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7년 프랑스 최고 문학상 공쿠르상을 수상한 에리크 뷔야르의 “그날의 비밀”을 읽었다. 1938년 3월 독일의 오스트리아 강제 병합 과정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서술하여 읽다보면 이 책이 역사서인지 소설인지 헷갈리게 사실적이다.
_
책 표지에 있는 문구 “커다란 재앙은 살금살금 다가온다.”라는 말이 너무나 실감나게, 독일의 나치 정부가 어떻게 그 세력을 키워나갔는지, 어떻게 당시 정치가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사업가들이 ‘수동적이며 애매모호한 (p27)’ 방식으로 나치에 협력하거나 나치를 방치했는지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1938년 2월 독일 사업가들과 히틀러의 회담으로부터 전후 전범 재판, 사업가들의 뒷이야기가 16편 이어지는데 충격적이다. 하지만 놀랍진 않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므로. 특히 오스트리아 총리 슈슈니크의 내밀한 심정,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 당시 영국 체임벌린 주최의 만찬 장면 등은 바로 눈앞에서 그 장면을 보듯 생생하다. 또한 독일 군대가 오스트리아에 진격했을 때, 아무런 저항 없이 환영했던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이다. 오스트리아 국민의 99.75퍼센트가 독일-오스트리아의 합병에 찬성했다고 한다.
_
에리크 뷔야르는 <역사 다시 쓰기>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라고 한다. 그의 관심사는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러 인물들이 겪은 사연.
역사적 사실의 주역으로 돋보이는 사람들 (악역이든 아니든), 그들도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서술된, 조정된 주관적 관점의 일부분일 뿐이다. 역사와 정치, 현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 편의 연극이고. 그러므로 우리들은, 살아남은 후손들은, 역사적 사건의 전체적 흐름을 스스로 재구성해서 파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떤 검은 그림자들이 어디엔가 모여 가면을 쓰고 비극의 한 장면을 준비하고 있으니 (옮긴이의 말 p151).” 오늘날 한반도의 예측 불허의 미래에는 커튼 뒤에 가려진 또 다른 검은 손들의 움직임이 관여하고 있을 터. 암울하다.

책 속으로.
p46> 훗날 그는 지인 한 명에게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 않았고 어떤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으며 그저 담배만 피웠다. 줄담배만 피웠다.
p117> 진실은 온갖 종류의 먼지 속에 흩어져 있다.
p124>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도 더 이상 알 수 없다. 이 시대의 영상은 경악할 만한 마술을 통해 우리의 추억이 되었다. 세계 대전과 그 서막은 우리가 더 이상 진위를 구별할 수 없는 이 영원한 영상 속에 담겨있다. ...요제프 괴벨스에 의해 연출된 것이다
_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openbooks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