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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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다경이 우리 집에 온 날, 평온했던 일상은 지옥이 되었다."

평온한 가족의 파멸은 언제나 아주 사소한 친절에서 시작된다.
​친구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그 집에 남겨진 딸 다경. 정환의 '선의'로 시작된 합가는 이 가족에게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정해진 비극이었을까.

​아내 세라는 동정심에 취해 다경을 반겼지만, 두 아들 민규와 선규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저 아이가 들어온 순간, 우리 집의 평범한 밥상은 이미 보이지 않는 경계선으로 쪼개졌다는 걸.
​다경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어른스러운 말투 뒤에 숨긴 치밀한 계산, 선규의 도발을 비웃듯 받아치는 서늘함.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한 곳, 부모를 죽게 만든 범인을 향해 있다.


​“잘 모르는 존재를 함부로 들이면… 다 죽는다는 거.”
​작품 속 이 경고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 이미 문은 열렸고, ‘트로이의 목마’는 안방 깊숙이 들어왔으니까. 다섯 인물의 엇갈린 시선이 교차할수록,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오직 이 기묘한 동거의 끝에 기다리는 파국만이 선명해질 뿐.


​다경이는 과연 이 가족을 부수러 온 빌런일까, 아니면 이미 썩어있던 집구석을 들춰낸 도구일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 깨닫게 된다. 지옥은 누군가 가져오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문을 열어 초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 3줄 요약
​부모를 잃은 소녀가 들어온 날, 가족의 일상은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5명의 시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숨겨진 밑바닥 진실이 하나씩 터져 나온다.
​'여우'를 집안에 들인 건 정환이지만, 그 여우에게 먹이를 준 건 가족 모두였다.
​#여우누이다경 #서미애 #스릴러소설 #신간추천 #북스타그램 #미스터리 #반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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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루민
오카베 에쓰 지음, 최현영 옮김 / 리드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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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물의 증언을 통해 한 인물의 실체를 추적하는 구성은 익숙하지만,
<내가 아는 루민>은 그 증언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보여준다.

나카이 루민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지적이고 아름답고, 성공한 에세이 작가. 설명하기 쉬운 사람처럼 보인다.

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증언으로 구성된다. 각자의 말은 논리적이고 감정도 충분하다. 문제는 그 모든 증언이 조금씩 어긋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친절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악마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중 어느 쪽도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

지적이고 매력적인 에세이 작가 나카이 루민.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독자는 고민하게 된다.

타인을 단정 짓고, 이해했다고 말해버리는 인간의 태도가 문제다.

소설 후반 부 '자기애성 성격장애'테스트가 나오고 이 중 5개 이상이면 해당된다고 하며 추가로 특징들이 나열되는데 그 특징을 보다 보면 루민이 마치 자기 애성 성격 장애가 있는 캐릭터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내용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도 해당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날카롭게 반응하고 마치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럼에도 내가 가끔 특별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나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반전보다 인물 해석의 균열이 더 인상적인 작품이다.
결국 주인공이 나쁜 사람이냐 좋은 사람이냐는 정답이 없는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나쁜 범죄자도 자기 친구나 가족에게는 더 없이 친절할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악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묻는다면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없다.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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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완전범죄연구(2025마주) - 블랙레이블 시리즈 ㅣ 블랙레이블 시리즈
프리키 / 책보요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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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비교
— 원작(사노 요)과 오마주(프리키)

1. '시체이동' vs '마네킹의 행렬'

원작 '시체이동'은 자동차 세 대에 나뉘어 실려 있던 마네킹 18개 중 17개가 버려진 사건에서 시작된다. 남은 한 개의 의미를 좇다 보면, 친구인 심리학 교수의 이상한 행동이 조금씩 드러난다.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논리만으로 밀어붙이는 추리다.


오마주 '마네킹의 행렬'은 시점을 뒤집는다. 국도에서 마네킹을 실은 차량을 그냥 통과시킨 순경이 주인공이다. 그날 밤, 마네킹과 같은 자세의 시신이 발견된다. "내가 그때 보낸 차에 시체가?" 좆됐음을 감지한 순경의 압박 수사물.


2. '위장자살' vs '명동에서 본 남자'

'위장자살'은 제목 그대로다. 자살로 보이게 만든 죽음, 그리고 마지막에 전제를 전부 뒤집는 정공법의 반전. 단순하지만 허술하지 않다.

'명동에서 본 남자'는 무대를 긴자에서 명동으로 옮긴다. 전직 기자가 죽은 줄 알았던 비리 사건의 증인을 목격하면서 이야기가 움직인다. 트릭은 유지되지만 스릴러에 가까워졌다.

3. '증거인멸' vs '반대급부'

'증거인멸'은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설정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린다. 실험적이지만 계산은 냉정하다.

'반대급부'는 이 장치를 현재형으로 끌어온다. 아버지의 자살이 소설과 같다고 주장하는 독자, 그리고 유명 작가. 여기서 소설은 이야기라기보다 범죄를 가리는 장치에 가깝다. 읽고 나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이 이야기는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소설을 도구로 쓰는 뒤틀기.

4. '살인계약' vs '유언의 함정'

'살인계약'은 여류 추리소설가와 경찰의 두뇌 싸움에 집중한다. 판은 크지 않지만 긴장은 끝까지 유지된다.

'유언의 함정'은 이를 상속과 자본의 문제로 넓힌다. 거액의 유산, 그리고 살인범으로 몰리도록 설계된 상황. 재벌가 상속 전쟁. 거대 자본에 갈려 나가는 비서의 눈물.


5. '완전상속' vs '전화 너머의 저주'

'완전상속'은 보험 지식을 바탕으로 한 퍼즐이다. 차갑고 정확하다.

'전화 너머의 저주'는 방향이 다르다. 아내의 자살 이후 걸려오는 전화,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들. 이 작품은 사건보다 먼저 삶이 망가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쾌한 골짜기 제대로 건드림.


6. '심리살인' vs '붉은 X 표식과 지푸라기 인형'

'심리살인'은 형사와 조카의 관계를 통해 인간 심리의 약점을 다룬 정통 단편이다.

'붉은 X 표식과 지푸라기 인형'은 같은 관계를 훨씬 불쾌하게 비튼다. 조카에게 전달되는 물건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조종. 가스라이팅, 지푸라기 인형... 그냥 기분 나쁜 현대 범죄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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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로 그린 심장 ㅣ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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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로 그린 심장> 리뷰

이 소설은 초능력을 다루지만, 능력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잃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14편의 단편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읽다 보면 서로의 그림자가 겹친다.

한 인물의 선택은 다른 이야기에서 결과로 되돌아오고, 사소해 보였던 장면은 뒤늦게 의미를 드러낸다.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지만, 정답을 알았을 때 남는 건 쾌감보다 씁쓸함이다.

30초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남자,
타인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소녀,
죽은 연인을 AI로 되살린 남자.

그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능력의 한계가 아니다.
그 능력 때문에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능력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인간을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다.
외로움, 책임, 선택 이후에 남는 감정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능력을 하나쯤 숨긴 채,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어긋나게 지나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능력은 특별했지만,
그들이 치른 대가는 너무 익숙해서
읽는 내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픽셀로그린심장
#이열
#한국SF
#근미래소설
#연작소설
#초능력보다인간
#SF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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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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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상 - 일상을 뒤집는 빛과 춤의 다큐멘터리
이준희 지음 / 스미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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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상》 리뷰 📸✨

​1. 그래서 이 책이 뭐하는 책이냐?

​부산 사상구에 있는 공장, 세탁소, 이발소 같은 데서 무용수가 뜬금없이 춤추는 걸 찍은 사진집

​2. 작가는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서울 말고 부산을 굳이 골랐음. 왜냐? "사라지는 낡은 공간들? 어림없지! 예술 뽕 한 번 맞고 다시 살아나라!" 하고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를 춤으로 시도한 거임. (힙스터 간지)

​3. 대체 그걸 어떻게 찍었나?

​그냥 공장, 이발소 등이 아님. 평범한 작업장에 현대무용수를 투입하고, 조명빨을 때려 넣어서! (연출 대폭발!) 스테이지를 만들어버린, 과몰입 촬영 기법임

​4. 이 사진들이 하는 말

​“야, 니들 집 앞 낡은 세탁소 있지?
그냥 더럽고 오래된 데라고? 거기도 사람 살았고 시간 쌓였거든.”

​5. 이 작품이 왜 뜬금없이 중요함?

​부산 사상구 라는 힙해 보이는 촌동네와 예술을 엮어버림. "다큐멘터리 사진? 옛날 거 말고 새로운 작가주의 간다!" 하고 사진계에 한 방 먹인 개척자 정신 때문임

​6. 3줄 요약
1) 사상구 낡은 장소에서 댄서가 춤을 춘다.
2) 예술로 동네 심폐소생술 해본다.
3) 빛과 춤으로 낡은 공간을 '인생 샷' 스튜디오로 부활시킨, 힙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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