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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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작. 향가 찬기파랑가를 접목한 SF소설, 박해울의 "기파'를 읽었다.
배경은 2071년.
이미 우주여행이 가능하고, 로봇이 모든 험한 일을 다 하는 세상. 그런데 오히려 부자들은, 온전하 인간을 부리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 세상이다. 우주 택배업을 하는 충담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 연아는 큰 부상을 입어서 기계 심장을 하고 있다. 이마저 곧 교체해야하는 상황. 충담은 택배 도둑을 쫓다가, 난파된 우주 크루즈선 오르카호를 발견한다.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기파를 구출해 오면 딸의 생체 심장 이식수술이 가능하다. 충담은 오르카호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것은. 유일한 생존자 아누타와..또 다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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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탄탄하고, 현재의 우리가 우려해 마지않는 미래가 펼쳐진다.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2040년 이후에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직업이 대부분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이 소설 속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인공지능 경찰이, 교통사고를 예측하면서, 택시3명과 버스 46명의 목숨의 경중을 따지고, 택시 3명을 희생하는 장면도, 그런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얘기하던 것들.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나, 내가, 내 가족이 3명에 속하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자율운전 자동차가 나오면서 이미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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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인간이면 구출해 오고, 아니면 파괴하라고 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그 무엇. 주어진 역할을 다 했고 그 이상으로 인간에게 충실했던 것. 단지 인간이 아니기때문에 파괴해야 하는가. 충담은, 딸의 목숨이 걸려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괴롭다.
기파 대행은 충담의 고민을 알고 스스로 선택한다. 어느 누가, 로봇은 감정이 없고, 타인의 고통을 모른다고 하는가. 그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로봇. 생존자 아누타와 충담은 지구로 돌아오지만 마음의 고통을 치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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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다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난다. 인공지능 로봇이 유일하게 생존(?)한 난파된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로봇 데이빗이 뛰어난 지능(데이터?)으로 새로운 창조자가 된다.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선 것 같은데. 이 소설 속의 기파 대행처럼 따뜻한 인공지능만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기파대행에게 아누타가 한 선물은 참으로 인간적이다.
고전적인 플롯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고 세련된 장편을 쓴 작가 박해울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기파랑이 실제로는 그렇게 찬사를 받을 만한 화랑이 아니었다면? 하는 비틀기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재밌게 읽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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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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