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도시
은기에 지음 / B&P Art&Culture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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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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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무시무시한 책이었다.
평상시와 다름없던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온몸에 나무의 뿌리가 박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주인공 태우는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죽이고 집을 뛰쳐나온다. 그 현장을 목격한 여동생은 태우로 부터 도망치고. 밖에 나와 보니 아수라장이다. 인류의 종말이 왔다. 식물의 대공격. 세상은 살아남은 인간들과 공격적인 식물과 식물화가 진행 중인 반인반식의 세 종류가 생존을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이 되어 간다. 나무로부터 공격받아 상처 입은 사람들은 나무가 되고, 다시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다. 태우는 살아남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그러나보니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도끼를 든다. 그렇게 진행 되는 이야기들. 태우가 여동생을 만나게 될지?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궁금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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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드 드라마 워킹 데드를 다음 시즌을 기다려가며 몇 년간 시청한 적이 있다. 갑작스런 바이러스로 인간이 좀비가 되고. 남은 인간들은 그래도 인간은 다르지 않느냐 면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선 그보다 더 한 일을 할 수 있어 하면서 동물적 생존의 욕구만 불태우는 사람들로 구분되고. 그 와중에 좀비는 하나의 배경이 되고 (제작사는 좀 더 리얼한 좀비 분장을 만드는데 주력을 다 했다만) 두 부류의 사람들의 투쟁이 재미있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내가 만약 그런 처지가 되면 바로 죽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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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에 작가의 <녹색 도시>도 거의 같은 배경으로 진행된다. 온갖 부류의 사람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하나의 식량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같은 부류로 모여서 뭉치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물론 혼자 생존하기란 진짜 어려운 시절이니까!) 그러면서도 정을 가지고 있고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의식 없는 무자비한 식물로 살아가느니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음을 맞는 사람들. 지구와 자연을 무자비하게 이용하던 인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 나무들.
솔직히 말하면, 인간은 없어지는 것이 지구상의 다른 생물을 위해서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더구나 책 속의 상황이라면 무의미하고, 미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결말은 없다. 어떻게 그 상황이 끝났는지, 여전한 상태로 소규모의 인간 집단에서 나온 얘기인지. 전혀 설명이 없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하지만..이런 상상력을 펼치다니..내용상의 잔혹성을 떠나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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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240> 신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있다면 우릴 이렇게 버려두진 않았겠죠./ 매일 신에게 기도하고 있어요.여길 벗어나게 해달라고. 식물을 없애달라고../식물을 없애달라..?.. 이미 인간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신에게, 그런 순진한 부탁을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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