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F 동물병원일지 1
미치 타라사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만화는 주로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편인데
이 책은 ‘동물병원’이 주제라는 이유만으로 구입했다.
물론 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동물병원은 소재이고
주인공 남녀들이 만들어가는 로맨스 만화일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런 내 생각은 맞았지만
의외로 작가 Michi Tarasawa는
동물병원 수의사 샘에게 꼼꼼히 취재하여
생동감있는 동물병원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게 일본 만화의 경쟁력이다!!)
더불어 강쥐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관한 육아 정보도 간간히 선사하면서.
물론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극적인 화해와 갈등의 해소(보호소로 간 유기견이 극적으로 혼자만 안락사를 면했다든가 하는)가 현실에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글쎄 뭐 별 수 있나, 만화로 대리만족이라도 할 밖에.
중성화 수술과 비만 등 도시에 사는 반려동물들의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며 등장인물 소개를 하고 있는 1화 <이리로 오세요>,
도시에서 버림받은 반려동물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그것보단 주인공들의 로맨스 위주인 2화 <애인찾기>,
기르던 개의 출산을 통해 인간의 중절 수술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3화 <해피 버스데이>,
기르던 개를 버리는 사람과 떠돌던 그 개가 보호소에 가고 안락사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4화 <7일째의 공>
1권은 이렇게 4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Animal health technician(수의간호사)라는 직업의 공식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고,
개의 종에 따라 아연결핍증이라는 피부병(입 언저리부터 피부 염증이 생긴단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심장사상충이라고 말하는 필라리아증은 한 해 한 해 진행되어 가는데 주로 나이가 들어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먹이고 있는 약을 한 달 마다 꼬박꼬박 잘 먹이리라 결심도 하고.
인간의 자궁은 하나라 소파 수술이 가능하지만 개는 자궁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도 하고.
개와 고양이의 당뇨병에 대한 가이드와 백내장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그림체와 스토리 구성력에
만화 읽는 재미도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책이다.
1권에 보면
컴패니언 애니멀(companion animal)이란 종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말로 하면 '반려동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 란 말을 하지만
이미 인간과 함께 살아가도록 수천만년 전에 길들여져버린 이 동물들은
인간과 서로 책임지고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 도시에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도시가 아닌 공간에서 사는 개들도,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다 마찬가지다.
‘야생’이란 말에 인간들은 상당히 묘한 매력을 느끼고
왠지모를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건 지들이 길들여놓은 것에 대한 일종의 책임 회피일 수도 있다.