한 범인이 사건 현장을 담은 비디오를 공개하고 자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가지 헤프닝들...무자비하고 자극적인 언론 취재와 각종 추측들, 루머들, 그리고 어이없는 협박들. 광기어린 인터넷 세상은 유가족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한다.
톤 다운된 미니멀한 정지된 프레임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한 사람의 삶은 끝나지만 남은 자는 살아간다. 먹고 자고, 시간이 지나고..그러다보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실감은 점차 치유되어간다. 그것이 삶의 이치이고 주변인들은 그 치유의 과정을 도와주면 되는데, 요즘 사회는 그렇지가 않다. 드러난 사실을 왜면하고 진실이 무엇인가 외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강요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영화를 만들 때 보다는 보다 세심한 콘티(스토리보드) 를 보는 듯한. 콘티를 짤 때 글대본으로 하기도 하고, 만화컷 처럼 간단하게 장면을 그리고 지시 사항을 넣는데, 이 책은 프레임 하나 하나 바로 영화 장면으로 옮겨도 될 것 같다. 우리의 시선이 바로 카메라의 시선 같은. 등장인물의 시선도 줌인해서, 바로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매우 강렬하다. 등장인물의 텅빈 표정에서,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뉴스를 보다 보면 최근 들어, 유독 힘든 기사가 많다. 예기치 않은 사고는 그렇다 치는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 (이 책에 그런 표현이 나온다) 사람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 피해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모니터 뒤에 숨은 폭력적인 가면들. 실제 자신의 모습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내뿜는 증오, 광기들. 그 나쁜 감정들은 결국은 돌고 돌아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가는데 그들은 그것을 모르나보다. 지구는 둥글자나요? 남 탓 하며 지적하는 그 손가락은 결국 나를 가리키는 겁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그 당사자라면,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감내할 수 있습니까???
책의 마지막에 그래도, 사브리나의 가족, 애인, 지인들이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읽는 내내, 더 나쁜 결말로 치달을까봐 오마조마 했다. 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