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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평점 :
소개
소설의 배경은 자유사(안락사, 존엄사)가 합법화된 근미래의 일본입니다. 최신 기술을 사용해 생전에 꼭 닮은 어머니를 되살린 아들은 자유사를 원했던 어머니의 <진심>을 찾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동료 여성 등 주변인으로부터 듣게되는 알지못했던 어머니의 이야기. 어머니가 숨기고 있던 충격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추리소설적 기법을 사용하면서 존엄사, 빈부격차, 사회갈등 같은 현대인이 직면한 과제를 심도있게 다루며 사랑과 행복, 죽음의 진실의 본질을 파고들어갑니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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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게 말이지. 역시 대부분은 타인과 키스 같은 건 원하지 않는 동물이더라고. 길거리 다니면서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 중에 나이와 성별을 따지지 않고 키스해도 좋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세어보면 압도적으로 키스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아. 어지간히 병적인 성욕을 가진 인간이 아니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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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가난하다는거, 제일 짜증 나는 건 24시간 온통 돈 생각만 해야 한다는 거야. 부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새각하잖아. 일할 때도 쇼핑할 때도 이런 식으로 밥을 먹을 때도. 부자들이야 지들이 좋아하니까 돈에 대한 생각도 하겠지만. 우린 돈 따위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너무너무 싫은 것에 대해 고민하는 걸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거. 너무 슬프지 않아? 단한번이라도 머리속에서 돈 생각을 싹털어내고 살아보고 싶어. 얼마나 속 시원할까. 슈퍼에서 가격표 따위 안보고 쇼핑하는 거. 유효기간이 코앞에 닥친 값싼 것만 찾는 거 말고. 그러면 분명 전혀 다른 인간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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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린 뭘 할 수 있는데? 선거? 당연히 했지. 빠짐없이. 어떻게든 살아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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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종교라는 것도 그렇잖아? 존재하지도 않는 천국 얘기로 죽음의 공포를 달래는 거야. 해드셋 쓰고 꿈처럼 아름다운 가상공간의 광경을 바라보며 죽는 것과 똑같아. 아, 그렇다고 종교가 나쁘다는 건 아니야. 종교라는 건 인생에서 별로 좋은 일이 없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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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참가했던 소크라테스가 그 비참한 체험 때문에 아테네에 귀환한 뒤에 실은 PTSD에 시달린다, 라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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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리스의 신들도, 플라톤이 제창한 이데아도 일종의 가상현실이라는 얘기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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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의 차이를 나는 그때 나눈 대화에서 비로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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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스스로 좋아서 '자유사'를 원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 걸 일단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면 요즘 세상에 약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에요. 정부에서는 재정난을 이유로 더 이상 여유가 없다고 떠들어대고. 가난한 사람들은 지족사상으로 '자유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끔찍한 생각이잖아요. 인간에게는 오직 '자연사'가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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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은 조부모쯤까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5대전의 선조도, 20대 전의 선도조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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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이미 상실되었고 두 번은 살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이토록 그리운 것인가.
감상
1. 아바타
아바타는 힌두교에서 나온 말입니다. 힌두교의 신들이 세상에 내려올 때 육체적 형상입니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태양의 신 비슈누의 아바타 중 하나가 붓다 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인간 아바타가 되어 고객들이 몸이 되어 줍니다. 거동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대신 누군가를 만나주고 말을 전달하는 일. 낯선 상황인 아닌 것 같습니다.
2. 타자성 그리고 자기동일적 의식의 해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타자성과 마주하는 일은 가혹합니다.
나라는 가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타자로부터, 타인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타자가 없다면 나의 가치를 표현할 수도 내 존재의 유의미성을 인정하고 설명해줄 수도 없습니다.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타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라는 이름은 자녀를 통해 새롭게 생성되는 나의 가치입니다. 다른 두 존재가 만남을 통해 가치가 생산되는 것 입니다. 가치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비로서 그 의미를 갖데 됩니다.
작품 속 어머니는 주인공 아들과의 관계에서 어머니라는 가치를 얻습니다.
작품 속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타자화 하지 못하고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가상의 어머니를 만들어 내고 맙니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나면 생기는 상실감은 그 관계에서 생겼던 가치를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다는 상실감임에도, 아들은 처음에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괴로워합니다. 이것은 자기동일적의식입니다.
그러나 이후 어머니의 주변인물,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면서 어머니의 타자성을 알게되고, 본인과 어머니의 관계도 타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것은 니체의 '자기동일적 의식의 해체' 입니다.
새로운 연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기동일적 의식의 해체입니다. 주체의 자기동이로하가 사라질 때 타자와의 살아있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3. 자유사와 메이와쿠
피드의 트위터 짤방을 보시면 일본인들이 자유사(존엄사, 안락사)에 대한 의견을 알 수 있습니다.
'메이와쿠(迷惑)' 문화 때문에 결국 나이들과 약한 사람들은 죽음을 강요 당할 수 있습니다. 소설속에서도 2차세계대전에서 병사들이 스스로 폭탄이 되어 자폭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4. 연기론과 우주먼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가장 감동적이며 충격적입니다. 우주의 긴 시간을 가상공간에처 체험하면서 자신은 그 긴 우주의 역사속에서 작은 찰나의 순간에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심문관'의 감동과 유사합니다.
5. 빈부격차와 복지
자본주의 빈부격차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야하는가? 범람하는 부동산 주식 정보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복지를 어느선까지 책임져야할 것인가?
6. 가상현실 메타버스
가상현실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에서는 죽은자와 산자를 VR 기술로 만나게 했습니다. 세상에 남겨진 이들이 VR로 고인에게 못다 한 말을 전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했고 '선한' 디지털 기술로 유족들에게 심정적 위안을 전했다는 평가였습니다.
이 소설은 더 나아가 VR 속의 가족이 일을 하고 돈을 벌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피처폰을 쓴 역사보다 스마트폰을 쓴 역사가 더 길다고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이겠죠. 가상현실에서 어머니를 재생시킬 정도로 의존하던 아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내성을 거듭하다 보니 스스로의 발로 세상을 걸어간다는 이야기를 보면 가상현실은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결론
히라노게이치로 작가의 소설 <일식>은 군대에서 처음 읽었습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문장에 혀를 내둘렀는데요. 이번 작품은 무라카미하루키센세의 <세상의끝 하드보일드원더랜드>가 생각났습니다. 가상세계라는 것도 그렇지만 소수의 주인공들이 맺어가는 관계에서 그런 기분을 느낀것같습니다. 양윤옥센세가 번역한 것도 그런 느낌을 살짝준게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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