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발명
수 몽크 키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추천. 띠지에 박혀있는 광고문구가 인상 깊은 수 몽크 키드의 소설 “날개의 발명”을 읽었다. 이 소설은 19세기 미국 남부출신이면서 노예 해방가이자 여성 운동가인 사라 그림케의 삶을 바탕으로 구성한 소설이다. 즉 실존인물의 당시 삶을 상상해서 만들었고, 등장인물도 실존인물이 많다. 사라와 여동생 앤젤리나(니나)는 당대에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여성들”로 유명했다 한다. 앤젤리나와 남편 시어도어 웰드가 쓴 “미국 노예제의 실체”가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영향을 주었다고. 미국 노예 해방 전쟁의 불씨가 된 바로 그 책.
사라가 어떻게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키워나갔는지, 자서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설 속 화자- 사라와 헤티가 번갈아 나오며 내면의 성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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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남부 찰스턴에 위치한 농장주의 딸 사라는 11살이 되는 기념으로 헤티라는 흑인 노예를 선물 받는다. 어려서부터 이지적이고 책을 좋아하던 사라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노예제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헤티는 어머니인 샬롯이 누비이불을 꿰매며 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나, 누구보다도 영민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그 둘은 곧 친구가 된다. 그러나, 사라가 자라면서 당시 남부 상류층 백인 여성이 요구 받던 숙녀로서의 위치, 사고방식에 짓눌리고 꿈이 꺾이는 과정과, 헤티가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 받지 못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진다. 또한 사라는 헤티를 동정하지만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이 아니었다. 환경의 차이로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면서 소설은, 사라가 어떻게 “개인”으로 독립하고, 자주 의식을 가지며, 여성 운동가로서, 노예 해방가로서 성장하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사라의 헤티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진다. 더불어 노예 해방에 같이 공감하며 의견을 나누었던 남자가, 정작 사라에게는 아내의 위치에 있기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청혼을 거절하고, 홀로 서는 과정이 대단하다.
한편 헤티는 자유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성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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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백미는 샬롯의 누비이불이다. 헤티의 어머니 샬롯은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던 아프리카의 이야기 (영혼 나무)에 어머니와 자신의, 또 딸의 이야기를 누비이불에 남기며 영혼의 자유로움을 설파한다. 주인 몰래 바깥일을 맡아 와서 돈을 모으며 자유를 꿈꾸며, 딸에게도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꿈을 불어넣는다. 그러한 샬롯의 꿈으로 인해, 본인은 꿈을 이루지 못하지만, 두 딸은 자유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또한 당시 백인 사회에서, 흑인 노예를 열등한 인간 취급을 하면서도, 노예들이 글을 알면 문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피부색이 결코 인간의 등위를 구분할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라가 헤티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발각되어 혼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라와 헤티가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멀어지게 되는 각종 사건들이 흥미롭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그들은 점차 서로의 한쪽 날개가 된다. 사라와 니나도.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가 필요하고. 그래서 소설의 제목도 이렇게 지은 것 같다.
소설 속 헤티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 가공의 인물이지만 사라 못지 않은 실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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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 전쟁이 있기 몇 십 년 전을 배경으로, 미국 남부의 노예 해방이, 그저 남북 전쟁의 결과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예 해방이나, 여성의 참정권 등은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지나난 투쟁의 산물이었다. 시민 혁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직도 그 투쟁은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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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73> 아무도 네 값어치가 얼마인지 책에 적어놓을 수는 없어.
p383> ..노예들한테 뭘 어쩌겠다는건가요? 우리가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든지 스스로를 해방시킬 거에요.
p445> 노예해방이 인종 평등을 바라는 소망과는 다른 것이라니, 나에게는 엄청난 깨달음으로 다가왔어.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모든 것의 바탕에 깔려 있단다. 그것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노예해방이 된 이후에도 흑인들의 고난은 끝나지 않을 거야.
p456> 나를 그렇게 기억하지는 말아주렴. 노예였고, 열심히 일했다고 기억하지 마. 나를 생각할 때는, 그런 사람들에게 절대 속해 있지 않았다고 말해 줘. 자기 자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속한 적이 없다고.
p501> 이런 것은 너무 익숙하다. 그들은 다른 종류의 입마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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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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